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 KCC 명예회장, 소모적인 후계논란 없도록 20년전부터 구도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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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02-0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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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전 기업 분할 등으로 2세 승계 작업 사실상 마무리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2000년대 초 일어났던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을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목격했다. KCC그룹을 키워가던 그는 이 같은 비극이 자신의 아들 사이에서도 재현되지 않도록 20년 전부터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하는 데 힘써왔다.

정 명예회장은 KCC의 사업 영역을 명확히 나눠 세 아들들에게 물려주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KCC는 장남에게, 유리 및 자동차유리 사업은 차남에게, KCC건설은 삼남에게 물려주겠다는 것이다. 사업 분야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추후 행여나 발생할 수 있는 형제간 경영 분쟁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셈이다.

경영권 이양 작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2000년 정 명예회장의 장남 정몽진 회장은 KCC 회장에 선임됐다. 이후 2004년 정 명예회장은 세 아들들에게 본인의 지분을 증여하면서 자연스레 정몽진 회장이 KCC 최대주주로 등극하도록 이끌었다. 이후 정몽진 회장은 꾸준히 주식을 매입해 지난해 9월 말 기준 KCC 지분율을 18.55%까지 늘려나갔다.

차남 정몽익 회장은 2003년 일본 아사히글라스와 KCC가 합작해 설립한 코리아오토글라스를 통해 경영권을 넓혀왔다. 당시까지 유리 사업도 같이 진행하던 KCC는 지난해 1월 KCC에서 유리 사업부문인 KCC글라스를 인적분할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KCC글라스가 정몽익 회장이 상당수 지분을 보유한 코리아오토글라스와 합병하면서 정몽익 회장도 KCC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영권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삼남 정몽열 회장도 2000년대 초반부터 KCC건설 경영권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는 2003년 KCC 등으로부터 지분을 매입해 KCC건설의 지분율을 확대해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2009년과 2016년 두 차례 정 명예회장의 KCC건설 지분을 증여받은 끝에 KCC건설의 2대 주주(지분율 29.99%)로 올라섰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경영권 승계 작업 덕에 KCC그룹은 현재까지 별다른 잡음 없이 순조로운 계열분리를 앞두고 있다. 정 명예회장의 2세들이 모두 회장의 직함을 달았으며, 지배구조도 큰 틀에서 개편된 상태다.

KCC가 KCC건설의 최대주주(지분율 36.03%) 지위에 있는 등 아직 계열분리가 완벽히 끝나지는 않았으나 형제간 지분 교환에 따라 3형제가 모두 각각의 사업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구도를 만들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KCC는 오래전부터 계열분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던 덕에 큰 잡음 없이 마무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큰 변수가 없다면 조만간 정 명예회장의 세 아들 모두 완전한 계열분리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정몽진 KCC 회장,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정몽열 KCC건설 회장.[사진=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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