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오원석 KAP 이사장 "미래차 전환 아닌 '사업 다각화'···신중한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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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경 기자
입력 2021-05-25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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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자동차 산업 일조한 부품업계 품질·가격 경쟁력 업계 최고 수준"

  • "한국이 앞서가고 있는 내연기관, 포기하면 안 돼"

  • "부품업계 도움에 앞장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할 것"

지난해 한국 자동차 생산량은 중국,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인도·멕시코 등이 생산 차질을 크게 겪었지만 국내는 관련 업체들의 협력과 정부의 신속한 방역 활동 등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였다는 평가다.

세계 5위의 '자동차강국'이라는 타이틀 뒤에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자동차 부품업계가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 직접 거래하고 있는 1차 협력업체 수만 830여 곳에 달한다. 이를 포함해 전체로는 총 1만여 곳이 자동차 부품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KAP) 사무실에서 만난 오원석 KAP 이사장은 국내 자동차부품업계에 대해 "기술력·품질 및 가격경쟁력, 개발대응력 등은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못 따라올 만큼"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현대차·기아가 미국의 품질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곤 하는데, 부품업체들의 기술력도 일조한 것"이라며 "한국의 부품 기술은 세계 1위 수준인 것은 이제 전 세계 완성차 회사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 이사장이 2019년부터 이끌고 있는 KAP는 자동차부품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라는 목표 아래 2002년 7월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가 출연,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출범했다. 현장지도, 품질·기술 종합컨설팅, 임직원 의식혁신을 위한 경영일반 교육까지 부품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사업을 펼쳐오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코로나19 상황에서도 KAP는 부품업계가 특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 나섰다. 자동차산업연합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정부와 완성차업계와의 가교 역할을 하며 금융지원을 노력한 결과 1756건의 지원을 3조1116억원의 규모로 지원할 수 있었다. 오 이사장은 "지난해 상반기는 대부분의 (부품)업체들이 사업계획 대비 매출이 작년보다 20%씩 떨어질 정도로 손해를 예상했지만, 다양한 지원으로 손실을 본 회사를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며 "올해는 1분기에는 사업계획을 미달하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괜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원석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이 5월 20일 서울 용산구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KAP)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미래차 시대 위한 '사업 다각화'···신중히 전략 추진해야

코로나19를 벗어나고 있는 지금, 자동차 산업의 최대 과제로는 '사업 다각화'를 꼽았다. 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위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전기차, 미래차 '전환'이 아닌 '사업확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이사장은 "현재 전기차 전환이라는 말이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기존에 잘 하고 있는 것을 접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보다 부품이 적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내연기관 관련 부품을 만들던 회사들이 전기차 쪽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오 이사장은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신중하게 고려해 균형있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기관, 전기차, 수소차 기술개발과 정부 지원정책의 균형이 필요하다"며 "한국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기술이 가능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로 이를 포기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전환만을 바라보다가는 한국이 앞서가고 있는 기술력을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오 이사장은 "최근 일각에서는 전기차에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이 오히려 탄소중립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며 "아직 전기차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한 방향으로의 전환만을 추진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에 재단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이다. 내연기관 관련 부품을 만들던 업체들이 기존 기술력을 유지하면서도 함께 새로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서다. 오 이사장은 "부품사들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관련 부품 판매 확대를 통한 수익으로 미래차 관련 선행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 가치 제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오 이사장은 "우리나라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너무 저평가되고 있다"며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서 제품이 비싼 값에 팔리면 저조한 부품업계의 영업이익률이 개선되고 투자를 위한 여력도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 이사장은 미래차 관련 투자가 당장의 경영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중견·중소업체가 대부분인 부품업계가 자체 투자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재단은 상황 개선을 위해 올해 정부, 자동차연구원 등과 함께 미래차 업종 확대를 위한 지원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래차 관련 제품을 구성하지 못한 기업들에 사업 재편을 위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지원해 미래차 혁신사업을 구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오원석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이 5월 20일 서울 용산구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KAP)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오 이사장은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도 강자가 되기 위한 투자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한국이 자율주행차에서도 글로벌 강국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는 인공지능(AI) '1만 양병설'을 제시했다.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에서 핵심이 될 소프트웨어(SW) 부문의 국내 인재풀이 지나치게 좁다는 지적이다. 오 이사장은 "인재양성과 관련한 내용은 학계에도 요청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인재부족에 앞서 이를 제대로 키워줄 교수진도 모자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본 테스트 업무 등을 진행할 인력부터 고급 인력까지 전체 종사 인원이 늘어나야 하는데, 현재 교육에서는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대책을 잘 세우지 않으면 미래차 전환, 사업 다각화 등은 다 소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와 관련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이사장은 "지금의 위기가 일시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낙관적인 전망"이라며 "자동차 업계가 지금 만드는 차종을 계속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도체 사용량이 미래에도 지금과 같을 수는 없다"고 설파했다. 전기차, 자율주행 모빌리티 시대에는 반도체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내연기관 차에는 반도체가 200~300개가 소요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는 5~10배 이상의 반도체가 사용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 이사장은 "자동차산업 앞날에 반도체가 위기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자체 생산 능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각 나라가 자국 이기주의와 각자도생의 모습을 보이는 만큼 반도체 수급에서도 자국 이기주의가 나타날 것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차량용 반도체가 수익률이 낮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자율주행 등 고도화된 기술이 모빌리티에 탑재되면 차량용 반도체가 가격 경쟁력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임 3년 차를 맞은 오 이사장은 KAP의 활동을 확대하고 인식개선에도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재단이 현대차와 기아가 출연했기 때문에 관련 부품업체만 지원한다고 잘못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국내 모든 부품사와 협력하고 지원하려고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내 부품업체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앞장서서 도우며 해외진출 등을 지원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원석 이사장은...
△1952년생, 서울경기고,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 1996.07 ~ 현 코리아에프티㈜ 대표이사 겸 회장
△ 2012.03 ~ 2018.03 전 안성상공회의소 회장
△ 2013.04 ~ 현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위원회 부위원장
△ 2019.01 ~ 현 현대기아자동차통합협력회 회장
△ 2019.02 ~ 현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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