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 코로나19 시대 설 차례 상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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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최주호 기자
입력 2021-02-0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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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퇴계 이황종가 설 차례 상.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올해 설 연휴에는 세배와 차례 문화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이 금지됨으로써 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르면 4인까지만 모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설 연휴에는 객지에 나가있던 가족들이 모여 세배를 주고받는 광경도 보기 힘들 듯하고, 그러다보니 차례음식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 2017년부터 제례문화의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서(禮書)와 종가, 일반 가정의 설 차례 상에 차리는 음식을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예서와 종가에 비해 일반 가정의 차례 음식이 평균 5~6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제례문화의 지침서인 ‘주자가례’에 따르면, 설날은 새로운 해가 밝았음을 조상에게 알리기 위해 간단한 음식을 차려두고 인사를 드리는 일종의 의식(儀式)이다. 그래서 설날과 추석에는 제사를 지낸다고 하지 않고 차례(茶禮)를 올린다고 한다.

‘주자가례’에서는 설 차례 상에 술 한 잔, 차 한 잔, 과일 한 쟁반을 차리고 술도 한 번만 올리며 축문도 읽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실시한 조사에서 전통 격식을 지키는 종가의 설 차례 상 역시 ‘주자가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북 안동에 위치한 퇴계 이황종가에서는 술, 떡국, 포, 전 한 접시, 과일 한 쟁반 등 5가지 음식을 차린다. 과일 쟁반에는 대추 3개, 밤 5개, 배 1개, 감 1개, 사과 1개, 귤 1개를 담았다.

'주자가례‘에 비해 차가 생략되었고 대신에 떡국과 전, 북어포를 추가했다. 그런데 일반 가정의 차례 상에는 평균 25~30가지의 음식이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일은 종류별로 별도의 제기에 각각 담았으며, 그 외 어류와 육류, 삼색 채소, 각종 유과 등이 추가됐다.
 

일반 가정의 설 차례 상.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명절과 기일에 행하는 차례와 제례는 조상을 기억하기 위한 문화적 관습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전통이다. 다만, 나라와 종교에 따라 조상을 기억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따라서 과도한 차례 상차림으로 인해 가족 간 갈등을 일으키면서 여러 사회문제를 초래한다면 과감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원래 간소하게 장만했던 차례 음식이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유통구조가 발달함에 따라 점차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런데 올해 설 연휴는 코로나19 방역으로 가족들이 모이지 못해 집집마다 차례음식을 줄인다고들 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차례 상의 원래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자가례’와 종가에서 하는 것처럼 술과 떡국, 과일 한 쟁반을 기본으로 차리되, 나머지는 형편에 따라 약간씩 추가해도 예법에 전혀 어긋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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