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에 가로막혀...노조추천은 들어갈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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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이봄 기자
입력 2021-05-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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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관장ㆍ사외이사까지...줄줄이 내려와

  • 금융위ㆍ기재부 등 제도 도입에 미온적 태도

  • 업계선 "사회적 쟁점 큰 사안, 회피하는 것"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이 2017년 12월2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최종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에는 노동이사제, 민간 금융회사에는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100대 국정과제로 삼았다. 2017년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놓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가운데 12번째(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는 공공기관)와 22번째(금융산업 구조 선진화) 과제에 각각 담겼다. 이 과제는 같은 해 12월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발표한 '금융행정혁신위 최종권고안'에서 구체화됐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가 직접 이사회에 참여하는 구조다. '낙하산 기관장' 임명이 만연한 공공기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책임경영체제를 내실화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공기관에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선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이 필요한데,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래서 공공기관 노동조합들은 법 개정 없이 도입할 수 있는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했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한 인사를 이사진에 앉히는 구조다. 그간 공공기관 중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한 곳은 금융공기관이 유일하다. 금융공기관 중에서도 IBK기업은행 두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번, 수출입은행 한번 등 4차례 시도가 전부였다. 그리고 수은이 현재 공공기관 통틀어 다섯 번째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시도에 나선 상태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부처 소극적 행정에 국정과제는 차일피일
금융공기관 사외이사는 기관장 제청으로 소관 부처장(장관)이 임명하는 자리다. 노조가 추천하는 이사 역시 다르지 않다. 각 소관 부처의 의지에 따라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 금융공기관 소관 부처들은 제도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특히 금융위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법정 최고금리 단계적 인하,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중금리대출 시장 활성화, 서민금융 지원체계 구축 등 문재인 정부의 대부분 국정 세부과제를 실천하면서도 노조추천이사제만큼은 소극적 행정으로 일관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초 윤종원 기업은행장 출근을 막아온 기업은행 노조와 만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약속했지만, 올해 4월 도입 시도에 나선 기업은행 노조 요구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하지 않는 데 대해 소관 부처들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산하 기관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모을 수 있다. 우선 임명 절차에서 노조 추천 인사보다 사측이 추천한 인사가 여러모로 더 낫다는 것이다. 또 노조 추천 인사를 이사로 임명하더라도 이를 '제도화'하지 않으면 단발성에 그치기 때문에 법 개정 등 근본적인 절차가 우선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사회적 쟁점이 큰 사안을 소관 부처가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4월 기업은행의 경우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나서지 않은) 다른 금융공기관에서도 제도 도입 반대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안다"며 "금융위가 이를 무시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본 문제는 '제식구 꽂기'··· 견제 기능 상실"
금융권 노조는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근본 문제라고 주장한다. 기관장은 물론 사외이사에도 '낙하산'을 내려보내, 부처에서도 손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공기관 사외이사직이 대표적인 '보은 인사' 자리라는 점에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견을 내지 않는다.

문제는 '공기관 사외이사=보은인사 자리'라는 공식이 옅어지고 있느냐인데, 현 정부 들어 오히려 강해졌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일례로 금융위는 지난 2월 기업은행 상임감사에 정재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임명했다. 금융권 한 노조 관계자는 "업무 전반을 감사해야 하는 상임감사에 낙하산을 내리꽂는 마당인데, 사외이사는 안 봐도 그만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기관장에 낙하산 인사를 임명하면 사외이사와 감사만큼은 기관장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앉혀야 하는데, 지금은 대부분 공기관에서 내부 견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고도 했다.

2017년 말 금융행정혁신위는 "국정과제로 제시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통해 부당한 낙하산을 견제하고 의사결정의 투명성 개선 필요"를 적시하며 "금융공공기관에도 노동이사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당시 혁신위원장은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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