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증세의 시간] 獨, 헌법에 새긴 ‘부채 감축’...선진국 중 유일하게 재정건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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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21-03-2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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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좌·우 가리지 않고 재정건전성 회복 노력에 동의

  • 재정정보원 "지출 감축이 수입 증대보다 계획대로 이행"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회복하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가 제시한 포스트 코로나 시기 재정정책의 주요 과제다. IMF는 "긴급하게 확대했던 복지지출 중 필수적인 것만 사회안전망 제도로 흡수해 재정위기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보다 앞서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세입 확충과 재정 개혁을 실시한 나라들이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위기의 파고를 함께 겪었지만 이후 재정건전성의 경로는 엇갈렸다.

한국재정정보원이 발표한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주요국 정책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건전화 목표를 달성한 독일과 달성하지 못한 이탈리아의 차이는 금융위기 이전의 지출 구조조정 경험과 정책적 일관성"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은 통일 6년 만에 국가부채비율이 GDP 대비 39%에서 60%로 급증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2010년에는 82.4%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독일은 낭비성 지출을 삭제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독일 정부는 실업급여와 실업부조, 행정비용을 줄이고 세입을 늘리는 세 가지 정책을 병행했다.

독일은 실업급여 구조를 개혁해 장기실업자에 대한 혜택을 삭감했는데, 그 결과 2011년 이후 실업급여 재정비용은 2010년 대비 43억 유로 감소했다. 행정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무원과 연방 군 병력 감축을 실시한다. 세입 확충은 핵연료세·항공세·은행세 등의 신규 세원을 확보하고, 기존 세제에서는 에너지 관련 비과세를 줄이기로 했다. 

재정 건전화 노력의 결과, 2010년 82.4%로 치솟았던 부채비율은 2019년에는 59.8%로 하락해 마스트리히트조약의 '60% 이하' 조건을 충족했다.

같은 시기 이탈리아도 2011년 재정 건전화 계획을 발표한다. 2015년 재정수지 균형을 맞추고 기초재정수지 목표는 5.7%로 잡았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2011년 11월 정권 교체 후 기존 건전화 계획을 변경했다. 남유럽 재정위기까지 겹치면서 이탈리아의 2015년 재정수지는 -2.6%를 기록했다.

다만 두 나라 모두 세제 변화를 통해 세입을 확보하려던 계획은 차질을 빚었다. 독일의 은행세는 도입이 지연됐고, 핵연료세는 위헌 판결을 받았다. 이탈리아는 부가세율 인상으로 세수가 증가했지만 남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민간소비가 위축됐다.

때문에 재정정보원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세수가 확대돼 재정이 다시 안정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지출 감축이 수입 증대보다 계획대로 이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수입 증대를 목적으로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겠다는 계획은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계획했던 세율 인상 등이 지연되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한다.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는 "독일은 선진국 중 유일하게 부채 감축에 성공한 나라"라며 "좌·우 정권을 불문하고 재정건전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강력한 재정준칙을 도입한 게 성공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독일은 2009년부터 '부채 브레이크(debt brake)' 조항을 헌법에 명시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2016년부터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를 GDP 대비 0.35%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독일 또한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10% 포인트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채비율 감축 목표도 함께 세우며 재정건전성 회복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염 교수는 "돈을 풀면 다 된다는 재정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재정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국가부채를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의식과 좌·우 정권을 막론하고 재정건전성에 우선을 둔 정책 의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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