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예리 "'미나리', 배우 인생 큰 전환점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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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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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 모니카 역의 배우 한예리[사진=판시네마 제공]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기점으로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까지 휩쓸며 전 세계 영화제 78관왕을 기록한 영화 '미나리'. 더 이상 수상 이력을 꼽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전 세계 영화인에게 엄청난 반응을 끌고 있다. '미나리' 흥행 돌풍의 중심에 있는 배우 한예리(37)를 만났다.

"'미나리'가 매일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것 같아 행복해요. '미나리'가 많은 이의 공감을 얻는 건, 누구나 살면서 꺼내 보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누구나 모니카가 될 수 있고, 순자나 제이콥이 될 수 있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일부를 담담하게 그려내는 것이 '미나리'의 아름다운 지점이에요."

미국계 한국인인 정이삭 감독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백하게 영화에 녹여냈다. 감상에 빠지거나 도취하는 법 없이 거리를 두고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내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다. 영화를 만든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를 두고 "세상 모든 부모를 향한 러브레터"라고 정의한바.

극 중 희망을 지켜내는 엄마 모니카 역을 맡은 한예리는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심정을 인물에 녹여내며 엄마 '모니카'를 완성해냈다. "처음 만나자마자 '모니카'에 딱 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라는 정이삭 감독의 말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게, 그는 모니카라는 인물을 깊이 이해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도록 노력했다.

"정이삭 감독님과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나눴어요. 유년 시절부터 우리가 바라본 추억 등등. 그러면서 우리의 어린 시절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함께 모니카를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감독님이 정말 정말 좋은 분이셔서 '이 사람과는 뭐든 했으면 좋겠다. 행복하고 즐겁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로도 그랬고요."

영화 '미나리' 모니카 역의 배우 한예리[사진=판시네마 제공]


모니카는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남편 제이콥(스티브 연 분)과 함께 미국 낯선 땅 아칸소로 온다. 넓은 들판이 펼쳐진 외딴곳, 덩그러니 놓인 이동식 주택에 마음이 심란한 그녀.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반갑지 않지만, 남편을 믿기로 한다.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고 몸이 약한 아들 데이빗(앨런 김 분)을 보살펴줄 베이비시터를 구하던 중 한국에 있는 엄마 순자(윤여정 분)를 모셔오기로 하고 점차 안정감을 찾아간다.

앞서 '미나리'는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제작사 '플랜B'에서 제작한 할리우드 영화지만, 전체 예산은 20억원에 불과하다. 독립 영화 정도의 규모인 셈. 배우들은 제작비도 아낄 겸 연기 호흡에도 도움을 줄 겸 촬영 기간 내내 한 집에서 생활했다고.

"실제 현장이 가족 같은 분위기였어요. (그런 분위기가) 영화에도 잘 드러난 것 같아요. 윤여정 선생님과 에어비앤비에서 생활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호텔에서 지내는 것보다 더 가족적이더라고요. 소통도 빨랐고요. 윤여정 선생님이 왜 '에어비앤비에서 지내자'라고 했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영화나 캐릭터에 접근할 때도 좋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그의 말대로 윤여정과 한예리는 실제 '모녀' 같은 호흡으로 많은 이들을 울리고, 웃겼다. 관객들 사이에서 많이 언급되는 엄마와의 재회 신은 한예리에게도 의미 깊은 장면이라고.

"한국에서 온 엄마와 오랜만에 마주하는 장면이 있어요. 타지에서 생이별하듯 엄마를 두고 온 것에 관한 미안한 마음과, 재회 했을 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찬 마음이 교차했을 거예요. 촬영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많은 생각을 했어요. 명확한 감정들만 가져가려고 했어요. 그래서 움직임, 동선, 물건 등 위치만 정해놓고 빠르고 정확하게 (촬영을) 진행했어요."

영화 '미나리' 모니카 역의 배우 한예리[사진=영화 '미나리' 스틸컷]


이상적인 꿈을 꾸는 남편 제이콥과는 달리 엄마 모니카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한예리는 '모니카가 왜 제이콥과 함께 했을까'를 중점적으로 고민했다고.

"모니카의 원동력은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가족을 사랑하고 안전하게 생활하며 그들이 헤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게 모니카의 뿌리였을 거예요. 제이콥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제이콥을 사랑하기 때문에 곁에 있었죠. 연애하던 시절을 지나 아빠가 되기까지. 이 사람을 좋은 남자라 생각했을 거고 아름답고 빛나는 사람이라고 여겼을 거예요.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죠."

