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패소…김양호 재판장, 일본상대 소송 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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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1-06-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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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소송비 추심 이어 징용 손배소송 반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징용을 당한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에게 청구 자격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 판단과 다른 결과지만 재판부 성향을 볼 때 '예견된 판결'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양호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7일 오후 2시 강제징용 피해자 84명이 전범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사실상 패소 판결이다.

피해자들은 지난 2015년 5월 일본 기업들에 '1인당 1억원씩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들이 소송을 제기한 기업은 미세키 마테리아루즈·에네오스·스미토모 금속광산·닛산화학·우베흥산·이와타치자키 건설·미쓰비스중공업 ·니시마츠 건설·미쓰이금속광업·미쓰비시마테리아루·야마구치고도가스·토비시마건설·훗카이도 탄광기선·일본제철·미쓰이 E&S 홀딩스·쯔치야 등이다.

재판부는 소송 제기 6년이 지난 올해 5월 28일에야 처음이자 마지막 변론을 진행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달 10일 오후 1시 30분에 선고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갑자기 일정을 7일 오후 2시로 앞당겼다.

재판부는 이날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1965년 12월 발효한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이들에게 배상 청구권이 없다고 봤다.

국제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했다. 재판부는 "비엔나협약 제27조에 따르면 식민지배 불법성을 인정하는 국내법적 사정만으로 일괄 보상 또는 배상하기로 합의한 조약인 청구권협정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은 국제법적으로 청구권 협정에 구속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건 청구를 인용하는 건 비엔나협약 27조 금반언의 원칙 등 국제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했다. 금반언(禁反言)의 원칙은 앞서 했던 언행과 모순되는 행위를 할 수 없는 원칙을 말한다.

이번 판단은 대법원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 4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를 확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가 기존과 배치되는 판단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재판장인 김 부장판사는 지난 3월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 소송에서 전임 재판부의 판결을 뒤집었다. 이 때문에 이날 판결도 어느 정도 예견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지난 1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일본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일본 측에 피해자들 소송 비용까지 모두 내도록 했다. 패소한 당사자가 소송비를 부담한다는 민사소송법상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법원 정기인사로 새로 합류한 김 부장판사는 지난 3월 29일 일본 정부에 소송 비용을 추심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김 부장판사는 "한·일 청구권협정과 위안부 합의 등 각종 조약과 합의, 국제법상 금반언의 원칙 등에 따라 추심 결정 인용은 비엔나협약 27조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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