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중국의 칼 끝이 향한 곳 제대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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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교수/HK+국가전략사업단장
입력 2021-03-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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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양회(兩會)가 남긴 것

 

[강준영 외교대교수, HK+국가전략사업단장]



올해 중국 국정운영의 시작을 알리는 양회가 폐막됐다. 양회란 중국을 이끄는 공산당의 최고 정책 자문기구 역할을 하는 전국정치협상정치와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상 최고 권력기구로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지칭한다. 작년 양회는 코로나19 여파로 해마다 3월 초에 열리는 관례를 지키지 못하고 5월에 개최되었다. 정상적인 양회 개최는 중국의 국정운영이 정상화되었다는 선언인 동시에 미래 중국의 국정을 예측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국내적으로는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강조하는 두 개의 백년, 즉 공산당 창당 100년과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년을 통해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되겠다는 ‘중국의 꿈(中國夢)’ 달성의 교두보인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오는 7월이다. 전면적인 중산층 사회(小康社會) 건설 완성과 지속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내년 2월에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치러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내년 10월경 중국공산당 제20차 대표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하는 전환의 시기다. 시진핑 후계구도와 관련해서도 주목을 받았지만 후계구도는 공산당과 당 대표대회 결정 사안인 만큼, 양회에서는 분위기 감지는 가능하지만 직접적 언급은 찾아보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대외적으로는 새로 출범한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의 지속적 대중 압박 천명에 대한 대응과 정책 방안을 수립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미국의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첨예한 무역 분쟁의 연장선상에 있고, 코로나19 발원지 논쟁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의 압박 기조 하에 조직적·규범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의 재건과 전통적 동맹관계의 복원과 강화를 통해 국제사회와 연대한 대중 압박에 초점을 맞추면서 인권과 민주 등 보편가치를 내세우는 가치 논쟁으로 전선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정책자문기구인 정치협상회의는 다양한 민생 문제에 대한 제안과 함께 시 주석 중심의 지도체제 옹호를 강조할 수밖에 없었지만,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국내외적 상황에 대한 중국의 중장기 계획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최고 권력의 최고 행사기구인 국무원은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작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주요국 중 유일하게 2.3% 플러스 성장한 것을 강조하면서 올 한 해 경제사회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올해부터 시작되는 14차 5개년 경제사회발전 규획을 심의·통과시키고,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의 기초 완성이라는 중장기적 플랜도 통과시켜 ‘정책의 정상화’를 강조했다.

특히 이들 계획에는 지속적인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과학기술 자립과 기존의 대외 지향적 성장 모델과 함께 강력한 내수 시장 구축을 강조하는 쌍순환(雙循環) 전략을 구체화시키는 정책 방안들이 포함돼 있다. 이미 미국 GDP의 75%에 육박한 경제력을 의식해 성장률도 6%대 유지라는 보수적 수치를 제시했고, 14차 5개년 규획에서는 성장률도 제시하지 않았다. 코로나의 불확실성과 부채 및 부동산 거품 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소위 회색코뿔소(gray rhino), 개혁 동력의 부재로 야기된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 위험 등에 대비하면서 미국과의 경쟁 격화를 통한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에 대비해 미국을 의식한 면도 보인다.

그러나 핵심은 이들 중장기 계획의 이면에 미국과의 경쟁에서 물러서지 않으려는 중국의 의지가 들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의 ‘중국제조(中國製造)2025’에 대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8대 산업분야 육성 방침에 따라 7개 과학기술 영역 투자 형태로 기술 자립을 위한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10년간 칼 하나를 간다’는 분명한 의지를 피력한 것은 사실상의 대미 기술 항전을 선언한 것이다. 이는 여전히 세계 부품 공급망(GVC)에서 중국의 지위를 유지·강화하고, 해외의존도를 낮추면서 대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여기에 작년 11월 15일 타결된 RCEP(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에 대한 비준 준비를 마쳤다며 다른 국가의 비준도 독려하는 등 국제통상질서 재편에도 적극적이다. 또 미국과 영국 및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 내 인권과 홍콩 문제를 언급하자 ‘내정 문제’임을 강조하면서 진정한 일국양제(一國兩制) 실현을 명목으로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愛國者治港)' 원칙에 따라 통제를 강화하는 선거제 개편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키는 한편, 미국의 대만 지원과 대만의 미국 경사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코로나 백신 제조국으로서 상호 백신접종을 인정하는 ‘백신 여권’ 도입도 추진하는 등 국제 이슈 선점에도 관심이 많다.

문제는 중국의 이러한 정책 운용 계획과 구상이 우리에게 주는 함의가 무엇인가이다. 미·중 간의 대결 구도는 전술적 조정은 가능할 수 있지만 이미 상수(常數)가 된 지 오래다. 한·미 간의 방위비 협상 타결로 동맹의 친밀도는 증대됐지만 미국의 동맹기능 확대 요구는 한국 정부에 부담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 10년간 칼을 갈면서 매진하겠다고 선언한 기술전략 분야가 우리 미래 먹거리와 겹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 분야에서 한국을 앞서가고 있는 중국의 산업기술 경쟁력이 우위를 점한다면, 미·중 사이에서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는 우리에게는 경제적으로도 현실적인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중의 갈등 파악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총력전을 전개하는 중국의 기술 산업 굴기에 대한 대비도 매우 시급하다.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체회의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정책 자문기구인 정협의 전체회의는 매년 거의 동시에 열려 양회로 불린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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