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스포츠]③ 설 연휴 바둑도 볼거리 풍성…소싸움·신민준 토크쇼 '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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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1-02-12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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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우보이 3총사 연승대항전'부터 '25대 기왕 신민준 LG배 정복기'까지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다. 설 연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는 축구선수 손흥민(29)을 시작으로 수많은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바둑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소싸움을 방불 케하는 85년생과 97년생 소띠들의 연승대항전과 메이저 세계대회 제25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에서 커제(중국) 9단을 누르고 우승한 신민준(21) 9단의 자전 해설 등 풍성한 볼거리가 준비돼 있다.
 

'카우보이 3총사 연승대항전' 첫 주자인 최철한 9단과 김명훈 8단[사진=한국기원 제공]


◆ 85년생 vs 97년생 '소싸움'···띠동갑끼리 한 판 붙자 '카우보이 3총사 연승대항전'

신축년(辛丑年)은 '하얀 소의 해'다. 설 연휴 소띠인 기사들이 바둑판을 앞에 두고 마주한다. 일명 '소싸움'이다. 프로그램 제목은 '카우보이 3총사 연승대항전'이다.

팀은 황소팀(85년생)과 송아지팀(97년생)으로 나뉜다. 팀당 3명씩으로 선배 기사와 후배 기사의 맞대결 구도다. 양 팀은 시작부터 성이 난 듯 콧바람이 세다. 코뚜레가 팽팽해진다. 대국 운영 방식을 두고 85년생 선배들은 "시간이 적당하다"고, 97년생 후배들은 "초읽기 시간이 더 짧아도 좋다"고 말했다.

85년생 선배는 박영훈·최철한·원성진 9단(이상 36)이다. 소띠인 세 명의 기사는 어린 시절부터 '송아지 삼총사'라 불렸다. 국내외 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친구이기도 하지만, 라이벌이기도 했다.

박영훈은 세 명 중 입단이 가장 늦었지만, 2001년 천원전에서 가장 먼저 타이틀을 획득했다. 특히나 세계대회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그는 후지쓰배에서 두 번이나 정상에 오르는 등 간판 기사로 자리매김했다.

입단이 가장 빨랐던 최철한은 2004년 천원전, 국수전, 기성전에서 우승하며 단숨에 입신의 경지에 올랐다. 이창호(46)·이세돌(38) 9단과 함께 한국 바둑을 이끌어갈 기사로 성장했다. 이후 그는 메이저 세계대회인 응씨배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원성진 역시 천원전, GS칼텍스배 등 국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상위권 랭킹을 유지했다. 2011년 삼성화재배에서 만리장성을 뛰어넘으며 메이저 세계대회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는 출전 소감으로 "최근 경기 성적이 좋아서 집에 냉장고가 가득 찼다. 아내의 특급 내조를 받고 있다"며 "'송아지 삼총사'라는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후배라고 만만히 볼 수는 없다. 97년생 후배팀은 한국 바둑 랭킹 3위 변상일 9단을 필두로 김명훈 8단, 최재영 5단(이상 24)이 포함돼 있다. 85년생 선배들에 비해 입신은 한 명이고, 경험 차는 12년이다. 

그러나, 변상일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는 2014년 메지온배에서 우승하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세계대회인 TWT배에서 우승했고, LG배 4강에 오르며 메이저 세계대회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김명훈은 프로 데뷔 3년 만에 미래의 별 신예최강전에서 우승했다. 기세에 힘입어 '바늘구멍'이라 불리는 농심배 국내 선발전에 통과해 한국 대표로 활약했다.

최재영은 아직 타이틀이 없다. 2018년 JTBC 챌린지 매치에서 준우승하는 등 국내에서 차근차근 실력을 증명하고 있다.

'카우보이 3총사 연승대항전' 첫 주자는 최철한과 김명훈이다. 연승대항전이라 승리하는 사람이 바둑을 이어간다.

