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버킹엄 민낯, 美 1710만명 지켜봐…침묵 중인 英 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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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3-0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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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해리 부부 사전 인터뷰, 美 황금시간대 방영

  • 마클 왕자비 폭로, 英 왕실 '인종차별' 문제 확산

  • 15일 英 현지 방영 예정…논란 당분간 계속될 듯

  • 영국 정부·왕실 '침묵' 유지…英 총리 "여왕 존경"

영국 해리 왕자 부부. 7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은 해리 왕자 부부와 오프라 윈프리의 단독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AP·연합뉴스]



영국 해리 왕자 부부가 자신의 가족인 영국 왕실의 ‘인종차별’ 문제를 거론하는 장면을 미국인 1700만명 이상이 지켜본 것으로 집계됐다.

8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미국 CBS 방송에서 방영된 오프라 윈프리의 영국 해리 왕자 부부 단독 인터뷰는 미국에서만 실시간으로 1710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시간) 호주 신문 1면을 장식한 영국 해리 왕자 부부. [사진=AP·연합뉴스]

 
◆美, 英 왕실 관심 재확인···억만장자, 할리우드 저택도 무상제공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리 왕자 부부의 인터뷰는 지난주 시청자 540만명을 기록했던 NBC의 골든글로브보다 주목을 받았다”면서 “영국 왕실에 대한 미국 내 관심이 높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삶을 그린 드라마 ‘더 크라운(The Crown)’이라고 언급했다.

블룸버그통신도 “1700만명 이상의 시청자는 주요 스포츠 이벤트에서나 볼 수 있는 숫자”라며 “영국 왕실 가족 이야기가 미국인들의 마음을 계속해서 사로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전날 방송된 해리 왕자 부부 인터뷰는 이들이 지난해 영국 왕실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거주지를 옮긴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인터뷰로, 사전녹화돼 미국 TV 황금시간대에 전파를 탔다.

WSJ은 앞서 CBS 방송이 이번 인터뷰를 위해 인터뷰 진행자 윈프리의 제작사 하포 프로덕션에 최소 700만 달러에서 최대 900만 달러(약 102억원)를 지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해리 왕자 부부 인터뷰 방송은 ‘100억원짜리 폭로’로 불리며 방영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고(故)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의 차남인 해리 왕자는 지난 2018년 5월 19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미국 할리우드 배우 출신인 메건 마클과 결혼했다.

마클 왕자비는 미국인이라는 점 이외에도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고, 이혼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보수적인 영국 왕실이 ‘혼혈 외국인’을 가족으로 맞이하기로 했다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 때문이었다.

결혼 전부터 마클 왕자비를 향한 강한 시선은 해리 왕자 부부의 왕실 생활을 불행하게 했고, 결국 이들은 영국 왕실로부터 독립을 선언해 충격을 줬다.
 

7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에서 방영된 영국 해리 왕자 부부 인터뷰를 미국인 1710만영이 실시간으로 지켜봤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진=AP·연합뉴스]


독립선언 후 캐나다에 머물렀던 이들은 왕실의 재정적인 지원이 끊기자 미국 캘리포니아로 거주지를 옮겼다. 이 과정에서 미국 할리우드의 억만장자로 흑인 배우 겸 감독인 타일러 페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메건과 해리에게 집을 준 미국의 거물’이라는 기사를 통해 페리 감독이 해리 왕자 부부에게 집과 경호 인력을 무상으로 내주며 이들의 미국 정착을 도왔다고 보도했다.

페리 감독은 6억 달러의 자산가로, 지난 2011년 포브스지가 선정한 연예인 소득 상위 순위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감독과 가수 엘튼 존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고, 지난해에는 억만장자 명단에 올랐다. 해리 왕자 부부는 전날 인터뷰에서 페리가 자신의 할리우드 저택에 머물며 경호 인력을 쓸 것으로 제안했다고 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사진=AP·연합뉴스]

 
◆인터뷰, 15일 英 방영 예정···왕실 인종차별 논란 거세질 듯

해리 왕자 부부의 인터뷰로 촉발된 영국 왕실의 인종차별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미국에서만 방송된 이번 인터뷰가 오는 15일 영국에서도 방영될 예정이라는 이유에서다.

마클 왕자비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왕실의 일원으로 보호받지 못했다면서 아들 아치의 출생과 관련해 왕실 관계자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들이 태어났을 때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울지 등에 대한 우려와 대화들이 오갔다”면서 “왕실이 아치를 왕자로 만들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해당 발언을 한 인물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인터뷰 이후 ‘인종차별’ 발언을 한 인물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윈프리는 인터뷰 뒷이야기를 전하며 “해리 왕자가 (피부색 문제를 거론한 인물이) 여왕 부부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기회가 닿으면 이를 알리지 원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영국 왕실과 정부는 아직 ‘인종차별’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왕실 가족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들과 관련해선 그동안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면서 “오늘도 이런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다만 존슨 총리는 “나는 늘 여왕이 영국과 영연방 국가에서 수행하고 있는 통합적인 역할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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