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 마나 농지법]우리나라 농지가격 사실상 세계 1위…"농지정책, 세계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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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람 기자
입력 2021-03-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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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지정책 성패' 나타내는 징표…가짜 농사꾼만 드글드글

3기 신도시 지역 농지법 위반 의심 사례 부지[사진=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사태로 전국이 떠들썩한 가운데, 우리나라 농지가격이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농지가격은 농지정책의 성패를 나타내는 징표로, 농지가격 세계 1위는 곧 '농지정책은 세계 꼴찌'라는 의미를 상징한다. 

23일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와 중국시보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농지 총면적은 167만9000ha으로, 농지가격은 484조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농지가격은 1ha당 2억8800만원에 달한다. 전 세계 1위인 대만과의 국토 대비 농지면적 비율을 고려하면 사실상 우리나라가 200여 개 전 세계 국가 중 농지가격 1위에 달한다는 의미다. 

국토면적 대비 농지면적은 한국이 16.8%, 일본이 11%, 타이완이 4%에 달한다. 통상적으로 농지면적에 따라 농지가격이 책정된다. 공식대로 보면 우리나라의 농지가격은 대만보다 4배가 낮아야 하는데 사실상 절반 수준인 셈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보면 대만의 농지가격은 1ha당 1500만 위안(한화로 약 5억4000만원)으로, 미국의 167배, 프랑스의 145배, 독일의 51.7배, 네덜란드의 10.3배, 한국의 9.6배, 일본의 6.2배에 이른다. 대만이 세계에서 제일 비쌌고, 그다음은 일본, 세 번째가 우리나라였다.

실제로 대만은 너무 높은 농지가격 탓에 현재 농민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차임을 감당할 수 있는 임차인인 농민이 없기 때문에 농사를 아무도 지을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지금 대만과 비슷한 상태로 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농지법 전문가인 사동천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현행 농지법은 비농업인도 누구나 농지를 취득하거나 소유할 수 있도록 풀어져 있기 때문에 투기의 장이 돼 버렸다"며 "대량의 금전을 투입해 차명 계좌로 계약한 명의신탁을 한 경우도 많아서 실제로 비(非)농민이 소유한 농지가 어느 수준인지는 알 수가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농지는 농산물 생산요소로서 기능해야 하며, 임대나 전매차익의 목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투기 적발이 어렵고, 적발돼도 상당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어서 농지는 가장 수지맞는 투기의 대상으로 인식돼 왔다. 전매차익을 노린 투기에서 직불금 증액지급을 반영한 차임까지 투기 확대되는 등 전국에 걸친 농지투기가 성행하고 있다. 

특히 이번 LH 사태는 '터질 게 터졌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아무도 농지법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곪고 곪았던 농지법 문제들이 하나둘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사 교수는 "논란이 된 LH 임직원은 사전 개발정보를 얻어 단기의 급등을 노렸을 뿐, 장기투기는 전국 곳곳에 성행하고 있다"며 "농지법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가짜 농사꾼'으로 둔갑한 정치인·공무원 사례는 수면 위로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농지법 위반 등 혐의로 현직 계양구의회 의원 A씨를 포함한 토지거래자 8명이 최근 입건됐다.

인천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에 따르면 A씨 등은 2015년 이후 지역 개발 사업 부지 내 토지를 매입할 때 허위로 농지취득 자격을 증명한 혐의 등을 받는다고 전해졌다.

LH 투기 의혹을 처음 폭로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도 LH 직원 외에도 농사를 짓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 외지인, 사회초년생이 농지를 매입한 사례가 발견됐다고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농지소재지와 토지소유자의 주소가 멀어 농업이 힘든 경우' 9건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경남 김해·충남 서산·서울 강남 3구 등 지역에 거주해 해당 지역에서 농업을 짓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들 단체는 농지법 위반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농지법이 이렇게 허술하게 운용되도록 역할을 방기한 각 기초지자체(시·구·읍·면)와 이들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중앙정부(농림부), 광역지자체(경기도 등) 등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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