딸 앤(노엘 케이트 조 분)과 아들 데이빗(앨런 김 분)에 관해서도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기자간담회나 인터뷰 등에서도 아이들을 언급, "우리 아들·딸이 정말 귀엽지 않으냐"라며 애정을 드러냈던바. 한예리는 촬영 현장에서 만난 노엘 케이트 조, 앨런 김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앨런과 노엘 만의 건강함 그리고 신선함이 있어요. 제작 여건 등 현장이 쉽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이 잘 해냈고 또 많이 애써주었죠. 함께 대화를 나눌 때면 정말 즐거웠어요. 솔직하고 거리낌이 없어서요. '너 배우 할 거야?' 물었더니 '너무 더워서 못 할 것 같아'라고 말하기도 하고. 하하하. 계속 그렇게 자라주었으면 좋겠어요."

엄마이자 딸인 모니카는 많은 여성의 공감을 얻은 캐릭터다. 실제로는 미혼인 한예리는 또래 친구들, 어머니를 생각하며 연기에 임했다고.

"많은 여성을 생각했어요. 모니카는 그 무렵 저의 어머니와도 연배가 비슷해요. 엄마가 된 또래 친구들을 생각하기도 했고요. 극 중 시대 배경을 보며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기 쉽지 않았을 거로 생각했어요. 영화는 부모의 성장, 아이의 성장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고 그 성장통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서.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고요."

[사진=영화 '미나리' 스틸컷]


영화 '미나리'가 전 세계 영화제를 휩쓸며, '제2의 기생충'이라는 수식어도 생겼다. 전 세계 유수 영화제를 휩쓸고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장악한 '기생충'과 닮은 행보를 보이기 때문.

"솔직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요. 하하하. 좋은 소식이 들려서 기분은 좋지만 제2의 '기생충'이다, '기생충' 같은 행보를 기대하는 분들도 있어서 사실 부담도 있어요. 우리 영화도 잘 만들어졌지만 두 영화의 결이 다르기 때문에…. 기대감이 큰 것 같아 살짝 긴장도 돼요."

특히 한예리가 직접 가창한 영화의 엔딩곡 '레인 송(Rain Song)'은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OSCAR) 주제가상 부문 1차 후보로 노미네이트 된바. 그는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생각지 않았다"라고 말문을 뗐다.

"정이삭 감독님께서 엔딩곡을 불러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하겠다'라고 했어요. 영화 음악을 담당한 에밀 모세리 감독님이 현장에서 '레인 송'의 멜로디를 들려주셨는데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자장가처럼 편안하게 불러주면 좋겠다고 하셔서 부담 없이 불렀어요. 그런데 그 곡이 오스카 OST 부문 1차 후보에 오르다니. 하하하. 신기한 마음이에요."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매일 해외 매체에서 대서 특필되고 있는 상황.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은 없냐"라는 말에 한예리는 고개를 젖히며 웃어 보였다.

"전혀 없어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답니다. 하하하. 지금 이렇게 사랑 받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만족스러워요."

영화 '미나리' 모니카 역의 배우 한예리[사진=판시네마 제공]


한예리는 2005년 단편영화 '사과'로 데뷔, 2012 영화 '코리아'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챔피언' 드라마 '청춘시대' '녹두꽃'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해왔다. 오랜 시간 연기 활동을 해왔던 그에게도 '미나리'는 전환점이 되는 작품임이 분명해보였다.

"'미나리'는 좋은 에너지, 좋은 사람들을 얻게 해준 작품이에요. 많은 사랑을 받았고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은 배우지만 뒤돌아보았을 때 '미나리'가 큰 전환점이 되지 않았을까요? 제가 어떤 선택을 할 때도, 저를 선택하실 때에도 영향을 주는 작품이 될 거에요."

인터뷰 말미, 한예리는 짧게 영화를 돌아보았다. 엔딩 장면을 보며 안도감을 느꼈다는 그는 "이렇게 또 살아가는구나" 싶었다며, 감사한 기분까지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미나리'는 아름다운 영화라고 생각해요. 홀로 이 영화가 좋은 점들을 나열해보았는데 문득 '아, 이래서 이 영화가 이렇게 아름답구나' 싶더라고요. 하하하. 관객분들도 (영화가) 따뜻하고 아름답다고 기억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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