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상속 매듭…힘 받은 이재용·캐스팅보트 쥔 홍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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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05-0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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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부회장 삼성생명 지분율 10.44%로 지배구조 강화

  • 홍 전 관장, 장남에 ‘지분 몰아주기’...자녀들 상속세 분담 효과까지

  • 이부진, 호텔신라 계열 분리·삼성생명법 향후 '변수' 되지 않을 듯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계열사 보유 지분 상속이 마무리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한층 더 견고해졌다. 이와 동시에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이 이 부회장보다 많은 삼성전자 주식을 상속받으면서 향후 위기 상황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 이번 지분 상속으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제기하나, 삼성그룹 측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아주경제DB]



◆홍라희 ‘신의 한 수’, ‘이재용 체제’ 다지고 상속세 부담도 낮춰

2일 삼성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고 이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SDS 등의 지분 상속이 완료됐다. 삼성생명을 제외한 계열사 지분은 법정 비율대로 유족 4명에게 골고루 배분됐다.

홍 전 관장이 3분의 1을, 이 부회장과 이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9분의 2씩 상속받았다. 다만 삼성생명 지분은 이 부회장에게 이 회장이 보유했던 지분 50%에 해당하는 2076만 주(10.38%)를 몰아주고, 홍 전 관장은 상속받지 않았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 지분율을 기존 0.06%에서 상속 후 10.44%로 높여, 삼성물산 다음으로 2대 주주, 개인으로는 최대주주가 됐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 지배구조는 더욱 견고해지게 된 것이다.

재계에서는 홍 전 관장이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받지 않고 이 부회장에게 몰아준 것이 ‘신의 한 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룹 지배구조 상 이미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그룹 장악이 더 수월해진 덕분이다. 삼성생명 주식을 포기한 대신 홍 전 관장은 삼성전자, 삼성SDS를 자녀들보다 많은 법정 비율로 상속받아 두 회사의 주요 주주가 되며 시가총액 확보 면에서 실속을 챙겼다. 게다가 이 부회장을 제치고 삼성전자의 개인 최대주주가 되면서, 향후 혹시 모를 지배구조 위기 상황에서 홍 전 관장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홍 전 관장은 이번 지분 상속을 통해 12조5000억원 안팎에 달하는 유족의 상속세 분담 효과도 거뒀다. 앞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 등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이 없어 배당소득이 3~6% 수준으로 적어, 상속세 재원 마련 부담이 컸다. 이런 가운데 홍 전 관장이 삼성생명 외 계열사 지분을 상속받아 자녀들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준 셈이 됐다. 이 부회장도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상속받으면 9조원의 세 부담이 생기는데, 이를 홍 전 관장이 분담하게 된 셈이다.

 

고 이건희 회장 지분 상속 후 변화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계열사 지배구도 [아주경제 그래픽팀]


◆이부진 계열 분리·삼성생명법, 향후 변수 될 가능성 작아

이번 지분 상속으로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의 계열 분리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 사장의 보유 지분은 삼성생명 6.92%, 삼성물산 6.24%, 삼성전자 0.93%, 삼성SDS 3.90% 등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 부회장에 이어 삼성생명의 개인 2대 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이자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연결고리다. 이로 인해 현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이서현 이사장 보다 이 사장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이 사장은 호텔신라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향후 자신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이번에 상속받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 등을 호텔신라 지분 확보에 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사장이 상속받은 주식 가치는 총 5조8537억원으로, 현재 호텔신라 시총 3조3950억원)를 훨씬 상회한다. 마음만 먹으면 호텔신라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지분 확보 이후 실제 계열 분리에 나설 경우, 사실상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부담도 만만찮다. 현재 호텔신라는 호텔 레저 부문에서 삼성그룹과 연계한 부분도 상당하다. 또한 현재 호텔업과 면세사업이 코로나19로 인해 저성장 국면인 것도 부담이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이번 상속으로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견고해졌지만, 소위 ‘삼성생명법(보험업법 일부 개정안·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발의)’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행 보험업법상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현행 보험업 감독규정에선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은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는데, 삼성생명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시가’로 평가해 3%로 제한하자는 것이 골자다. 보험업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막대한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은 그룹 지배력 확보를 위해 삼성물산의 지주사 전환, 삼성전자 지분 추가 매입 등 후속 작업에 상당한 재원과 시간을 써야 해 난감해진다.

하지만 재계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당장 우려할 변수가 아니란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의 절반을 상속받은 것은 향후 법 통과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사실상 삼성생명을 겨누고 있는 만큼 국회의 법 통과 가능성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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