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3만 돌파] ②사무라이 개미는 여전히 판다…"기형적 시장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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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02-1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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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대 기관 2개가 지배하는 상황…"주가상승 열매는 개인에게 안가"

일본 증시가 버블시대 수준까지 회복됐다. 15일 닛케이평균지수는 30년반만에 3만대를 돌파했다. 잃어버린 30년을 되찾았다는 환호성이 나올 법 하지만, 최근의 급등을 바라보는 일본 내부의 시선이 미묘하다.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미국이나 한국 등 글로벌 시장과는 다르게 일본 증시 상승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곳은 바로 일본 중앙은행과 공적연금 등 기관이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의 개미투자자들은 여전히 매수가 아닌 매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가와사키 다케시(川崎健) 편집위원은 "닛케이지수는 3만엔 대를 회복했지만, 이를 주도하는 것은 외국인과 일본은행으로 개인에게는 (주가상승) 혜택이 잘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와사키 위원은 주가는 과거 수준으로 돌아갔지만, 주식을 소유하는 주체는 크게 변화했다고 짚었다. 지분을 갖고 있거나 재테크 방식으로 운용하던 은행과 사업체는 버블 붕괴 이후 주가 급락에 못 이겨 보유 주식 처분을 이어갔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 울트라 버블 시대 달아올랐던 주식시장에서 개인들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버블 붕괴 이후 일본 내에서는 주식투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졌다. 

가와사키 위원은 "일본 개인들은 최근 30년간 계속 보유 주식을 팔고 있다."면서 "1990년도말에 20.5%였던 개인 투자자의 지분 비율은 2019년도 말까지 최저 16.5%까지 떨어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절반에 달하는 가구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금융자산 중 주식과 투자신탁의 비중이 45%를 차지하는 반면 일본은 개인 금융자산의 과반을 현금과 예금이 차지하고, 주식과 투신은 합계 13%에 그친다."면서 "일본 주식이 역사적 수준을 회복해도 많은 국민들에게는 '남의 일'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개인이 판 주식을 사들인 것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의 지분 비율은 1990년도말의 4.7%에서 2017년도말에는 30.3%까지 올라갔다. 이후 2012년 말 시작된 아베노믹스가 주춤해진 이후 외국인조차 일본 주식을 팔기 시작했고, 이를 사들인 게 바로 일본은행(BOJ)이다. BOJ는 중앙은행으로서는 전례없이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면서 일본 증시를 지탱해왔다. 

결국 지난해 말 일본은행(BOJ)이 결국 일본 증시 최대 지분 보유자로 올라섰다. NLI 리서치의 이데 싱고 수석시장전략가의 분석에 따르면 11월 기준으로 일본 주식시장 내 BOJ의 자산 규모는 약 45조1000억엔(약 46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본 전체 시총의 무려 7%에 달하는 규모다.

BOJ는 지난 2010년부터 ETF를 사들였다. 중앙은행이 직접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일본 금융당국은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과 경기하락 방어를 이유로 직접 시장에 뛰어들었다. ETF 매입은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더욱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BOJ는 올해 들어 ETF 매입을 더 확대했다. 지난 3월 BOJ는 12조엔에 달하는 일본 ETF를 매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당초 연간 목표치의 2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후 속도는 다소 느려졌으며, 당초 예상보다는 구매 규모가 줄었다.

그럼에도 2020년 말 BOJ는 일본 주식시장의 최대 '고래'로 등극했다. 세계 최대 연금펀드인 GPIF의 투자 규모도 앞질러버린 것이다. GPIF의 경우 9월말까지 최대 보유분을 기준으로 할 때 11월 기준으로 일본 증시 내 투자금인 44조8000억엔이라고 NLI는 집계했다.

공공 기관 2곳이 일본 증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2개의 고래로 자리잡은 셈이다. 일본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관제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오카조증권의 다카다 소우 이사장은 "닛케이지수의 3만엔대 회복은 일그러진 일본주의 보유 구조의 변화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다"면서 "외국인이나 일본은행 의존에서 벗어나 국내의 투자가가 시장을 지탱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가와사키 위원은 지난 1947~1950년 이뤄졌던 증권민주화를 참고해 2차 증권민주화를 추진하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1차 증권민주화는 미국 점령군(GHQ)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막고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재벌 본사 격인 지주회사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일본 족벌(族閥)이 소유하던 주식이 공개 분산됐으며, 주식은 소액화해 개인들이 널리 사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개인들이 곧 주식을 다시 매도하면서 별다른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일본 투자 고문업협회의 오오바 아키요시 회장은 "증권민주화를 위해서는 주식투자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고 상장기업의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노력이 우선 돼야 한다"면서 "이런 시스템이 갖춰질 때 국민이 폭넓게 주식시장에 자금을 투자하고 주가 상승에 의해서 풍요를 누리는 선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한 기반으로 가와사키 위원은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Corporate Governance Codes·CG)과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SS) 도입을 꼽았다. 일본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주주 등이 경영자들의 적극적 대처를 활발히 요구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지난 2015년 6월 CG를 도입했다. 앞서 일본 금융청은 기업들의 가치의 향상이나 지속적 성장, 고객 및 수익자의 중장기적 투자 수익 확대를 위해 2014년 2월 SS를 책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CG와 SS가 적절히 작용해 질 높은 기업 지배가 실현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중장기적인 투자 수익의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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