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길막' 사고원인 진실공방…"모두 선장 책임"vs"SCA 진입 허용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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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5-3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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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에즈운하관리청 "에버기븐호 선장의 미숙한 운전 때문"

  • SCA 사고 조사팀 "선장, 선박 방향 좌우로 급격히 바꿨다"

  • SCA 보상제시액 9억1600만달러서 5억5000만달러로 조정

지난 3월 국제 무역시장을 뒤흔든 수에즈 운하 사고 원인 둘러싼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과 에버기븐(Ever Given)호 선주 간 대립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SCA 측은 이날 수에즈 운하 '길막(길막음)' 사고는 사고선반 에버기븐호의 선장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발표했다.

'수에즈 운하 길막 사고'는 지난 3월 거대 화물선인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 통로를 대각선을 가로막아 수에즈 운하의 운항을 6일 동안 중단시켜 국제 무역 공급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사고다. 
 

지난 3월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된 에버기븐호. [사진=로이터통신]


WSJ은 "세계에서 가장 큰 화물선 중 하나인 에버기븐호는 지난 3월 23일 수에즈 운하에 좌초했고, 이로 인해 운하 양쪽에 수백 척의 선박이 발이 묶이며 세계 공급망에 대혼란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에버기븐호는 좌초 6일 만인 지난 3월 29일 네덜란드 선박 전문 구조 업체의 도움으로 구조됐다.

알 사예드 슈야이샤 SCA 사고 조사단장은 "대단히 짧은 시간 동안에 선장이 명령을 되풀이 변경해서 내린 것이 원인이었다"면서 에버기븐호 선장이 12분 동안 8개의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의 제방에 걸리기 전에 좌우로 급격히 방향을 바꾸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선장의 운전 미숙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슈야이샤 단장은 "에버기븐호의 블랙박스를 조사한 결과 이번 사고가 SCA의 운항 지시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면서에버기븐호에 앞서 이미 다른 선박 3척이 SAC의 같은 지시에 따라 운하를 통과했다는 내용도 블랙박스를 통해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에 진입한 이후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가 중심을 잃자, 이를 잡기 위해 후진하려 했다고 슈야이샤 단장은 설명했다. 이어 선박의 반응이 느려지자, 산장이 배의 속도를 올렸고, 이로 인해 배가 왼쪽으로 치우치자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했다.

에버기븐호 선장이 선박의 중심을 잡고자 좌우로 방향을 크게 바꾼 것이 좌초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 선장의 운전 미숙이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본 것이다. 
 

지난 3월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된 에버기븐호의 항공 사진. [사진=AFP·연합뉴스]


오사마 라비 SCA 청장도 지난 26일 "사고 원인은 과속과 선박의 방향타 크기 때문"이라며 사고 당시 선박의 운항 속도가 25km/h에 달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수에즈 운하 내 좁은 남쪽 구간의 적정 운항 속도는 시속 8~9km이다.

그러나 에버기븐호 소유 업체인 일본 쇼에이 기센 측은 SCA 측의 잘못된 지시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고의 책임은 SCA로 돌렸다.

쇼에이 기센 측의 변호사는 SCA 측이 나쁜 날씨에도 사고 선박의 수에즈 운하 수로 진입을 허용한 것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SCA의 수로 안내인과 통제센터 사이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라비 청장은 "(에버기븐호) 선장은 그 배의 성능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선장이 운하 진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WSJ은 "수에즈 운하 좌초 사고의 원인은 이집트 당국과 선주 간의 보상 논쟁의 핵심"이라며 이집트 당국이 쇼에이 기센 측에 배상액 5억5000만 달러(약 6127억원)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SCA 측은 쇼에이 기센을 대상을 피해배상 소송을 제기, 지난달 이스마일리아 법원을 통해 배상금 지급 지연을 이유로 에버기븐호를 정식 압류했다.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30일(현지시간) 한 대형 선박이 운하 중간의 항구도시 이스말리아를 통과하고 있다.[사진=신화·연합뉴스]


이와 관련 일본 공영방송 NHK,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이집트 당국의 배상액이 기존 1000억엔(약 9억1600만 달러)에서 600억엔으로 40%가 줄었지만, 선주 측이 제시한 금액과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NHK에 따르면 SCA 측은 에버기븐호 구조 작업에 600명 이상이 투입되고, 작업 과정에서 1명이 사망했기 때문에 5억5000만 달러의 보상액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주인 쇼에이 기센 측은 보상액으로 1억5000만 달러를 제시, SCA 측과 선주 간 이견이 여전한 상태라고 NHK는 전했다.

한편 WSJ은 "SCA 측이 압류한에버기븐호에 대한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양측은 오는 6월 20일까지 소송 연기를 요청한 상태"라며 "SCA 측은 (사고) 조사 결과를 국제해사기구(IAEA)에 보냈지만, 이집트 당국자들은 보상액 관련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전체 보고서를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에버기븐호 선원들의 출항이 여전히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선원 노조 대표부는 "이집트에 체류 중인 선원들이 좋은 대접을 받고 있다"면서도 "(보상액을 둘러싼) 분쟁이 하루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선원들이) 무기한 이집트에 발이 묶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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