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푼다①] “1인 주거, 400실 규모 코리빙으로 해결”

신보훈 기자입력 : 2021-02-22 18:26
'임팩트 디벨로퍼' MGRV 조강태 대표 인터뷰 월세 65~75만원 원룸 시장 타깃...“대체재로써 선택지 제공” 300~500실 스케일업 실험...“사회 문제 해결하며 지속가능성 확보”
[편집자 주] 스타트업의 존재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일자리 만들기, 수출 확대 등 다양한 기능이 존재하지만, 본질은 사회 문제를 정의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 있다. ‘스타트업이 푼다’에서는 주거‧저출산‧교육 문제를 기업 관점에서 풀어보려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준비 과정에 수십조 원의 예산이 해마다 투입되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다. 스타트업은 우리 사회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변수다. 규모는 작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와 실행력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주인공들을 소개한다.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 이유로 ‘1인가구의 급격한 증가’를 언급했다. 전체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가구 수가 늘어나면서 개별 주거 공간이 더 많이 필요해졌고, 공급이 이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가구 수는 614만7516가구다. 어느덧 전체 가구 수의 30.2%를 차지하고 있다.

1인 주거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4인 가구가 공간의 기본형이었을 때와 비교하면 전용면적이 줄어들지만, 부엌‧화장실‧침실 등 필수 공간은 유지돼야 한다. 이것들을 다 포함한 1인 주거 공간을 만들면 가격이 비싸진다. 여럿이 함께 사용하던 공간을 혼자서 감당하다 보니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주요 공간을 공유해 주거비용을 낮추는 셰어하우스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특히, 생활패턴이 다양한 직장인들에게 대안이 되지 못했다.

1인 가구의 상당수는 월세만 60만원이 넘는 원룸을 선택한다. 공간 활용도와 프라이버시, 가격 등을 종합했을 때 원룸만 한 공간도 없다. 엠지알브이(MGRV)는 1인 가구에 한 가지 대안을 더 제시해주고 싶었다. 월세는 비슷하지만, 원룸에서 생각하기 힘들었던 쾌적한 공용공간을 제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코리빙 브랜드 ‘맹그로브(mangrove)’를 론칭한 이유다.


다음은 조강태 MGRV 대표와 일문일답.

 

[조강태 MGRV 대표. 컨설턴트 출신인 그는 HGI를 거쳐 MGRV를 이끌고 있다. '임팩트 디벨로퍼'를 자처하는 그를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났다.(사진=MGRV)]



- 회사명이 독특하다

“회사명보다는 브랜드 이름이 더 중요하다. 코리빙 브랜드가 ‘맹그로브’다. 열대지방에서 나는 수련식물이 모티브가 됐다. 생김새는 안 예쁘지만, 쓰임새가 너무 예뻤다(맹그로브는 쓰나미 등을 막는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 염분을 여과해 바닷물을 민물로 만들 수 있고, 때로는 무산소 상태 토양에 산소를 공급해주기도 한다). MGRV는 맹그로브의 앞글자를 땄다. 여러모로 우리 회사가 바라는 (방향성) 모습 그 자체다.”


- MGRV는 어떤 사업을 하나

공유 주거사업이다. 공유 오피스와 비슷한 개념이다. 개인 공간은 딱 필요한 정도만 쓰고, 나머지는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해 혼자 이용할 때보다 합리적 가격으로, 쾌적하게 사용한다. 부모님 집에서 살 때도 방은 좁지만, 거실이나 주방 등 다른 공간은 함께 사용하지 않나. 공유주거 공간의 주요 고객은 사회초년생과 대학생이다. 이들은 라운지나 카페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맹그로브는 개인 침실이 작더라도 다른 공간을 충분히 제공한다.”


- 왜 코리빙 사업을 선택했나

“도시 안에 1인 가구를 위한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전 세계적으로 공유 공간의 효용성은 이미 증명됐다. 코로나19 기간에도 마찬가지였다. 유럽과 아시아 주요 도시만 봐도 공유 주거 서비스는 매년 2~3배 성장 중이다.

기존에도 셰어하우스 공간이 있었지만, 룸 셰어라는 개념이 고객들의 불만을 쌓아왔다. 코리빙은 셰어하우스의 문제를 풀어내면서 도시 속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다. 개인 공간은 아예 분리하고, 커뮤니티 공간을 대형화해 비용을 줄이는 거다. 한국은 코리빙 산업이 시작된 지 2~3년밖에 안됐다. MGRV는 트랙 레코드를 만들면서 코리빙 개발에 특화한 부동산 펀드를 만들고, 글로벌 사업으로 키워보려 한다.“


- 성장 속도가 빠르다

“시작은 임팩트 투자사 HGI 부동산 투자팀이었다. 2016년에 제가 합류하고, 2019년 분사했다. 초창기 직원은 6~7명이었는데, 현재 22명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도 유치했다.

