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 크는 기업] 14년간 장애인 5000명 행복일터 마련···기업·직원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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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06-0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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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제도

  • 코로나 위기에도 해마다 채용 늘려

  • 대기업 35곳 등 모두 112곳 운영 중

  • "양질의 일자리, 장애인 복지의 핵심"

  • 직원 자립 도우며 사회적 가치 경영

지난해 기준 장애인 고용률은 34.9%에 불과하다. 통계청에 잡히지 않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기업을 대상으로 장애인 고용 의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차라리 미이행 부담금을 택하는 기업들이 적잖다.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관리 부담과 업무영역의 한계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모회사의 출자지분 50% 이상, 직원의 30%(중증장애인 비율 5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매년 증가세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은 물론 장애인들의 안정적인 일자리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이 만든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35곳을 본지가 꼼꼼히 살펴봤다. 보다 많은 기업들이 그 이점과 효용성을 공감하길 기대해본다.<편집자 주> 

2008년 1월 처음 도입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제도가 벌써 시행 14년을 맞이했다. 해당 제도가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112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설립·운영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본지에서는 대기업집단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연속 기획으로 다뤄 이들의 경영이념과 장애인에 대한 복지, 사업장의 안전 등을 집중 조명했다. 그 결과 대다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 5000여명이 모두 안전하고 행복하게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애인 고용 어려움 해결해준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제도

장애인 고용은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꼽힌다. 국내 총 인구의 5%를 차지하는 251만명의 장애인은 상당수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장애인이라는 꼬리표로 인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전체 인구 고용률이 60.9%이나 장애인 고용률은 34.9%로 26% 포인트나 격차가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장애인 고용의무제도'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해당 제도는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은 소속 근로자 총수의 3.4%,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인 민간기업은 3.1%를 장애인으로 의무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민간기업의 경우 공공기관보다는 비율이 다소 낮지만 그럼에도 고민이 없을 수 없었다. 복잡한 업무 특성에 맞는 장애인 인재를 대규모로 고용하고 유지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2008년 1월부터 장애인 직접 고용을 보완하기 위해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제도를 도입했다. 모회사가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해당 자회사에서 고용한 장애인을 모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모회사는 장애인 고용·유지에 대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고, 자회사는 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사업 영역에 집중할 수 있기에 양자 모두 '윈윈'하는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이는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112개(지난 1월 말 기준)에 이르며, 이들은 총 5102명의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형이 아닌 일반적인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361개로, 사업장 수는 3배 이상 많지만 고용인원은 6013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1개 업체당 훨씬 많은 수의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정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환경부 차장은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제도 도입 이후 장애인 고용이 크게 늘었다"며 "취업이 어려운 많은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데다 모회사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수 있어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SK에너지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행복디딤'이 운영하는 세차장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사진=SK에너지 제공]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경영원칙은 '안전과 행복'

지난 1월 말 기준 112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중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15개사)이 설립한 표준사업장은 총 35곳에 이른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의 첫 째 경영원칙으로 '안전과 행복'을 꼽았다. 직원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일하지 못할 표준사업장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다. 

OCI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오씨아이드림의 성관형 대표는 "단순히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한다기보다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한명의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하고 또 이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회사"라고 말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모회사와 표준사업장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용을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늘리는 기업이 대다수였다. 

특히 GS칼텍스가 지난해 11월 5000만원을 투자해 '한울사랑'을 정식 출범시킨 것이 눈에 띈다. 지난해 1분기부터 적자를 기록한 GS칼텍스는 지난해 연간 91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도 장애인 고용이라는 사회적 약속을 이행했다. 

아울러 본지가 취재한 대부분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사업장의 안전성을 크게 강조했다. 당초 표준사업장으로 인증 받기 위해서는 장애인 친화적 근무환경을 조성해 장애인고용공단의 검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필요한 검사보다 장애인 직원의 안전을 위해 투자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실제 2008년 3월 국내 최초로 설립된 1호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포스코휴먼스'는 지난해 8월 포항사무동을 증축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을 인증받기도 했으며, 12월에는 포항클리닝 작업장도 대폭 리모델링했다. 현재 광양클리닝 작업장 신축도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행복모아 직원들이 제빵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행복모아 제공]

◆"배려보다 이해를··· 직원 성장에 보람 느낀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관계자들은 양질의 일자리야말로 장애인 복지의 핵심이라고 제언했다. 급여 등을 통한 경제적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일자리를 통해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것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SK실트론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행복채움' 이숭희 대표는 "개인의 장애 정도와 가정환경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서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심층적인 구성원 돌봄에 한계를 느낄 때도 있지만, 다양한 직무 개발을 통해 최대한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SK에너지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행복디딤'에서 근무하는 유인태씨는 "행복디딤 세차장에서 일하면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세차 업무를 더 전문적으로 배워서 다른 누군가에게 저와 같은 기회를 소개해주고 싶은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들 관계자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OCI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OCI드림'의 성광현 대표는 "현장에서 직원들과 만나다 보니 비장애인이 돕고 장애인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을 준다는 생각보다는 다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직원들이 성장하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SK하이닉스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행복모아'의 조상욱 대표는 "스스로 독립할 수 있어 퇴사하는 사례가 발생해 뿌듯하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업무능력이 좋은 직원이 퇴사하는 경우지만, 장애인이 사회적 동반자로 거듭나게 하는 진정한 사회적 가치를 달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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