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의 소원수리] 흐려진 海경계...해군 경항모는 시대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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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기자
입력 2021-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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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전쟁 시절 한·미동맹은 잊어야"

경항공모함 전투단 개념도. [사진=해군]
 

지난 2월 9일 중국 인민해방군 북부전구 해군 소속 동댜오급 정보함이 소흑산도 근처에서 동경 124도를 넘어왔다. 동경 124도 인근 해역은 국제법상 공해다. 그러나 중국은 동경 124도선을 자국 해상작전구역(AO) 경계선으로 일방 선포했다.

22일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중국 경비함과 해상초계기는 동경 123~124도 해역과 상공에서 거의 매일 작전을 펼치고 있다. 서해를 내해(內海)로 만들려는 중국 의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있는 서해 5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 수역은 북방한계선(NLL)을 포함해 관할권이 겹치는 수역이다. 1982년 채택돼 1994년 발효된 유엔해양법협약은 연안국에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선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일본이 마주 보는 바다는 400해리가 되지 않는다. 중국과 갈등이 빚어질 경우 서해에서 무력 충돌 위험성이 높은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미 해군·해병대·해안경비대 사령부가 지난해 12월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는 지난 20년 사이 중국 해군력이 세 배 이상 커졌다고 분석했다.

중국 해군력에는 군함 수, 군함에 탑재된 전투기·미사일 보유량 등이 합산됐다. 보고서는 '중국이 이미 세계 최대 해군력을 보유한 가운데 전투함과 잠수함, 항공모함, 쇄빙선 등을 놀라운 속도로 건조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민국이 관할하는 바다 면적은 43만7000㎢다. 육지 면적 10만266㎢의 4.4배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주변국과 합의된 해양경계선이 거의 없다. 해군 경항공모함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군 관계자는 "해군 경항공모함은 우리나라의 강한 결의를 군사력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현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현시(顯示)는 해군력 운용의 한 형태다. 대한민국 이익과 목표를 저해하는 다른 나라 의지나 행동을 무력화하는 행위를 뜻한다.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에 자국 이익을 위한 해군력 운용을 극대화하고 있다. 중국 동댜오급 정보함을 비롯해 중국 경비함과 해상초계기가 동경 123~124도 해역과 상공을 매일 여러 차례 활동하는 게 현시의 기초 단계여서다.

지난 10일, 미 해군 머스틴함 지휘관 로버트 브리그스 중령과 부지휘관이 함정에서 다리를 뻗은 채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바라보는 사진이 외부에 공개됐다. 당시 머스틴함과 랴오닝함은 남중국해에서 상대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무력시위 작전을 진행 중이었다.

일부 언론은 중국 랴오닝함이 작전이 아닌 정박 중이었다는 대만 자유시보 보도를 인용해 '랴오닝함이 조롱거리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우리 해군은 조롱당할 항공모함 자체가 없다. 서해에 랴오닝함이 출몰하면 맞대응할 무기체계가 없는 게 우리 해군력의 현실이다.

물론 국방부(장관 서욱)와 합동참모본부(의장 원인철)가 금과옥조처럼 되풀하는 '굳건한 한·미동맹'이 우리 해군력을 보완할 수는 있다. 국방에 투입될 예산을 아껴 경제를 돌린다는 것이 한·미동맹의 정의가 된 지도 오래다. 그러나 동맹 가치도 국제 정세 아래에서는 자국 이익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은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받았다. 애초 예정했던 서욱 국방부 장관과 당시 에스퍼 미국방부 장관의 SCM 공동발표 기자회견이 돌연 취소되는가 하면, 공동성명에 '주한미군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문구가 미국 측 요구로 빠져서다.

SCM을 위해 미국을 다녀온 군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미국은 현재와 미래에 관해 얘기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6·25 전쟁을 들먹이며 한·미동맹이 마치 특수 관계인 것처럼 말했고, 정에 호소하듯 매달릴 뿐이었다. 미국 논리를 깰 준비가 부족했다. 미국이 말하는 미래 한·미동맹 개념을 판단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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