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형님이 간다]"여행창업은 지역과 운명공동체...넥스트로컬 통해 상생·비즈니스 기회 둘다 잡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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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1-04-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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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문희 바닐라피크닉 대표·조원일 트립소다 대표 인터뷰

바닐라피크닉을 통해 현지에서 관광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들 모습. [사진=바닐라피크닉 제공]

 
서울시는 2019년부터 서울 청년들의 창업과 지역상생을 연계한 '넥스트로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넥스트로컬 사업은 만성적인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좌절' 대신 '창업'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다.

청년 창업가들과 전국 각 지역을 연결해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목표의식을, 인재유출로 활력을 잃어가는 지방에는 지역 자원과 연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경제성장을 돕는다. 지난해 2기 사업에 참여해 최종 선발된 25개 팀은 지역 특산물과 연결한 밀키트 개발, 친환경 제품 생산 등 다양한 성과를 바탕으로 호평을 받았다.

서울시는 1, 2기 성과에 힘입어 올해 3기 사업을 시작했다. 넥스트로컬을 통해 전국 방방곡곡의 이야기, 음식, 생태환경, 관광지, 문화재 등은 살아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 넥스트로컬 2기에 참여해 지역사회 발전과 경제적 성과를 이룬 청년 창업팀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관광업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여행업계가 입은 피해 규모는 약 7조4000억원, 폐업한 여행사는 4000여개에 달한다.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꾼 청년들이 있다. 한국의 지역 문화를 자원 삼아 여행을 콘셉트로 창업에 성공한 '바닐라피크닉'과 '트립소다'다.

바닐라피크닉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을 전남 목포의 로컬 크리에이터와 연결해 다양한 여행상품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외국인들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본 지방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싶은데 교통, 치안우려, 정보 부족 등으로 지방을 방문하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런 '반쪽'짜리 도시관광을 극복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게 회사를 창업한 박문희 대표의 생각이다.

박 대표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99%는 지방도시 방문 의향이 있는데, 이들의 절반 이상이 정보부족과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 대중교통의 불편함 등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면서 "이들을 위해 사람을 연결해주고, 단순 관광지 나열이 아닌 지역 생활에 녹아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만든 게 사업의 중요 포인트"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창업을 하기 전 7년간 게스트하우스 운영 경험이 있다. 3만명이 넘는 외국인 여행자들을 만나면서 이들이 광화문, 경북궁, 명동, 강남 등 단순한 관광지 방문이 아닌 한강에서 치맥(치킨+맥주)를 먹는 등의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외국인들이 처음에 와도 명동, 두 번째에도 명동, 그 다음에 와도 똑같은 코스를 가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면서 "외국인은 한국에 와서 더 즐거운 경험을 하길 원하는 데 구체적인 방법도 모르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관광시장은 대부분 외국기업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정서에 녹아들 관광 자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바닐라피크닉은 1:1 채팅 서비스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이 지방을 방문하면 현지 청년가이드를 매칭해주고, 관광일정, 교통, 체험일정을 제시한다. 박 대표는 "한국에 오는 외국인 여행객의 80% 이상이 아시아인들인데 이들은 보수적이고 겁도 많다"면서 "지역을 방문할 때 믿을 만한 사람을 매칭해주고, 선택한 프로그램에 따라 안내를 해줬더니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현지 가이드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목포 지역민과 함께하는 해산물 쿠킹클래스, 목포의 구도심 이야기를 듣는 여행코스, 신안군 섬투어, 새벽 어판장을 둘러보는 '목포의 아침' 등 이 회사가 내놓은 대표적인 상품은 지역 기업과 지역민, 소비자까지 모두 만족해 사업성을 입증했다. 코로나19로 여행업이 '올스톱'된 상황에서도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의 폭발적인 호응도 얻었다. 

박 대표는 "코로나로 여행업이 매우 어려웠지만 보복수요로 인해 다시 관광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앞으로 외국인 여행객들의 관광 트랜드도 '대도시'에서 '지방'으로, 또 '소규모' 여행으로 변화할 것"이라면서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는 시점에 서비스를 즉시 구동할 수 있도록 올해는 목포 외에 전라지역과 강원지역으로 거점도시를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개별 여행객을 위한 플랫폼도 있다. 트립소다는 개별 여행객의 '하루'를 책임지는 예약플랫폼이다. 세계 50여개국을 배낭여행하고, 전국 20여개 도시에서 1년 이상을 살아본 청년들이 의기투합해 개별 여행자들이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조원일 트립소다 대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여행은 존재했지만 발견되지 않았던 지역의 가치,  그루핑(Grouping)을 통해 '여정'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산 100여 개국을 여행한 트립소다 팀원들이 발품을 팔아 찾아낸 지역은 강원도 영월이다. 영월은 서울 면적의 2배에 달하는 국내 대표적인 관광지지만 대중교통의 미비로 개별 여행객들의 여행이 어렵고, 국내 여행은 1~2인 개별로 이뤄지다보니 전문적인 투어를 하고싶어도 비용이 부담이었다.

조 대표는 "20~30대 개별 여행객들은 대중교통 이용이 많은데, 지방여행은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택시나 데이투어를 하고 싶어도 단체 여행객에 비해 비용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면서 "특히 투어를 신청해도 출발 당일까지 누구와 함께가는지 알수 없고, 원하지 않는 일정도 감내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만족도가 매우 낮았다"고 말했다.

트립소다는 이 점에 착안했다. 강원 영월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실시간 공동구매 방식으로 투어를 구매하면, 특허받은 여행 취향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그루핑을 한다. 동행자들의 취향, 나이, 성별 등과 실시간 구매인원, 할인금액 등도 100% 공개다. 개별 여행객들에게 불리한 가격구조와 기존 여행사들의 깜깜이 그루핑의 단점을 보완했다. 조 대표는 넥스트로컬을 통해 전문 지원을 받아 여행 취향 알고리즘을 특허출원했고, 상표권 3건 및 저작권 5건도 출원 및 등록했다. 

젊은 CEO들은 넥스트로컬을 통해 상생의 가치를 다시 깨달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넥스트로컬을 통해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고, 맞춤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면서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알지 못했던 지방도시의 문제점, 지역상생 등 사회적 가치에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여행 창업은 필연적으로 로컬과 함께해야 하는데 넥스트로컬을 통해 지역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면서 "지역과 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보다 고민해 (내가)영월에서 받은 만큼 돌려줄 수 있는 기업인이 되고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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