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황'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 후폭풍…CS, 손실 22조원에 정부 조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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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4-2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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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SJ "CS, 아케고스 사태 손실액 200억 달러 이상"

  • 소식통 "사태 파악 늦은 CS, 이제서야 손실 파악"

  • 스위스 금융당국, CS 위험관리체계 조사 돌입해

  • 미국 SEC, 재발 막고자 TRS 공시 대상 포함 고려

국제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가 한국계 투자관리자 빌황(한국명 황성국)의 아케고스캐피털의 마진콜 사태 충격으로 200억 달러(약 22조34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아케고스와의 거래에 따른 CS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2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6일 CS가 밝힌 아케고스 관련 손실 44억 스위스프랑(약 47억 달러, 5조2000억원)의 4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로, CS와 아케고스가 계약한 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의 명목금액(notional exposure)을 기준으로 추산했다.
 

[사진=AFP·연합뉴스]


CS는 빌황이 운영하는 아케고스에 TRS와 차액거래(CFD) 계약을 맺고 자금을 빌려줬다. 그러나 아케고스가 투자한 일부 종목의 주가가 지난달 말 33%가량 대폭 하락했고, 이에 따른 마진콜 대응에 실패하면서 돈을 대준 CS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토머스 고트슈타인CS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최근 회사를 떠난 위험관리 최고책임자(CRO)인 라라 워너가 아케고스가 마진콜로 강제청산이 이뤄지기 하루 전에야 은행(CS)이 관련 포지션에 노출된 사실을 알았다”면서 “그전까지는 아케고스를 주요 고객으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케고스를 대형 고객으로 인지하지 못해 초기 대응에 실패했고, 그 결과 손실 규모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WSJ에 “아케고스가 투자한 많은 주식의 주가가 빠르게 변했고, CS가 은행 자체 위험을 완벽하게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면서 아케고스와 관련 CS 내부 경영진 간 의견 충돌이 이번 손실 확대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CS가) 보유한 아케고스 관련 자산을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얼마나 빨리 처분해야 하는지를 두고 내부 경영진 간 의견이 엇갈렸다”면서 “은행 최고경영진이 이제야 아케고스 사태에 노출된 위험 자산이 200억 달러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CS가 최근 아케고스 손실이 반영된 1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까지 정확한 손실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으로도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CS는 1분기 순손실 규모가 2억5200만 스위스프랑(약 3075억8112만원)에 달했다고 밝히며 “올해 1분기 발생한 미국계 헤지펀드 문제와 관련한 상당한 비용을 반영했다. 이것이 자산운용과 투자은행 부문 전반의 호실적을 상쇄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아케고스 관련 자산 97%를 이미 청산했고, 2분기 매출에서 6억5500만 달러의 추가 손실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토머스 고트슈타인 크레디트스위스(CS) 최고경영자(CEO). [사진=AP·연합뉴스]


WSJ은 CS가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로 아케고스 사태 손실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WSJ에 따르면 CS는 스위스 금융규제 당국이 부과한 새로운 요금(charges)과 아케고스 사태 손실에 대응하고자 6개월 이내에 신주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 측은 이번 신주 발행을 통해 20억 달러의 신규 자본을 조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CS는 아케고스 사태 대응책으로 지난 5일 관련 핵심 인사들을 대거 경질 및 해임하고, 경영진·직원들의 상여금도 대폭 삭감했다. 배당금 축소 방안도 주주들에게 제시하는 등 손실 극복에 전방위로 나섰다. 

하지만 CS를 향한 정부의 칼날은 피해 가지 못했다.

스위스 금융당국은 아케고스 사태로 수조원의 손실을 낸 CS의 ‘위험관리체계’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고 이날 밝혔다.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MA)은 “CS의 위험관리에 있을 수 있는 결점을 조사하고, 다양한 위험 감소 조처를 요구할 것”이라며 이번 조사를 위해 외부 인사도 임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 금융당국은 아케고스 사태 재발을 방지하고자 투자회사의 파생상품 계약과 관련된 보유지분 공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공시 대상에 파생상품과 공매도 포지션을 포함하고, 공시 주기도 기존의 3개월보다 단축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SEC는 현재 1억 달러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회사가 분기마다 구체적인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또 펀드들은 단일 기업의 지분 5% 초과 시 이를 공시해 다른 투자자들에게 인수합병(M&A), 회사 해체 등을 추진할 수 있다고 알려야 한다.

하지만 아케고스는 이런 규정을 피해갔다. 공시 의무를 피하고자 투자회사와 TRS라는 파생상품을 계약했기 때문이다. TRS는 헤지펀드와 계약을 맺은 투자은행이 대신 형식적으로 주식을 사고, 주식 투자에 따른 손익을 헤지펀드가 갖게 되는 파생상품이다.

파생상품은 공시대상이 아니다. 이로 인해 아케고스가 여러 투자은행과 TRS 계약을 맺고 마진콜 사태의 주범이 된 비아콤CBS 주식을 대규모로 보유했다는 사실을 누구도 알지 못하면서 투자은행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게 됐다.

이 때문에 SEC는 규제 당국과 금융가가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와 같은 위험을 쉽게 찾도록 공시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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