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 모빌리티SW 전문기업 도약을 위한 숙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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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1-03-2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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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주총회 "차량용 SW 핵심기술 확보" 선언

  • "SW개발 표준 구축, 연구개발에 역량 집중"

  • 제조업 문화, IT외주사 역할 극복 여부 관건

  • 계열 간 신사업 주도권·재량 인정될지 주목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가 26일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오토에버 제공]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엠엔소프트·현대오트론과의 통합법인 출범을 앞두고 서정식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현대자동차그룹 IT본부장을 맡았던 서 대표가 현대오토에버 수장으로서 기존 3사의 소프트웨어(SW) 역량을 결집하고 전문성을 강화해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차 비전과 디지털전환(DX) 실현에 힘쓸 전망이다.

현대오토에버는 26일 제21기 정기주주총회·이사회를 통해 서정식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현대오토에버·현대엠엔소프트·현대오트론 3사 합병이 완료되는 다음달 1일을 기점으로 서정식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모빌리티 SW 전문 기업'의 입지를 조기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실행해 나갈 방침이다.

이날 현대오토에버는 지난 2019년 상장 이후 '스마트-X', '글로벌 원 IT' 등 전략을 세우고 사업 체질을 플랫폼·서브스크립션 방식 중심으로 개선해 왔다고 밝혔다. 그간 고객 중심의 제조 혁신과 스마트 교통 부문 리더로서 가치를 인정받았고, 합병 후 사업영역을 모빌리티 SW와 서비스 플랫폼으로 넓힐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인사말로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하고 글로벌 모빌리티 SW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3사 합병을 결정했다"며 "3사 SW역량과 강점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해 차량용SW 핵심기술 확보와 서비스 연결성 강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병법인은 차량에 필요한 표준 SW 개발·공급, 모빌리티서비스에 필요한 데이터 관리, SW개발 표준 구축과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모빌리티 SW 전문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모빌리티 환경과 글로벌 시장 경쟁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모든 임직원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러 선결과제 때문에 서정식 대표 체제 현대오토에버 통합법인의 앞길은 순탄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현대오토에버를 둘러싼 기존 환경이 문제다. 기존 현대차그룹의 생태계와 주요 계열사 성향은 전통 제조업 색깔이 짙다. 전통 제조업은 제품에 투입되는 모든 구성요소를 일괄 관리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이려 한다. SW·플랫폼 사업화에 필요한 유연성과 혁신성을 끌어안으려면 경직된 제조업 특유의 문화가 바뀔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 기존 조직문화 안에서 SW는 그 자체로 그룹 비전을 실현할 핵심요소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오히려 '자동차에 탑재되는 여러 부품 중 하나'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 종합부품제조사 현대모비스가 자동차 SW 전문성 강화를 위해 관련 협력사를 모아 '오픈플랫폼 생태계' 조성에 나섰음에도, 현대오토에버와의 협력 메시지가 일절 없다는 점은 이를 우려케 한다.

과기정통부 산하 국책기관 책임급 연구원 A씨는 과거 국내 한 제조부문 대기업의 SW 연구개발부서 연구원으로 수년간 재직했던 경험을 회고하며 "제조업 중심 대기업이 혁신성과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SW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고 역량을 내재화하는 것은 문화적으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고, 제대로 투자하더라도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오토에버의 과거 역할도 모빌리티 SW와 서비스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보면 작년 한 해 현대오토에버의 내부거래 매출액은 약 1조5069억원으로, 연결기준 총 매출 1조5626억원의 96.4%에 달한다. 그만큼 현대오토에버는 IT서비스 사업에 재무적 의존도가 높다. 3사 통합 이후에도 이 사업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오토에버가 기존 IT서비스 전담기업 역할을 지속하면서 신사업을 강화하고 역할 변신을 병행하는 묘수를 찾아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대오토에버의 실적 대부분이 내부거래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 회사의 SW개발 역량, 사업경험, 내부 프로세스도 각 그룹 내 계열사의 요구에 맞춰 움직이는 식으로 진화해 왔다는 뜻이다. 이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선도적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그룹의 비전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필요한 '선도적인 SW 역량'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재무적 의존성과 기존 IT서비스 회사로서의 역량이 현대오토에버와 타 계열사의 기존 관계를 고착화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소다.

관건은 향후 현대오토에버가 내놓을 SW 또는 이를 활용한 서비스·플랫폼 결과물에 대해 일정수준 이상의 재량이나 주도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여부다. 조직이 원하는 SW 개발을 의뢰해 결과물을 평가하고 보완을 요구하는 데 익숙했던 계열사들이, 현대차그룹 차원의 모빌리티 SW와 서비스 플랫폼을 주도하는 현대오토에버의 역할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날 현대오토에버는 주주총회에서 서 대표 선임에 더해 작년 재무제표 승인, 사내외 이사·감사위원 선임 등 안건을 승인받았다. 김진우 인사실장과 황경원 전략지원실장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고, 진영아 탭엔젤파트너스 부대표가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투명경영위원회 신설과 여성 사외이사 선임 등 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 중심 경영을 강조했다.

진 부대표는 비엠씨인베스트먼트 대표, 에이치큐인베스트먼트 대표, 가천대 교수·창업지원단 부단장, KBS한류 투자파트너스 부사장직을 거쳐 온 인물이다. 현대오토에버는 그에 대해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비즈니스 전문가"라며 "전문지식과 경험을 통해 신규사업 투자기회 발굴·ICT융합비즈니스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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