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스타트업 CEO가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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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1-04-2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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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바라본 전경[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부가 입맛에 맞는 결과를 얻기 위해 표본을 조작할 수 있겠죠. 프롭테크 기술은 훨씬 더 그럴듯한 통계자료를 만드는데 충분히 악용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만난 프롭테크 업체 대표는 "부동산 빅데이터가 정교화 될 수록 정부의 통계조작이 불가능해지지 않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앞으로는 결과조작이 아닌 시각, 관점에 대한 조작도 가능하다"면서 "정확한 것보다 정확해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한 세상"이라고 씁쓸해했다.

이 업체는 전국 부동산 시세를 발표하고 아파트 가격의 증감폭과 향후 방향성을 꽤 정확하게 예측해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문제는 정부가 정확한 데이터를 불편해 한다는 점이다. 빅데이터가 정교해질수록 정책 실패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매주 적나라하게 공개되는 부동산 관련 통계는 누군가에게는 재테크 전략이 되지만 또 누군가에는 숨기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다.

부동산 개발은 정부의 공공데이터 개방이 소극적이고,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한 분야다. 때문에 프롭테크 비즈니스가 성공하려면 각종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다. 부동산 중개 뿐 아니라 공유플랫폼, VR(증강현실), 자산개발 등 전혀 다른 업종과 협업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려면 기존 규제와의 이중 충돌도 극복해야 한다. 프롭테크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소통채널을 넓혀야 한다던 이 업체의 고민은 느닷없는 여당 인사의 고위급 임원 발탁으로 귀결됐다.

우연의 일치일까. 부동산 빅데이터에 강점이 있던 이 업체는 돌연 정보 생산을 중단했다. 거대 정당 출신 고위 임원을 영입한 후 '정부 눈치를 너무 본다'는 비판이 일자 리포트 발행은 재개됐지만 주제는 훨씬 가볍게 바뀌었다.

혁신을 외치는 스타트업이 문제를 푸는 방식은 구태의연하다. 물론 이해가 안가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계속되면 혁신 의지는 사라지고 성장엔진도 꺼질 수 밖에 없다. '스타트업=혁신'은 구성원들의 파격적인 도전의 결과지 단순히 '젊음' 때문이 아니다. 젊은 CEO의 선택이 성장을 위한 일보 후퇴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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