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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의 월드비전] 큰 정부 시대를 연 바이든.., 그는 루스벨트 2.0 인가? (上)

이수완 논설위원입력 : 2021-04-26 13:27
뉴딜의 귀환..그때와는 많이 다르다?



      

 

루스벨트는 바이든의 롤모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는다. 전통적으로 미국 정치에서 첫 100일은 '허니문' 기간으로 통해 대통령이 소신껏 자신의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The first 100 days"라는 벤치마크를 처음 고안했던 32대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은 세계 대공황기에 집권하며 '뉴딜(New Deal)'이라는 획기적인 개혁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그는 취임 100일 동안 뉴딜의 핵심이 된 15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공황 이후 빚더미에 허덕이던 노동자, 농민, 흑인 등 소위 '잊혀진 사람'들에 대한 대책으로 과감한 재정 확대 정책과 대규모 토목공사로 공공일자리를 만들었다. 뉴딜은 케인스의 경제이론에 바탕을 둔 것으로 미국이 전통적인 자유방임주의를 포기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시장에 대한 정부권력의 통제가 강화되고 부자들에겐 높은 세율을 물렸다. 최저임금과 단체교섭권 등 친노조 정책이 뿌리를 내렸다. 뉴딜 덕분에 미국이 대공황에서 탈출했다는 주장에는 반론이 많지만, 이후 진보 색채인 민주당이 정치적 기반을 크게 확장시킨 사실은 아무도 부정 못한다.

바이든의 취임 직전 언론에 공개된 백악관 집무실 모습을 보면 그가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평가가 설득력이 있다.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을 일컫는 '오벌 오피스(Oval Office)'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대통령의 철학과 스타일에 맞게 각종 그림과 장식품이 바뀌곤 한다. 트럼프 등 다수의 전임 대통령이 사용했던 유서깊은 전용 책상, '레졸루트 데스크(Resolute Desk)'는 그대로 있다. 맞은편 벽난로 바로 위에 루스벨트의 대형 초상화가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독립의 주역이며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대통령과 노예해방의 주역 16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초상화는 좌측에 걸려 있다. 오른쪽엔 토머스 제퍼슨 3대 대통령과 그의 최대 정적으로 정치적 견해차로 수시로 대립하던 알렉산더 해밀턴 당시 재무장관의 초상화가 짝을 이룬 점도 특이하다. 두 사람은 오늘날까지 내려오는 미국 양당 정치의 기원으로 인식되는 인물이다. 백악관은 "공화국 정치체계의 방호책 안에서 표현되는 서로 다른 의견이 민주주의에 필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표"라고 설명했다. 인권운동으로 알려진 마틴 루서 킹 목사와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 멕시코계 미국의 농장 노동운동가 세자르 차베스의 흉상도 새로 배치되었다. 인권과 노동자 권리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징표이다.

취임 전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내 온건한 중도파 성향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공화당과 적당히 타협하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정책을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이런 관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바이든 행정부의 매머드급 인프라투자와 경제재건 계획은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만큼 파급력이 엄청나다고 할 수 없지만 놀라울 정도로 대담하고 스케일도 크다.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2009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취했던 일련의 재정확대와 "온건하고 중도적인" 경제 개혁조치들은 미국 경제를 제대로 살리는 데 그 효과가 미흡했다는 반성과 교훈에서 루스벨트식 과감한 행보를 택하고 있다는 것이 서방 주요언론의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정부가 이끌 대규모 인프라와 산업투자의 목표로 '구조적 경제 위기 극복'과 함께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승리를 강조하고 있다. 그의 취임 100일 가장 큰 업적을 들라면 코로나19 대응이다. 취임 100일 동안 접종 목표량 1억회를 92일 만에 조기 달성했다. 이대로 가면 7월 4일 독립기념일까지는 '집단 면역'을 달성해 일상이 대부분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ABC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의 국정지지도는 52%로 취임 100일을 앞두고 42% 지지를 받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1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것은 미국 경제의 급반등이다. 올해 중국의 성장률에 근접하거나 추월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미국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1%에서 6.4%로 상향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무려 8%를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서 전년대비 GDP 성장률이 한 해 동안 6%를 상회한 것은 1984년(7.2%)이 마지막으로 레이건 행정부(1981.1~1989.1) 시절이다. 

