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균주 제출 의무화"…'보톡스균' 출처 논란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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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욱 기자
입력 2021-06-0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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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툴리눔 균주 제출 의무화·실험 및 생산 과정 기록 의무화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대응 현황 및 미국 백신 제공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청이 보톡스 원료인 '보툴리눔균'의 생물테러 이용 가능성 우려로 균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이 제약업계의 해묵은 논란인 메디톡스-대웅제약 간 보툴리눔 균주 출처 갈등을 푸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지를 놓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3일 질병관리청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과 함께 보툴리눔균을 보유한 24개 기관을 대상으로 관리실태를 조사한 결과, 불법 거래와 탈취 방지를 위한 인적 보안관리 시스템이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병원체 유전정보가 관리대상에서 제외됐고, 연구개발 과정에 대한 기록 작성과 관리를 의무화하는 규정이 없어 균주 분리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질병청이 지적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사람에게 치명적인 신경독소를 만들어내는 보툴리눔균은 생물테러나 사고로 유출 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이번 조사로 확인된 관리 체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질병청은 관리·감독 방안으로 생물테러감염병병원체 실험 기록, 취급자 관리, 생물테러감염병병원체 자료(DB) 구축을 위한 균주 제출 의무화 등을 담아 관계 법령을 정비하고 균 취급과 관련한 실험·생산 과정에 대한 기록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특히 보툴리눔 균주 출처 논란의 당사자인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질병청의 발표를 두고 시각차를 드러냈다.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균주 제출 의무화'에 주목하며 이를 통해 대웅제약과의 갈등이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반응이다. 각 기업이 균주를 제출해 DB 구축이 이뤄질 경우, 각 균주의 염기서열 분석을 바탕으로 '계통도'가 그려질 수 있어 균주 출처를 밝히는 데 용이하다는 것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질병청 조사를 계기로 균주 제출 의무화, 균주 데이터베이스화가 빠른 시일 내로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대웅제약과의 균주 출처 논란도 정부 차원에서 정리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대웅제약은 질병청의 발표는 보툴리눔균의 생물테러 오용 위험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이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균주 출처 논란과 연계한 확대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날 발표에 대해 "그동안 균주 관리가 허술했던 일부 업체를 단속해 향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균주 제출을 통해 균주 출처를 밝히는 것은 관리의 주된 목표가 아니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균주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균주 출처 논란을 놓고 2016년부터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했다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가 자사의 균주를 도용한 제품이라고 주장하고, 대웅제약은 경쟁사의 음해 행위라고 반박해왔다. 이를 두고 양사는 국내외에서 민사소송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질병청의 관리 방안이 균주 관리 효율화와 더불어 양사의 갈등 해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기 고려대 약학과 교수는 "두 기업 간 갈등은 이미 사법의 영역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질병청에서 균주를 관리한다고 갈등이 해결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관리·감독을 강화하다 보니 오히려 연구자들의 활동에 제약만 가져오고, 연구의 효율성만 떨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과 교수도 "양사의 갈등에 새 변수로 작용하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본다"며 "최근 유전자 기술 발달로 실제 균주가 없어도 DNA 합성을 통해 제조가 가능해졌다. 균주 내 DNA 정보에 대한 관리까지 포괄적으로 이뤄져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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