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보수의 심장’에서 정면 돌파 “朴 탄핵 정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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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입력 2021-06-0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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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석의 생각 품어준다면, 윤석열 위축되지 않을 것”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 이준석의 이런 생각을 대구 경북이 품어주실 수 있다면, 우리 사이에서 다시는 배신과 복수라는 무서운 단어가 오가지 않을 것이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부패와 당당히 맞섰던 검사는 위축되지 않을 것이며, 더 큰 덩어리에 합류해 문재인 정부에 맞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3일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후보가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다른 후보들은 앞다퉈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문제를 언급하며 구애한데 반해, 이 후보는 “탄핵에 관한 얘기를 굳이 꺼내드는 이유는, 세상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후보는 “저는 저를 영입한 박 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 박 전 대통령이 저를 영입하지 않았다면 저는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저는 제 손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박 전 대통령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못해 국정농단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을 비판하고, 통치불능의 사태에 빠졌기 때문에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물론 그 뒤에 이어진 형사재판에서 ‘공동지갑론’, ‘경제적 공동체론’이라는 것이 적용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삼형제나 이명박 전 대통령 형의 건과 달리 대통령에게까지 형사적 책임이 이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저는 대법원 판결까지 치열하게 법리를 다툰 사안이기에, 그 판단을 존중한다. 오직 그 더욱 엄격해진 법리가 문재인 정부와 그 뒤를 따르는 인사들에도 적용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는 사람도 애국자요, 반대하는 사람도 애국자다”고 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언급한 이 후보는 “버락 오바마가 본인의 생소한 이름이 미국에서 성공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밝혔던 것처럼, 제가 믿는대로 탄핵에 대한 제 복잡한 입장이 정치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우리는 큰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구·경북의 시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 이런 이준석의 생각과 공존할 생각이 있으십니까”라고 물었다.

이 후보는 “제가 당 대표로 직을 수행하는 동안 공적인 영역에서는 사면론 등을 꺼낼 생각이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어차피 사면은 본인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실 분이고 저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공격의 빌미를 줄 생각이 없다”고 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저의 사사로운 고마움은 다른 방식으로 갚겠다. 저 이준석, 당 대표직을 맡겨주신다면 성실하고 겸손하게 직을 수행해 박 전 대통령이 이준석을 영입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는 평가를 두루 받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이 후보 연설문 전문

존경하는 대구·경북의 당원 동지와 시민 여러분,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2004년 제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을 때 제가 공부하고 있던 미국의 보스턴에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렸습니다. 그 날 존 케리 대선후보의 바람잡이 연설자로 나선 한 깡마른 흑인 상원의원이 있었습니다. 버락 오바마라는 본인의 표현대로라면 우스꽝스러운 이름이 관대한 미국 사회에서는 성공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이야기하며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미국사회가 이라크 전쟁에 대한 찬성과 반대로 얼룩져 있던 그때, 그는 미국 사회에 신선한 관점을 제공했습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애국, 나머지를 매국으로 보던 시각을 확 바꾸자며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는 사람도 애국자요, 반대하는 사람도 애국자다”

그리고 “백인의 미국과 흑인의 미국, 라틴계의 미국, 아시아계의 미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미합중국이 있을 뿐이다.” 라는 말로 통합의 메시지를 냈습니다.

미국은 전율했습니다. 제 친구들의 아이팟 1번 트랙은 오바마의 연설이었습니다. 그 통합의 메시지를 낸 신출내기 흑인 상원의원은 그로부터 4년 뒤 46세의 나이로 미국의 대통령이 됐습니다. 오바마가 외친 통합의 시발점은 관대함입니다. 그리고 통합의 완성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

많은 당권주자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통합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 두 글자를 계속 외친다고 통합이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통합의 전제조건은 간단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다른 생각과 공존할 자신감이 있으십니까?”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선한 사람이고, 애국자라는 것을 입 밖으로 내어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저를 영입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감사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저를 영입하지 않았다면 저는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 손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박근혜 대통령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못해 국정농단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을 비판하고, 통치불능의 사태에 빠졌기 때문에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뒤에 이어진 형사재판에서 “공동지갑론”, “경제적 공동체론” 이라는 것이 적용되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삼형제나 이명박 대통령 형의 건과 달리 대통령에게까지 형사적 책임이 이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법원 판결까지 치열하게 법리를 다툰 사안이기에, 그 판단을 존중합니다. 오직 그 더욱 엄격해진 법리가 문재인 정부와 그 뒤를 따르는 인사들에도 적용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대구·경북의 시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 이런 이준석의 생각과 공존할 생각이 있으십니까? 버락 오바마는 본인의 생소한 이름이 미국에서 성공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밝혔던 것처럼, 제가 믿는대로 탄핵에 대한 제 복잡한 입장이 정치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우리는 큰 통합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제가 탄핵에 관한 이야기를 굳이 꺼내 드는 이유는, 세상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준석의 이런 생각을 대구 경북이 품어주실 수 있다면, 우리 사이에서는 다시는 배신과 복수라는 무서운 단어가 통용되지 않을 것이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부패와 당당히 맞섰던 검사는 위축되지 않을 것이며 더 큰 덩어리에 합류하여 문재인 정부에 맞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당 대표로 직을 수행하는 동안 공적인 영역에서는 사면론 등을 꺼낼 생각이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차피 사면은 본인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실 분이고 저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공격의 빌미를 줄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저의 사사로운 고마움은 다른 방식으로 갚겠습니다. 저 이준석, 당 대표직을 맡겨주신다면 성실하고 겸손하게 직을 수행하여 박근혜 대통령이 이준석을 영입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는 평가를 두루 받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도 탄핵에 대한 각자의 다른 생각과 공존하실 수 있다면, 우리 당의 대선 경선에 참여할 많은 주자의 다양한 생각을 인정해주시고, 그들을 과거 속에 묶어두지 말아 주십시오. 대구 경북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돌풍의 진원지임을 세상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내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이 공존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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