 

제25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트로피를 들고 있는 신민준 9단[사진=한국기원 제공]


◆ 커제 꺾은 신민준의 자전 해설···'25대 기왕 신민준 LG배 정복기'

신민준이 메이저 세계대회 LG배 타이틀을 획득했다. 결승 1국에서 패배한 그는 2국과 최종 3국에서 승리하며 신명 나는 역전 한판승을 거두었다.

1국에서는 커제의 노련한 운영에 힘을 쓰지 못하고 패배했다. 단단한 커제의 높은 벽을 실감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커제가 신민준을 상대로 184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었다.

2국에서 패배한다면 중국에 메이저 세계대회 타이틀을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신민준은 압박감이 심했다. 기대감도 한 몸에 받아 어깨가 무거웠다. 그러나 그는 압박감과 무게감을 자극제로 활용했다. 커제의 실수를 응징하며 대마를 공격했고, 집으로 이득을 보며 승리했다. 신민준은 커제를 상대로 198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었다.

최종 3국에서 신민준은 같은 옷을 입고 나왔다. 똑같은 체크무늬다. 대국이 시작됐다. 시작부터 신민준이 장악하기 시작했다. 커제는 연신 머리를 쥐어뜯고,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답답함에서다. 230수부터 무의미한 바둑이 이어졌다. 커제는 '실수 하나만 나와라'라며 302수까지 끌었지만, 계가 결과 패배하고 말았다. 커제는 경기 종료 후 눈물을 보였다. 302수 만에 3집반승을 거두는 순간이다.

이 방송은 262개 채널 중 15위, 시청률 0.215%를 달성하며 올해 최고 시청률(바둑)을 기록했다. 평균 시청률은 0.414%, 분 단위 최고 시청률은 무려 0.947%이었다.

영화 같은 이야기다. 신민준은 2국 승리 후 "컨디션이 좋다. 커제를 이기고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은 기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적을 만들어보고 싶다"이라고 말했다. 그가 바란대로 기적이 이루어진 셈이다.

설 연휴를 맞아 신민준이 자전 해설을 준비했다. LG배 진행을 맡았던 백홍석 해설위원과 문도원 캐스터도 함께 2국과 3국을 복기한다. 또한, 인터뷰에서 밝히지 않았던 소감과 대회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자세하게 전할 예정이다.

신민준은 "대회 기간에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며 "명절 전까지 매일 대국이 잡혀있지만, 즐거운 설 명절 기간에 자전 해설 프로그램이 방영될 수 있도록 기꺼이 시간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카우보이 3총사 연승대항전'은 연휴가 끝나는 14일까지 오후 1시에, '25대 기왕 신민준 LG배 정복기'는 설 당일(12일) 오후 3시에 바둑TV를 통해 방송된다.
 

설 연휴 앞두고 7단으로 승단한 박정근[사진=한국기원 제공]


한편, 한국기원은 설 연휴를 앞두고 승단을 발표했다. 그 결과 박정근(35) 6단이 구체(具體·7단)에 올랐다. 구체는 '모든 조건을 두루 갖추어 완성에 이른다'는 뜻이다.

한국기원은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0일 공식 채널을 통해 "박정근이 지난달 3승 1패로 승단점수 12점을 보태 181점으로 7단으로 승단했다"고 밝혔다. 박정근은 제44기 SG배 명인전 예선에서 최홍윤(29) 4단과 권효진(17) 2단을 상대로 8점을, 제4기 용성전 예선 1회전에서 김성진(32) 6단을 상대로 4점을 획득했다. 

박정근은 2004년 제99회 연구생 입단대회를 통해 프로 기사로 데뷔했다. 입단 이듬해인 2005년 제10기 박카스배 천원전에서 준우승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이후 KB국민은행 바둑리그, 명인전 등에서 활약했다.

이번에 승단한 기사는 박정근을 비롯해 총 9명이다. 용지(用智·5단)에는 4명(허진·김진휘·송규상·문유빈 4단)이, 소교(小巧·4단)에는 한 명(이현준 3단)이, 투력(鬪力·3단)에는 두 명(강지훈·권효진 2단)이, 약우(若愚·2단)에는 두 명(이도현·주치홍 초단)이 승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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