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트럼프와 현저하게 다른 바이든 號의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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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입력 2021-0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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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보편적 원칙과 상식에 기초한 정공법으로 상대 옥죄기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트럼프의 퇴장에 중국인들이 손뼉을 쳤다. 트럼프에 대한 혐오감은 비단 중국에만 있는 현상은 아니었다. 미국 유력 싱크탱크인 ‘퓨리서치센터’가 세계 33개 국가의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에 대한 긍정적인 비율은 29%에 불과하고, 64%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반응이 나온 것은 트럼프가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와 이에서 비롯된 일방적 이기주의, 극단적 포퓰리즘, 기존 질서의 부정과 파괴 등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선진국의 75%가 트럼프에 반감을 표시하였으며, 특히 국경을 접하고 있는 멕시코의 경우 89%가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 한국 내에서도 이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트럼프보다 바이든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던 것은 세계적 추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이든 號의 출범으로 지난 4년보다는 글로벌 질서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지배적이다. 대체로 중국인들의 기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보다는 중국에 더 포용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비롯되고 있는 듯하다. 과연 그럴까? 그럴 개연성도 충분하지만, 완전히 다른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오히려 후자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을 중국 당국은 간과하고 있는 것일까.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중국인들은 트럼프의 당선에 비중을 둔 것이 감지되기도 했다. 4년을 되돌아보면 보면 트럼프의 좌충우돌식 기습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중국은 특유의 ‘시간 벌기’지연 작전으로 맞섰다. 손익계산을 냉정하게 해보면 중국이 잃은 것이 없다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정확하다.

갓 출범한 바이든 정권이 우선 당면한 과제는 내부 문제 추스르기다. 하나 된 미국 만들기, 코로나 방역, 경제 회생 등이다. 선거 후유증으로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그것으로 예상하였지만 의외로 신속하게 정상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에 미국인의 동참이 늘어나고 있고, 1조 9천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순조롭게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기도 하다. 정권의 틀이 빠르게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외부 현안 접근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트럼프 지우기부터 시작해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미국이 정상적인 위치로 돌아가는데 힘을 집중한다. 새로운 질서의 태동으로 불확실성이 걷히기 시작하면서 각국의 대응 시계가 분주해지는 모양새다.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전통적인 노선에 기반을 두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색깔이 더해진다. ‘국익’보다는 ‘가치’ 에 중심을 두는 진보 정권의 원칙을 고수한다. 다자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도덕, 공정, 인권 등에 치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경제적으로 자유무역보다는 보호무역을 선호하며, 미국인의 이익 확보에 중점을 둔다.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을 중시하며, 이의 반대편에 서 있는 진영은 철저하게 배척한다. 기본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지만, 불의한 세력들과는 대립각을 세우는 바이든 개인의 원칙이 작용할 것으로 관망 된다. 트럼프 이전 8년간 집권한 오바마 정권이 보여준 대외적 무력감과는 확연히 다를 것임을 암시한다.

수정된 미 대외 전략을 읽지 못하면 벼랑 끝으로 몰릴 가능성 높다

이미 이러한 기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트럼프 노선의 장·단점을 비교해 취사 선택을 하는 것이 두드러진다. 그 기준은 보편적인 가치와 상식이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잣대를 들고나온 것이다. 힘이 비대해진 중국이 글로벌 안보 혹은 경제에 위협적인 존재라는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홍콩·신장·티벳 등의 인권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정조준하고 있다. 내정 간섭이라고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를 국제적 이슈로 만들어 중국 정권이 비도덕적이면서 비민주적이라는 것을 대외에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이라는 국가보다 시진핑 체제를 흔들어 내부의 동요를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트럼프의 임기응변식 압박과는 엄밀하게 궤를 달리한다.

한편으론 중국 포위를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정교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눈에 띈다. 일본을 중심으로 인도와 호주 등을 포함하는 ‘쿼드(Quad) 4개국’ 정상회의 개최를 서두르고 있기도 하다.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 등을 추가하는 ‘쿼드 플러스’계획도 조만간 구체화할 것으로 보여 우리에게도 상당한 압박감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판에 EU에서 탈퇴한 영국이 일본과의 동맹을 119년 만에 부활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명분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한다지만 중국의 위협을 다자간의 전방위적 협력으로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다. 과거와는 딴판으로 중국으로서는 훨씬 곤혹스러운 판세다. 트럼프 시절엔 부분적으로 다른 나라와 협력할 틈새가 있었지만, 상황이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의 전략 수정은 우리의 포지션 정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분명하게 인지해야 할 것은 미국이 편법이 아닌 정공법을 선택하고 있는 점이다.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북핵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도 우리의 선택지나 입지가 유지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자칫 오판하여 미국의 동맹 구도에서 이탈이라도 한다면 치명적인 실수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원칙과 상식이 중시되는 새로운 글로벌 질서에서 상대가 수용키 어려운 무원칙과 비상식을 주장한다면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 위기와 기회 사이에서의 국익 저울질은 국가의 기본 책무다. 하지만 시류(時流)를 잘못 읽으면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크게 터질 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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