[바이든 시대, 북·​중의 시선] '메가 아시아'를 완충지대로 미중 新냉전 그림자 걷어라

원동욱 동아대 국제대학 중국학과 교수 ​· 현대중국학회 회장입력 : 2021-06-10 21:04
미 QUAD. 한미일 협력강화 vs. 중국 중북러 삼각 동맹, 이란 활용 맞대응 우리는 미중 신냉전 구조 벗어나 아세안등 등과 다자 협력 네트워크 다질 필요
바이든 시대 미·중 관계는 과거 냉전시대의 국제관계를 재현하고 있다. 바이든이 지난 4월 스가 일본 총리를 워싱턴으로 초청하고, 5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해서 한·미동맹을 과시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이 리용남 주중북한대사와 사회주의 혈맹 관계를 과시하고, 이란·파키스탄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빚어내는 21세기판 합종연횡의 시대에 한국의 선택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본지는 바이든 시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진단·전망해줄 전문가 7인의 릴레이 초대 칼럼을 마련했다. 그 네 번째 칼럼은 원동욱 동아대 국제대학 중국학과 교수(현대중국학회 회장)가 맡았다. <편집자 주>
 

원동욱 동아대 국제대학 중국학과 교수


미·중관계는 뉴노멀시대에 이르러 이미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경쟁과 갈등관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개인 리더십의 특성에 따른 변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은 어느 한쪽이 압도적 힘의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직접적 대결과 충돌로 인한 출혈을 최소화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경쟁과 갈등의 국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책결정자 개인의 리더십이나 의도와 무관하게 오늘날 미·중관계를 근본적으로 규정짓는, 세력관계의 변동이 초래하는 구조적 측면에서 기인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갖는 가치와 이념에 입각해볼 때 신권위주의 체제 하의 중국의 부상은 미국 주도의 기존 국제질서를 교란하는 ‘홍색제국’의 출현으로 읽히며, 중국 또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주의 복귀와 동맹 중시 또는 강화는 중국에 대한 압박과 봉쇄로 읽힐 수 있다. 장기적으로 무역질서나 기술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과 대립의 구도는 지속될 전망이며, 다만 과거 트럼프 시기 미·중 간에 거칠고 극적인 대립이 있었다면 바이든 시기에는 더욱 세련되면서도 치밀하고 정교한 상호 경쟁과 대립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본격적인 대중 견제와 대응 차원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쿼드(QUAD)를 기본 토대로 한·미·일 3국 안보협력 강화, 민주주의동맹(D-10) 확대 등을 추진해 나갈 것임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전임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며 인도·태평양 지역 내 동맹국들과의 긴밀한 협력과 공조를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 등을 기반으로 코로나19, 기후변화, 반도체 등을 포함하여 매우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대중 압박을 시사하였다. 이에 대해 시진핑 지도부 역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라는 대중 봉쇄전략을 국가적 도전 혹은 극복 과제로 규정하고, 과거의 다소 수동적인 입장과 달리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 봉쇄에 맞서 러시아, 북한, 이란, 파키스탄 등과 같은 기존 권위주의 및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협력과 연대를 더욱 강화해 가고 있어 과거 냉전시기와 유사한 역내 진영 간 대결 양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즉, 미·중이 만드는 21세기판 합종연횡(合縱連橫)으로, 이른바 ‘편가르기식’ 신냉전구도의 출현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맹의 딜레마’에 연루되지는 말아야

코로나19로 인해 강대국 리더십의 약화 또는 부재라는 상황에서도 미·중 양국의 우군 확보 경쟁은 오히려 고조되고 있으며, 미·중 양국은 각기 자국의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사회를 향해 유인과 압박을 병행해 왔다. 이러한 유인과 압박은 바이든 시기에 동맹국을 대상으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고, 중국 견제를 위한 공동전선 구축 등의 새로운 이슈가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바로 과거 ‘사드사태’와 같이 한·중관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 결과 공동선언에서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이슈인 쿼드, 대만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이에 대한 즉각적인 반박과 함께 우려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직전에 있었던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방적 대미 편승을 선택한 일본에 대한 비판보다는 수위와 강도가 낮기는 했지만, 한·미동맹이 반중전선의 한 고리로 편입되는 것에 대한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로 읽힌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글로벌 협력파트너로서 호혜적 한·미관계 강화, 대북 관여정책에 대한 공조라는 측면에서는 높은 성과로 평가될 수 있지만, 세계 주요 이슈에 대한 책임과 함께 ‘연루(連累)’라는 동맹의 딜레마에 더욱 깊이 빠질 수 있는 위험 또한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과 함께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형국이다. 한·미동맹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포괄적 역내 동맹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역시 북한과의 전통적인 혈맹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맞대응을 준비하고 있고 있다. 한·미 공동선언이 발표된 직후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는 공식적인 첫 접견에서 북·중관계가 항미원조(抗美援朝)를 통해 맺어진 혈맹이자 사회주의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동반자관계임을 강조하면서, 북중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강화·발전시켜 나가는 데 합의하였다. 올해 7월에 예정된 '북·중 우호협력 상호원조조약' 60주년을 계기로 양국 간 전략적 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전망이다. 러시아와 준(準)동맹 관계를 맺으며 미국의 견제와 봉쇄에 대응해 왔던 중국이 북·중·러 3각 편대의 재조율을 위한 준비에 나선 것이다.