그동안 부동산 산업은 고객이 공간을 소비하면서 충분한 비용을 지불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우리는 고객이 충분한 가치를 전달받고 있는 지에서부터 출발했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주거 시장은 파편화‧개인화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은 변하는데, 선택지는 부족했다. 1인가구의 주거 공간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필요했다. 수익을 추구하지만, 사회적으로 만들어 내는 가치가 명확한 사업모델이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투자자에게도 MGRV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강조했다.“

 
1인 가구를 위한 원룸 대체재

- 주거 문제에 한정해보자. 저소득층, 신혼부부, 고령층 등 다양한 계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왜 1인 주거에 초점을 맞춘 건가

“다양한 형태의 주거 문제를 검토해봤다. 내부적으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시니어 계층은 사업 모델이 개발되기 전이다. 공간과 함께 케어가 필요한데, 아직 사업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다. 신혼부부의 경우는 전세가 가장 적합하다. 민간에서 주거 서비스를 제공해도 경제적 측면에서 전세보다 우수하지 않다.

1인 가구는 삶의 기반이 불안정하지만, 도심 안 주거 공간이 필요하다. 이들은 보통 월세를 선택하는데, 사업화를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살펴보면, 서울이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주요 도시 중 가장 높다. 24년의 소득을 모두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인데, 지난 10년간 이 기간이 2배 늘었다. 사회초년생은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렵고, 어쩔 수 없이 주거공간을 소비하고 있다.

1인 주거 시장을 세분하면 고시원, 오피스텔, 원룸으로 나눌 수 있다. 고시원 시장은 사업화가 어려웠고, 월세 120만원 이상 오피스텔 고객층에게는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가 없었다. 타깃은 평균 65~75만원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원룸 시장이었다.

원룸 고객층은 전체 (1인 가구 중) 60% 이상이다. (수요는 많지만) 시장은 낙후돼 있다. 안전하지도, 쾌적하지도, 가격이 합리적이지도 않다. 모양도 다 네모난 집뿐이다. 공유 주거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주 저렴하지는 않지만, 맹그로브 공간을 이용하는 분들에게 쾌적한 대체재를 제공한다. 이 공간을 통해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 내고, 젊은 세대의 고민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기존 원룸과 어떻게 다른가

“가격 측면에서는 원룸과 비슷하다. 가격보다는 비용에 대한 효용 측면에서 가치를 제공한다. 프라이빗한 1인 공간과 함께 코워킹 카페, 커뮤니티 라운지, 프라이빗 피트니스룸, 공용 키친, 요가‧명상 룸 등을 제공한다.”

 
공유오피스를 뛰어넘는, 초대형 코리빙 공간
 

[자료=MGRV]


- 코리빙 공간의 운영 현황이 궁금하다

“서울 숭인동에 24실 규모의 1호점을 운영 중이다. 6월에는 400명 규모로 대형화한 공간이 오픈하다. 연말과 내년에는 각각 300실, 400실 규모의 공간이 개발될 예정이다.”


- 20실 규모 공간이 400실로 늘어나면 어떤 변화가 생기나

“공유 주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유 공간이다. 작은 건물 하나에서 나오는 공유 공간은 제한돼 있지만, 대형화하면 개인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면서 다양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1인 가구도 2~3명이 대화할 공간, 10명이 함께 식사할 공간이 필요할 수 있다. 카페처럼 사용하면서 혼자 사용할 공간도 요구된다. 규모가 커질수록 다양한 상황의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 공유 주거 상품은 공유 오피스와 비교할 때 사업화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규모의 경제가 충족되지 않고, 비용 대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공유 주거 모델은 공유 오피스와 성격이 다르다. 공유 오피스는 효율적이고, 빠르게 확산 가능하다. 다만, 도심과 주요 업무지구 대로변을 벗어날 수 없다. 시장은 한정돼 있고, 비용도 높다. 공유 주거 입지는 꼭 서울일 필요가 없다. 주요 도시면 가능하고, 대로변이 아니어도 임대료를 낮춰 개발할 수 있다. 두 모델은 사업적으로 유사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주거 쪽에 더 많다.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 바라보면 확산 가능성도 크다.

