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빌바오 효과’?...왜 이건희 박물관에 열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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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1-06-0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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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한국판 '빌바오 효과'로 주목받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위해 전국 지자체가 구애 경쟁에 나섰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통해 문화 예술 랜드마크로 우뚝 서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도모한다는 복안이다. 각 지자체는 '이건희', '삼성', '국가균형발전' 등 주요 키워드를 제시하며 여론전 선점에 나섰다.

◆"제발 우리 지역으로"··· 서울부터 땅끝마을까지 '이건희 열풍'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건희 미술관 유치 의사를 밝힌 전국 지자체는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대구, 경남 등 20여곳에 이른다. 대부분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과의 인연이나 삼성그룹과의 연관성, 국가균형발전론 등 정치적 당위성을 강조하며 유치를 외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각계 인사로 구성된 유치위원회를 가동하고, 대국민 서명운동 등도 가동했다.

먼저 서울에서는 용산구와 종로구(송현동) 등이 거론된다. 용산구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 '이건희 미술관' 유치 의사를 전달했다. 용산구에 '삼성가(家)'가 대를 이어 살아왔고, 구내 20여개 박물관·미술관 등의 인프라가 있는 만큼 이건희 미술관과의 시너지가 높다는 판단이다.

최근에는 송현동도 유력 후보지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이 부지에 공원과 박물관 조성 의사를 밝혔고, 국립근대미술관 후보지로 거론될 만큼 경복궁·광화문·인사동 등 역사문화 부지로서의 가치가 뛰어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이 전 회장이 1997년 미술관·오페라하우스 등의 건립을 염두에 두고 송현동 부지를 매입했다가 외환위기로 부지 소유권이 대한항공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건희 컬렉션' 전시 장소로서의 상징적 가치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수원과 과천이 눈에 띈다. 수원의 경우 삼성전자 본사와 이 전 회장의 묘지가 소재하고 있고, 과천의 경우 인근 박물관과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수원시의회 의원들은 미술관 유치를 위한 범 수원시민연대를 결성했고, 과천시에서는 김종천 시장이 직접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과천청사 유휴 부지를 미술관 후보지로 제안했다. 김 시장은 "과천시는 서울과 인접해 있고, 수원·용인·안산 등 경기 남부 대도시와도 가까워 입지적 강점이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국립과천과학관 등과도 시너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국가균형발전론을 들고 나섰다. 대구시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에도 미술관이 들어와야 한다며 건축비 2500억원을 시민 성금을 모아 전액 부담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세종시는 행정수도로서 이건희 미술관이 갖는 상징성이 크다며 '이건희미술관 유치 세종범시민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이 밖에 경남 의령군은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출생지이자 이 전 회장이 유년기를 보낸 지역이란 이유로, 진주시는 이 전 회장의 모교인 옛 지수초등학교가 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진주·사천·남해·하동 등 경남 4개 시·군과 여수·순천·광양·고흥·보성 등 전남 5개 시·군 등 9개 시·군으로 구성된 남해안남중권발전협의회 역시 지방도시 부흥을 위해 이건희 미술관을 남해안남중권 지역에 유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건희 미술관, 한국판 '빌바오' 증명할까

부동산 업계에서는 '죽어가는 땅을 되살리는 건 문화'라는 얘기가 있다. 1990년대 스페인의 중소도시 빌바오의 사례에서 증명된 속설이다. 빌바오는 철광석과 제철공업으로 경제적 번영을 이루다 1970년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1990년대 말에는 실업률이 무려 35%에 달할 정도로 쇠락했다. 그러다 1997년 개관한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스페인의 대표 관광도시로 탈바꿈했다. 이후 빌바오 효과는 문화를 통해 부동산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컬처노믹스'를 뜻하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미국 윌리엄스대학 연구진이 2013년 위스콘신주 케노사, 오하이오주 토레도, 뉴욕주 비콘, 매사추세츠주 노스애덤스 등 4개 도시의 부동산과 문화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이 일대는 박물관·미술관 등 문화시설 개관 후 약 5년간 주변 집값이 20~5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연구원도 이건희 미술관 유치 시 생산유발 효과 7482억원, 부가가치유발 효과 3201억원, 방문객 생산유발 효과 1239억원 등 경제적 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미술관 건립은 청년 실업 해소와 고학력 예술인력의 유입, 연관 시장 확대 등으로 새로운 성장산업이 태동할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특히 고용과 인구 유입으로 인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이 타 산업군에 비해 매우 높기 때문에 부동산 측면으로도 매우 높은 성장 가능성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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