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시장민주화의 주인공은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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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기자
입력 2021-03-0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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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대용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사진=소비자시민모임 제공]


사법연수원에 재직 중 우연한 기회에 소비자시민모임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그 당시 열악한 환경에서 소비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헌신하는 많은 선생님들의 열정과 봉사정신에 무척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프리랜서처럼 소비자시민모임을 포함한 다양한 소비자단체의 활동을 도와줬다. KBS 소비자고발 등과 같은 방송사의 소비자 관련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의협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렇게 소비자운동에 관여해 온 지 어느덧 20년이 되었고, 2019년에 소비자시민모임의 회장으로 부름을 받았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소비자문제의 실상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소비자문제를 담당하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부서는 늘었고 담당자들의 수도 증가했는데, 주변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아직도 시장민주화를 위한 핵심 내용이 법과 제도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민주화를 진정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규제에서 민간 주도의 규제로, 공무원 중심의 규제에서 소비자 중심의 규제로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전환돼야 한다.

소비자문제를 해결한다는 미명하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규제권한을 강화하는 것은 적절한 대책이 되지 못한다. 기업이 5200만 소비자의 눈을 속일 수는 없지만, 공무원의 감시는 얼마든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문제에 대한 규제권한을 관(官)이 가지게 되면, 기업은 해당 부처나 공무원에 대한 대응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래서 소위 대관업무가 중요하게 될 뿐이고 정작 중요한 당사자인 소비자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 배제된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소비자문제가 이런 과정을 반복해 왔다.

이런 문제 인식 하에 소비자단체들은 소비자문제 해결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이른바 소비자3법(집단소송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의 입법을 위해 전력을 다해왔다.

그러나 매번 정권 초기나 국회 개원 초기에 약속하였던 공약(公約)은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되어 버렸고 그렇게 지난 20여년이 흘러왔다. 그 결과 진정한 시장민주화를 위한 필수입법은 아직도 제자리이다.

제21대 국회에서는 소비자3법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 부디 깊이 있게 성찰해 주었으면 한다. 소비자3법은 소비자만을 보호하자는 법이 아니다.

소비자3법은 우리나라 기업과 소비자들이 상생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자는 법이며, 우리나라 기업들을 내셔널 챔피언(national champion)에서 글로벌 챔피언(global champion)으로 만들기 위한 기업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이다.

소비자3법은 국가의 규제를 최소화하고 시장의 주체인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 상생을 도모하자는 법이다.

소비자3법은 사업자의 불법행위 방지 및 억지 효과, 사회적 비용 절감효과는 물론이고 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고도의 정보화 사회와 네트워크 사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국민의 의식은 날로 발전해 앞서 나가고 있다. 이러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소비자 관련 이슈도 경제·사회 정책의 부수적 과제가 아닌 핵심과제로 접근해야 한다.

경제민주화의 중요한 주체 중 하나가 소비자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으며, 소비자의 현실 인식과 행동역량 강화를 통해 견실한 시장환경을 형성할 때 우리나라 시장경제체제의 성숙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경제민주화의 주인공은 소비자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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