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공수처, '정치적 논리'로 흔들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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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1-02-1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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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한 이후에도 '정치적인 논리'로 공수처를 예단하는 정치권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그는 향후 공수처 검사 인사위원회에도 정치에 물든, 정치적인 논리를 가지고 국민이 아닌 자신들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 회관에서 진행된 아주경제 인터뷰에서 공수처는 독립성과 중립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임기 동안 공수처 출범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 가장 의미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1월 대한변협 회장으로 당선돼 2년간 전국 3만여 명 변호사들의 수장으로 일했다. 그는 오는 22일 임기가 끝난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아주경제 취재진과 9일 인터뷰하고있다.[사진=대한변호사협회 제공]

"정치적 목적 가진 공수처장 후보 추천 위원, 회의 진행 중 '아는 기자'한테 문자"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본인이 아는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서 회의 진행 상황을 알렸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Q.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없었나.

-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가장 보장돼야 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논리가 개입돼서 공수처 출범이 발목잡히는 것을 보고 옳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는 완벽한 사람을 추천하는게 아니라 가장 적합한 사람을 주어진 범위 내에서 추천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추천 위원은 요구할 수 있는 자료보다 훨씬 더 많은 자료를 요구했다. 물론 검증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항상 회의가 끝날 때쯤 새로운 자료를 요구했다. 특히 국민의힘 추천위원은 각자 근무지에서 일하고 있는 후보들을 그 자리에 부를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휴대전화 스피커폰으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자고 했지만, 거부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추천 위원이 무조건적으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지연시키는 모습을 보고 가장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하는 기관의 수장을 뽑는 회의까지도 이렇게 정치논리가 개입하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Q. 결국은 갈등이 터져나온 걸로 기억한다.

- 국민의힘 추천 위원은 매번 회의가 끝날 때마다 자료를 요구했다. 가장 결정적으로 문제라고 생각한 것은 회의가 진행되고,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본인이 아는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서 회의 진행 상황을 알렸던 상황이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진=대한변호사협회 제공]

 
공수처 수사 핵심은 중립성과 독립성…"신생아 보듯 지켜봐야"
 

검찰 출신은 현직 검사나 전관 변호사나 다 하나다. 어떤 한 팀이라고 생각하는, 한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공동체 의식이 있다.


Q. 공수처 출범 이후에 아쉬운 점은 없었나.

- 공수처장 인사청문회나 그 후에 여야가 공수처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공수처가 안정적인 출발을 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장 임명과 관련해서 벌써부터 정치적 논리에 빠져서 무슨 사건을 했는지, 어디 소속이라서 문제가 있다는 둥 흔들기 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우리 사회가 가장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야 하는 기구를 과연 제대로 정착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 약간 의문이 생겼다.

공수처는 이제 태어난 지 첫해가 된 조직이다. 70년이 넘은 검찰과 비교하면 안 된다. 그러니까 첫 해에 공수처가 할 수 있는 1호 사건부터 그다음 어떤 사건을 해야되는지 이런 논란은 내려두고 공수처 스스로 어떤 사건을 수사할지 맡기고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우리 고위공직자 부패범죄가 더 많이 발견된다면 공수처 규모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같은 규모로는 1년에 2~3건 감당하기도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다만 신생아한테 저절로 자라라고 하지 않는다. 신생아는 때가 묻지 않은 상태라서 누구한테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서 앞으로 자아를 형성한다. 공수처가 딱 그렇다. 신생아보듯 지켜봐야 한다.

Q. 검찰 출신이 공수처에 지원하면 결국 '제식구 감싸기'가 반복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온다.

- 그래서 공수처 처장·차장이 비검찰 출신으로 된 것에 긍정적이다.  과거 스폰서 검사 특검에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해서 수사를 한 적이 있다. 스폰서 검사 사건을 보면 과거에서 현재까지 검찰은 제식구 감싸기를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 출신은 현직 검사나 전관 변호사나 다 하나다. 어떤 한 팀이라고 생각하는, 한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공동체 의식이 있다. 그게 바로 전관예우의 온상이 되는 것이다. 검찰에 있을 땐 검사이지만 퇴직하면 변호사로서 생활해야 하는데 아직도 자기가 검사인줄 알고 그런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검찰 수사를 검사한테 맡기니까 전부다 덮어지는 것이다. 정말 끝까지 가서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공수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수처 처장은 후보추천위원회 회의중에서도 비검사 출신으로 가는 쪽으로 논의가 됐다. 당시 국민의힘 위원은 검사 출신이 돼야 한다고 했는데 그건 검찰조직을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다. 아마 국민의힘도 입장이 바뀌면 검사 출신은 안 된다고 했을 거다.

 

[사진=대한변호사협회 제공]

 
"삼각관계로 견제와 균형…검찰·공수처·경찰 결국 상생할 것"

Q. 공수처는 어떤 역할 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 공수처가 검사를 수사할 수 있기 때문에, 공수처·검찰·경찰 간 견제를 통해 균형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을 분산했다는 점에서 공수처는 의미가 있다. 단 우려되는 건 공수처가 무력화 되면 개점휴업 상태인 특별감찰반 시즌2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수처에 대해서 정치적 흔들기를 하면 절대로 안 된다. 또 탈검찰화를 통해서 과거 문제였던 검찰 제식구 감싸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구성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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