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가 쏘아올린 공직자 윤리] 허술한 직무윤리…떠오른 부동산 백지신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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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1-03-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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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LH 부동산 투기에 분노한 청년들 모여라 긴급 촛불집회'에서 한국청년연대와 청년진보당 등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후 공직자의 윤리 의식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부터 고위공직자들이 벌인 다양한 불법 투자행위가 종종 사회적 도마 위에 올랐지만 마땅한 개선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주식과 부동산 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점에서 국민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도 다양한 법안을 발의하며 이러한 불법 투기 현상의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허술한 공기업·공직자 직무윤리

이번 LH 사태가 벌어진 이후 사회에서는 공직자들의 윤리 의식 개선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과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등 비슷한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민감한 부동산 시세를 교란한 측면에서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또 과거 공직자윤리법이 고위공직자 중심에 초점이 맞춰져 공공기관 등에 대한 감시가 소홀한 부분도 이번 사태의 발생에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주식에 이미 적용된 백지신탁제를 부동산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식백지신탁제는 2005년 공직자윤리법에서 제정됐다. 공직자가 재임하는 기간에 3000만원 이상의 주식을 가진 경우 은행 등 수탁기관에 맡기고 재산 운용에 간섭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대상자는 국가의 정무직부터 지자체 및 공기업 등 세분화 했지만 대체로 장·차관, 기관장급 고위공직자에게만 해당해 적용범위에 사각지대가 많은 편이다.

특히 지난 2019년 조국 사태에서도 주식백지신탁제가 간접투자(펀드)에 관한 규정이 없어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위공직자가 주식을 처분한 뒤 관련 펀드에 투자하면 법적으로 재제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추적이 어려운 사모펀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에 최근에는 부동산 백지신탁제의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2005년 공직자윤리법에서 주식 백지신탁을 도입하는 과정에서부터 논의됐지만 끝내 도입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주택시장 정상화의 한 방편으로 '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을 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직자의 양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부동산 백지신탁제는 부동산 정책결정에 영향을 끼치거나 미공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등의 사람에게 주거용 1주택을 제외한 부동산 소유를 금지하는 제도다.

이 지사는 "'부동산으로 돈 벌고 싶다면 국민의 공복이 아닌 사업가를 하라'는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면서 "국민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의 현실에 걸맞은 특단의 대책이다"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공직자를 대상으로 다주택 처분을 권고했다. 또 올해 인사부터 다주택 여부를 인사고과에 반영토록 제도화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부동산 백지신탁제의 부작용도 존재한다. 우선 국민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인 특성상 현실에서 과도한 개인재산권 침해라는 지적도 있다. 헌법에서 존중하는 기본권과 충돌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2012년 주식 백지신탁제에 관한 판결을 내리면서 부동산과의 차이점을 언급한 바 있다. 헌재는 우선 부동산이 주식보다 고액이고 용도도 다양해 시장의 유동성 확보가 용이하지 않아 강제처분을 전제로 하는 백지신탁의 대상으로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또 외국의 사례에서도 부동산이 백지신탁의 대상에서 대부분 제외된 점을 예로 들었다.

아울러 헌재는 부동산이 주식에 비해 개인의 생존에 더 직접적인 형태로 연관돼 있어 처분의 강제는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크고, 정책에 의한 시세 변동성도 주식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LH 사태의 추이를 살펴봤을 때 주택보다는 토지에 벌인 투기 현상인 점을 참조해 관련 입법 혹은 보완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 등 봇물

LH 사태 이후 국회에서도 다양한 방지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 공분에 입법부가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이지만 다소 과격한 수위의 처벌도 발견된다. 대부분 부동산 투기 이익액에 비례한 벌금부과와 환수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금까지 '부동산 투기근절법'은 총 36건이 발의됐다. 공직자윤리법부터 부패방지법까지 다양한 법안이 나왔다.

가장 먼저 법안을 낸 의원은 민주당 소속의 문진석 의원이다. 문 의원은 공공기관 직원들이 비공개 정보를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누설할 경우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이익의 3~5배 벌금을 부과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도 같은 법안에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과 이익 몰수하는 내용을 넣었다. 이어 박상혁·정청래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은혜 의원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이익액 3~5배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는 내용의 법안을 냈다. 특히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처벌 수위를 높여 이익액의 10배를 벌금으로 부과하도록 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미공개 정보로 얻은 투기이익이 50억원 이상일때 5년 이상의 징역 혹은 최대 무기징역까지 내릴 수 있도록 했다.

투기를 막는 취지의 법안도 나왔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공직자 투기방지 3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의 부동산 투기 비위에 대한 징벌적 처벌과 재산 몰수가 법안의 골자다.

정치권에서는 이에 그치지 않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공직자 부패방지에 관한 각종 법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대책TF 회의에서 “공직사회 투기를 근절하고 재발방지 위한 제도적 입법화가 아주 중요하다"며 "공직자 투기 및 부패방지 5법을 최우선 입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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