초대형 인프라투자와 미국의 귀환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하고 세계 2차대전을 기점으로 모든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제1위의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던 시절로의 복귀, 즉 '미국의 귀환'을 외치고 있다. 그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미국일자리계획(AEP; American Employment(Jobs) Plan)’은 전후 최대 규모로 향후 8년간에 걸쳐 미국의 낙후된 인프라 재건에 2조 달러가 넘게 투입된다. 그는 이 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시를 방문했다. 2차 대전 때 군수품 생산으로 전성기를 보내던 '철의 도시' 피츠버그는 1970년대 후발 공업국들에 밀려 다른 중서부지대 산업도시들과 함께 '러스트 벨트'로 추락했다. 하지만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도시로, 21세기 탈산업화시대 미국 신경제 중심도시의 하나로 꼽힌다. 그동안 미국의 경기 부양책이 소비진작에 역점을 두었지만 이번 인프라 재건 계획은 다르다. 60여년 만에 처음으로 소비진작보다는 투자 활성화에 목표를 둔 것으로, 1950년대와 1960년대 초 연방정부가 고속도로 건설과 대학설립 등 교육과 과학기술연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던 시절을 연상케 한다. 미국은 이후 수십년간 교통망 구축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서 전통적 제조업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고 기초과학과 기술 수준도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을 하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 1조 달러가 넘는 규모의 2번째 인프라 계획인 '미국 가족 계획"을 공개한다. AEP가 도로와 항만 등 교통시설 확충과 친환경 사업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미국가정플랜(AFP: American Families Plan)은 보육과 교육 프로그램 등 인적 인프라 투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메가톤급 인프라 패키지 발표 수주 전에 최대 1.9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미국 성인 1인당 1400달러(약 158만원)씩의 현금 지급과 9월 6일까지 실업급여 주당 300달러 추가 지급, 코로나19 백신 공급·접종과 검사 비용 지원 확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육 정상화 지원 등의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은 팬데믹 이후 지난 1년간 본예산 외에 추가 부양책으로만 6조 달러 남짓 지출했다. 이번 인프라 투자까지 더하면 9조 달러 이상으로 불어난다.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3월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에 외부 활동이 줄고 정부 지원금까지 늘어나면서 미국의 가계는 최소 2조5000억 달러의 잉여 저축을 보유한 것으로 미국 언론은 추정하고 있다. 이는 GDP의 10%를 넘는 규모다. 소비에 쓰일 돈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임기 초반 '허니문' 기간이라 그런지 바이든 행정부의 과감한 확대 재정정책에 야당인 공화당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미국의 부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집권 내내 자신의 롤모델인 루스벨트식 행보를 지속할지 여부는 두고 보아야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다. 현재 미국의 상황은 루스벨트가 1929년부터 10여년간이나 세계경제를 마비시킨 대공황과는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미국 경제는 대규모 부양책과 함께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급반등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미국의 금융시장을 마비시키거나 세계경제가 장기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였다. 고용과 서비스 등 미국 경제지표가 이미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바이든의 공격적인 부양책까지 더해지면서 미국에서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 폭등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으로 목표치 2%를 상회하더라도 선제적 통화긴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이다. 정부의 각종 돈풀기, 연준의 인플레이션 과열 용인 그리고 막대한 가계의 초과 저축···. 이런 경제 상황은 2차대전 이후 미국에겐 처음이라 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율 대폭 인상 등 증세 계획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주에는 부유층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현행 거의 두배까지 올린다는 소식에 주식 시장이 크게 출렁이기도 했다. 재무부가 제시한 목표는 앞으로 15년간 세금 2조5000억 달러를 더 걷는 것으로, 향후 기업들과 공화당 및 일부 민주당 의원들로부터의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경제고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케빈 해셋은 백신 확대로 미국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가운데 현재와 미래의 막대한 재정지출로 미국의 부채를 두배로 키울 것으로 경고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뉴딜' 정책을 실시한 루스벨트 대통령이 아니라 돈키호테'라고 비난했다. 

루스벨트의 집권 12년(1932~1945) 정부가 농민과 노동자 등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공공 일자리 만들기에 전력을 하며 어느 정도 실업률이 개선되고 경제가 살아나긴 했지만, 보수주의자들은 그의 집권 기간 정부의 지나친 개입과 규제가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켜 오히려 경기 회복을 더디게 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미국이 대공황을 완전히 극복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미국의 2차 세계대전 참전과 전쟁특수라 할 수 있다. 루스벨트는 미국의 참전을 망설이다가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 대일본 선전포고를 한다. 1945년 4월 12일, 종전을 몇달 앞두고 그는 별장에서 63세 나이로 뇌출혈로 사망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그가 펼친 뉴딜정책의 이론적인 바탕은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극 개입을 주장한 케인스의 경제이론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소득세와 법인세 상속세를 대폭 인상하여 뉴딜의 재원을 마련했다. 테네시강 유역 개발 등 대규모 공사로 일자리를 만들고 은퇴자 연금과 실업보험 등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기도 했다. 은행이 파산해도 예금자가 돈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증시를 통제하기 위해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만들었다. 

레이거니즘(Reaganism)의 퇴조 

루스벨트는 자신의 소아마비 장애에도 불구하고  대공황과 2차대전이라는 국가적 대위기에서 미국을 구해낸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펼친 리버럴한 정책은 위험한 급진주의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진보세력 확장의 출발점이 되었다. 루스벨트의 정책을 완전히 뒤집고 미국 보수주의의 귀환을 선포한 사람은 1981년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1911~2004)이다. 신자유주의, 감세와 규제철폐로 대변되는 레이건식 자본주의, 즉 레이거니즘(Reaganism)은 우파 보수 전성시대의 막을 올린다. 

코로나 팬데믹은 세계화 속에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기업과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신자유주의 정치체제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빈부격차와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면서 한때 심각한 도전을 받았던 레이거니즘이 팬데믹 위기로 마침내 종말을 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레이거니즘의 퇴조와 함께 민주당식 자본주의 특징인 좌편향 '큰 정부'시대가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천문학적 돈풀기와 인프라투자 계획은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니고 광의적으로 미 정책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는 대변화의 시작으로 해석할 수 있다. 

(下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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