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LH 투기 임직원 재산 몰수 사실상 포기 “친일파는 아니잖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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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입력 2021-03-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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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일부 직원들의 광명ㆍ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의 한 토지에 산수유가 심어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회가 투기에 가담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재산을 몰수하는데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3기 신도시 땅 투기를 했던 LH 직원 등 공직자에게 재산 몰수 등 소급 적용은 사실상 불가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당정은 부동산 개발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해 땅 투기를 하는 공직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이들이 얻은 재물과 재산상의 이익은 몰수‧추징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 회의록을 보면, 상임위원들이 고심 끝에 소급 적용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8일 열린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는 땅 투기 공직자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가 진행됐다.

해당 개정안은 땅 투기에 나선 공직자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형이나 그 이익의 3~5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리고, 취득한 재산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날 회의에서는 재산을 몰수·추징하는 조항에 대해 이번 사건 장본인들까지 소급적용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개진됐다. 소급 적용이 돼야 LH 직원 등의 범죄 혐의가 수사를 통해 입증됐을 때 이들이 사들인 3기 신도시 땅을 몰수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신도시 토지보상을 그대로 받게 된다.

그러나 소위원장이자 법조인 출신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급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조 의원은 “몰수나 추징, 혹은 형벌의 소급효가 인정되는 것은 친일 재산이나 부패 재산과 같은 것”이라며 “당시 처벌하는 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연법으로 봐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의 범죄가 아니라면 소급 적용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소급 적용 방안은 '친일재산귀속특별법'으로, 친일파가 축적한 재산을 몰수하는 데 착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친일재산귀속특별법에 대해 “당시엔 일제강점기 친일 행위를 처벌하는 법이 없었지만, 자연법으로 봐도 분명히 범행에 해당하고 양심의 가책이 있었을 것이기에 이후에 처벌조항이 생겼을 때 소급효가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소급 조항은 백발백중 위헌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의 법 감정을 생각하면 소급효를 하면 시원하겠지만, 이 문제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허영, 김교흥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은 소급 적용 방안을 계속해서 주장했으나, 조 의원은 친일파와 같은 수준으로 재산몰수를 하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조 의원은 “헌법을 뛰어넘는 입법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이들의 농지 취득 자격을 제한하거나 대토보상에서 제외하면 유사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날 소위를 통해 지난 19일 국토위를 통과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에는 몰수 추징 조항에 소급 적용 내용이 결국 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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