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 반도체 공장 증설, 제3의 길 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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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03-15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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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스틴시와 세제 혜택 협상 난항...애리조나 외 평택·유럽까지 저울질

삼성전자가 미국에 약 170억 달러(약 19조3000억원) 규모 반도체 공장 추가 증설을 예고한 가운데 최종 입지를 두고 막판 변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 공장이 건설된 지역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와의 세제 혜택 협상이 원활치 않은 탓이다. 게다가 최근 이례적인 한파로 인해 기존 오스틴 공장이 셧다운(일시 중단) 상태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아닌 한국, 유럽 등에 반도체 공장을 증설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14일 반도체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시와 세제 혜택 관련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17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 증설 투자 조건으로 25년 동안 8억547만 달러(약 9000억원)의 세금을 감면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텍사스 역사상 투자와 인센티브에서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 제안을 시가 수용하면 현재 오스틴에서 운영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설 주변에 추가 공장 건설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공장 추가 증설로 인한 경제 효과만 86억4300만 달러(약 10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오스틴시가 해당 세제 혜택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의 고심이 깊어진 상황이다.

현지 외신 등은 오스틴시와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삼성전자가 뉴욕주 제네시 카운티와 애리조나 피닉스, 한국(평택) 등 4곳을 후보지로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애리조나는 삼성의 파운드리 최대 경쟁사인 대만 TSMC가 지난해 5월 120억 달러(약 14조7800억원)를 투자해 5나노미터(nm) 공정 설립에 나선 데다, 세제 혜택도 상당해 유력한 후보군으로 점쳐진다.

평택도 유력한 후보지로 다시금 거론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요람이 된 평택시는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한 상태다. 이번에 셧다운 된 오스틴 공장 재가동을 위해 투입된 인력 100여명도 모두 평택공장에서 파견된 이들로, 시설만 갖춰지면 공장 증설은 시간문제다. 이와 관련 사실상 ‘리쇼어링’을 위한 우리 정부의 파격적인 혜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유럽의 러브콜도 예상된다.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를 보유한 유럽에서는 올해 차량용반도체 품귀현상으로 반도체 생산량의 내수화에 힘쓰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180조원을 투입해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를 담당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약 10% 수준을 2배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유럽은 특히 5나노(nm) 이하 시스템반도체 공장 유치에 의욕적이다. 해당 공정은 삼성전자와 TSMC만이 가능하지만, TSMC는 최근 미국과 일본 현지 공정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유럽에 진출하는 것이 향후 전장사업 강화 차원에서 효율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위치는 물론 투자 여부도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된 터라, 삼성 입장에서는 투자계획을 공언하기 힘든 탓이다.

한편 삼성이 오스틴시를 떠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텍사스주 재계에서는 “인센티브를 주더라도 삼성전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20여년 전 텍사스주 의회가 인텔의 반도체 공장 신설과 관련된 우대 조치를 불허해 결국 인텔이 애리조나로 간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공장 조감도 [사진=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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