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대란] 유럽 항로 작년 5배·美 서부 항로 3배 넘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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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김성현 기자
입력 2021-05-0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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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해운대란에 中기업들 웃돈 주고 선복량 '싹쓸이'

  • HMM·판토스 운임 프리미엄 없애고 中企 화물 우선 선적

  • 중기벤처공단 물류비 지원에도 선복 확보 못해 아우성

'해운대란'이 수개월째 지속되면서 글로벌 해운 운임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보다 3~4배 오른 운임을 주고서도 선박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점이다. 특히나 국내 중소기업들은 선박 부족으로 수출이 어려운 사상 초유의 위기에 몰려 울상을 짓고 있다.

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0일 3100.74를 기록했다. 이는 지수 집계를 시작한 2009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SCFI가 3000포인트를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코로나19로 글로벌 물동량이 위축됐던 지난해 4월 말 852.27 대비 3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 특히 국내 수출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아시아에서 미주·유럽향 항로의 운임은 더욱 크게 늘었다.
 

[사진=클락슨리서치, HMM 제공]

지난달 넷째주 유럽 항로 운임은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분량) 당 4325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4월 넷째주 유럽 항로 운임이 753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5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국 서부 항로도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 분량) 당 1495달러에서 4967달러로 운임이 3배 이상 올랐다.

문제는 지난해보다 4~5배 오른 운임이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SCFI는 2570포인트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등 주요 기관들은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 이러한 고운임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히려 운임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지난 3월 수에즈 운하에 선박이 좌초하면서 가중된 혼란이 당장 가라앉지 않으리라는 시각이다. 실제 SCFI는 지난 3월 2570.68에서 5주 연속 상승해 3000포인트 벽마저 넘었다.
 

[사진=상해항운교역소, 한국해운협회 제공]

하반기 운임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분석도 많다. 영미권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를 비롯해 블랙프라이데이 등 수요가 집중되는 하반기는 전통적으로 해운업계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해운사 고위 관계자는 "현재 고운임 상황이 올해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며 "하반기는 전통적인 성수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물동량이 많아 운임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해운대란과 고운임은 국내 중소기업에 더 치명적이다. 통상 대기업은 선사와 6개월에서 1년 동안 장기 운송 계약을 맺어 선복을 미리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대부분 중소기업은 불확실한 업황 탓에 단기계약(스폿)을 통해 물건을 실어 나른다.

때문에 실제 중소기업은 수출 현장에서 평균치보다 더 높은 운임을 내야 하거나, 운임이 있어도 물건을 실어 나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기업과 운임비 경쟁을 겪어야 하는 탓이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에서 출발해 국내에서 남은 선적 공간을 채우고 미국·유럽 등으로 향하는 해외 선사의 컨테이너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컨테이너선은 최근 해운대란 탓에 중국 기업들이 웃돈(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선복량(배에 싣는 화물량)을 다 채워버리는 경우가 많다. 결국 5000달러에 육박한 글로벌 운임보다 더 많은 돈을 주지 않고서는 선복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

실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글로벌 평균보다 두 배 이상 운임비를 내야하는 경우도 많다"며 "미국 동부까지 운임이 5600달러 수준인데 1만 달러를 내지 않으면 선복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 HMM과 판토스 등 국내 선사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HMM은 임시선박 투입을 통해 국내 중소 수출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매월 투입해온 임시선박은 이달까지 총 21척에 달한다. 여기에 실리는 화물의 60% 이상이 국내 중소 수출업자들의 화물이다. 앞으로도 HMM은 지속적으로 임시선박을 투입해 국내 중소 수출기업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배재훈 HMM 사장은 지난달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중소기업 수출화물의 원활한 선적을 위해 앞으로도 임시선박을 추가 투입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물류기업 판토스도 국내 중소기업의 화물을 싣겠다는 방침을 굳혔다. 다소 기업의 이익률이 감소하더라도 국내 중소기업들에 화물을 먼저 선복을 배정해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방침이다.

판토스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들이 돈이 되는 중국 화물을 우선하고 있지만 판토스는 국내 기업의 명예를 걸고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반드시 우리에게 맡겨진 국내 중소기업 화물은 제 시간에 보내겠다는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최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항공·해상운임 상승에 따라 피해를 본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내달까지 물류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국내 해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물동량 증가, 수에즈 운하 사고 등이 계속되면서 전례에 없는 해운대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HMM 등이 다소 신경을 쓰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동안 국내 중소기업이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진컨테이어선터미널에 체선한 중국 컨테이너선에 크레인이 화물을 싣고 있다.[사진=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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