‘남방 3각’과 ‘북방 3각’의 지정학적 대립 재연?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일, 한·미동맹 강화는 물론이고 대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동맹의 재추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이에 대한 중국의 맞대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냉전시기 한·미·일 남방 3각과 북·중·러 북방 3각의 지정학적 대립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기우로 보기 어렵다. 미·중 간 전략적 협력과 경쟁이 교차하던 시기에 통용되던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전략)’은 이미 그 유용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이다. 이제 한국은 정체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새로운 모멘텀과 해법을 찾아야 하며, 또한 미·중 경쟁구도 아래 선택의 딜레마에서 벗어나 더욱 복잡하고 고난도의 전략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향후 미·중관계의 불확실성과 유동성을 고려하여 미·중 사이에서 배타적 선택을 지양하고, 지역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한국의 기본 입장과 정책 기조를 미·중 양국 모두에게 선제적·반복적으로 발신해야 한다. 즉, 미·중 간 갈등과 충돌에 동원되어 끌려다니지 않도록 국익에 입각한 자주적 원칙에 따라 양국 모두와 협력의 공간을 확장하고 갈등적 요인을 회피하는, 일관되고도 유연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과의 협력적 조율을 끝낸 이 시점에서 우선 한·중 양국 간 ‘제3자 문제’로 인한 갈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과 대화 기제를 상설화하고, 특히 한국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과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한국의 가교·중재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미·중 갈등과 충돌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역내 신냉전구도의 형성을 적극 저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세안, 중앙아, 몽골 등과 외교 ‘완충지대’ 형성해야

아울러 미·중 경쟁과 갈등이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앞서 제기한 단기적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기존 강대국에 편중된 외교 패턴을 극복하고 한국 외교의 다변화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즉, 미·중 간 갈등구도에 노출된 국가 혹은 지역과 함께 양 강대국의 압박과 선택에 휘둘리지 않고 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국제적 규범과 원칙을 공유함으로써 갈등과 충돌을 완화하는 독자적인 ‘완충지대’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위해 외교의 공간 측면에서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한반도 및 동북아의 공간적 결박에서 벗어나 복합적·다층적 공간인 메가 아시아로의 확장이 요구된다. 특히 메가 아시아 이니셔티브에 입각하여 미·중 간 지정학적 거대게임의 주요 이해당사자인 아세안, 인도, 러시아, 중앙아시아, 몽골 등과의 협력강화를 통한 강력한 국제적 협력네트워크의 구축이 필요하다. 미·중 간 경쟁과 갈등의 틈바구니에 끼여 있는 상당수 국가들은 미·중 한쪽에 줄서기보다는 양국 모두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고, 선택적 압력에 직면하여 공동 대응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방역과 경제에서 이룩한 모범적 성과를 기반으로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의 유기적이고 통합적 추진을 통해 아세안+1, 한국-몽골, 한국-인도, 한국-러시아, 한국-중앙아시아 협력기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한국 주도의 아시아 평화번영회의 개최와 공동선언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특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이 미·중 간 신냉전의 그림자를 걷을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남북 대화와 협력을 위한 보다 과감하고 전향적인 조치와 함께 아시아 차원의 평화프로세스로 확장함으로써 이에 대한 광범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넓혀 나가는 노력이 요망된다.

원동욱 필자 주요 이력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포럼지식공감 상임대표 ▷현대중국학회 회장 ▷동아대 국제대학 중국학과 교수

 

원동욱 동아대 국제대학 중국학과 교수 ​· 현대중국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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