수익률 측면에서 보자. 공유 오피스 모델은 경기가 좋을 때 수익률이 굉장히 높지만, 시장이 조금만 안 좋아지면 다운사이드 리스크가 크다. 공유 주거 모델은 수익률이 높진 않지만, 안전성이 뛰어나다. 자본시장에서도 여러 가지 성격의 자금이 있다. 수익률은 조금 낮지만, 안정적으로 운용하길 원하는 자금이 있다. 그런 성격이 공유 주거 모델과 잘 맞는다.“


- 핵심은 대형화인 것 같다

“우리 팀은 고객과 시장을 굉장히 많이 스터디 했다. 이 조사에만 8개월~1년이 걸렸다. 셰어 하우스의 문제점부터 시작해 도쿄‧뉴욕 등 전 세계에서 코리빙 공간을 직접 경험했다. 직원들이 직접 살아보기도 하고, 고객별로 어떤 문제를 겪는지 공부했다. 개발 중인 300~500실 규모의 대형 공간에는 그동안의 스터디 결과와 1호점 운영 경험을 종합적으로 적용한다. 검증된 결과를 바탕으로 대형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코리빙 공간을 개발하는 여러 가지 방향성이 있지만, MGRV는 대형화를 선택했고 국내에선 이 방향성으로 가장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1인 주거 문제에 대한 변수
 

[사진=MGRV 홈페이지]


- 주거 공간 문제 해결은 공공의 영역 아닌가. 대기업도 아닌 스타트업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공공에서 충분한 답을 냈다면 우리도 시도하지 않았을 거다. 공공에서는 (예산과 인프라를 활용해) 탁월하게 풀어낼 수 있는 분야가 있다. 하지만 (1인 주거 정책에는) 비어 있는 부분이 있다.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분들은 정부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 외 (월세 65~75만원을 지불하는) 고객의 주거를 공공에서도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느냐는 또 다르다.

글로벌 사례를 봐도 공공은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민간은 대안을 제시하는 형태로 협업하고 있다. 런던, 뉴욕, 도쿄에서도 공공과 스타트업이 합작해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많다. 공공은 여러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해서 속도가 느리지만, 우리는 속도감과 에너지가 있다.“


- 부동산 문제를 정책으로 접근하는 대신, 스타트업과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면 실마리가 풀릴 수도 있겠다

민간과 공공이 함께 하는 순간 답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 주택이 좋은 사례다. 최근에 시도된 공실 호텔의 코리빙 공간 조성은 공공에서만 시도할 수 있다. 공공이 새로운 시도로 긍정적인 가치를 만들어 냈다면 이 과정을 민간에도 허용하고, 기대를 걸어보면 어떨까. 공유 주거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면 주거 문제에 답을 제시할 수도 있다.

국내 코리빙 사업은 규제 측면에서 글로벌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해외 주요 도시에서는 주거 문제 해결책으로 공유 주거에 주목해, 이를 위한 허가 기준을 별도로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10년, 20년 전 기준을 적용한다. 과거 법규에 따라 개발하면 화장실부터 주방, 주차장 등 기존 주택의 모든 공간을 갖춰야 한다. 역세권에 사는 1인 가구는 차량을 보유하지 않을 수도 있고, 4인 가구 단위의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 기준에 따라 공간을 구성하다 보니 주거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고객에게 전가된다.


- MGRV의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의 DNA는 똑같다. 문제를 풀어내는 수단으로서의 비즈니스를 실현하는 것. 현실의 문제를 풀지만, 모두를 위한 50점까지 대안이 아닌 특정 계층을 위한 90점, 100점짜리 대안을 만들고 싶다.

단기적으로는 1인가구의 주거 문제를 풀어내려 한다. 그것이 행복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회초년생이 자기답게 살 수 있도록 커뮤니티 기반으로 문제를 풀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라이프 스테이지 별로 겪는 문제를 풀어내고 싶다. 한 가정이 (경제‧주거 문제로) 행복이 위협받기 시작하는 순간은 아이를 키우기 시작할 때부터라고 생각한다. 이는 아이에게도 영향을 준다. 또, 시니어 단계에선 불안한 소득과 사회적 고립감을 해결하면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겪을 때 “맹그로브에 가면 함께 논의할 수 있다”라고 생각되는 파트너 같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사회초년생, 아이 키우는 부부, 노년층의 문제를 공감하고, 풀어내는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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