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인어] 외교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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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1-04-06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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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인어]


“미국의 주구”, “미친 개가 물어뜯는다.” 인터넷 댓글이 아니다. 중국 외교관 입에서 나온 말이다. 순창설검(脣槍舌劍), 입술을 창으로, 혀를 칼로 삼았다. 늑대처럼 싸운다는 '전랑(戰狼)외교'라 불릴 만하다.

최근엔 '평시(平視)외교'란 말로 순화됐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중국은 이미 세계를 평평하게 마주 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늑대'는 중국 외교가 추구한다는 평화·우호와 걸맞지 않다고 여겼을까. 전랑외교든, 평시외교든, 중국 외교가 앞으로도 거칠게 나설 것이란 사실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외교관은 한 나라의 얼굴이자 품격이다. 직접화법보다 부드럽게 '뼈'를 때리는 게 진짜 외교 고수다. 과거 저우언라이 전 총리는 "미국인은 고개를 들고 다니는데, 중국인은 왜 숙이고 다니냐”는 미국 관료의 비꼬는 질문에 “중국인은 오르막길을 가고, 미국인은 내리막길을 가니 그렇다”고 정중히 답했다. 왜 헨리 키신저가 "그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준 사람을 만난 적 없다"며 극찬했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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