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빚투에 이익 증가...은행들 '성과급 200%'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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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1-01-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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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대다수 기업에서 성과급이나 임금 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은행권은 '200% 성과급'을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해 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익이 상당폭 증가한 덕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후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노사가 차례로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을 타결했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을 빼고 대부분 임단협을 마무리한 셈이다.

임금 인상률의 경우 4개 은행 노사 모두 상급단체인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앞서 합의한 1.8%를 받아들였다. 1.8% 가운데 절반(0.9%)을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내용도 공통적이다.

은행마다 '보로금' 등 명칭에 차이는 있지만, 성과급은 기본급 등을 포함한 통상임금의 180~200% 수준으로 전년도와 약간 적거나 비슷하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1년 전과 같은 200%, 신한은행이 10%포인트 낮아진 180%의 성과급을 준다. 월 기본급이 700만원 정도 되는 부지점장급은 1400만원 정도의 목돈을 기대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180% 가운데 30%를 3월쯤 주식 형태로 지급하며, 우리은행 노사는 특별상여금 수준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확정된 뒤 지급 여부나 규모를 정하기로 했다.

임금 인상률이 전년도(2%)보다 0.2%포인트 낮고 일부 은행의 성과급 비율도 소폭 떨어졌지만, 성과급과 별개로 지급되는 격려금·위로금, 신설된 복지 혜택 등을 고려하면 은행 직원들의 주머니가 오히려 더 두둑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특별 위로금' 명목으로 150만원이 현금으로 지급됐는데, 상당수 호봉에서는 성과급 비율 하락(10%포인트)에 따른 감소분을 상쇄하고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월 기본급이 700만원이라면 성과급은 70만원(10%) 줄더라도 전년에 없었던 150만원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도 성과급에 더해 15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 연말연시 '보너스' 성격의 현금이 전년보다 50만원 정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새 복리 후생 제도도 많이 도입됐다. 농협은행 노사는 특수근무지 수당 대상 확대, 국내여비 개선 등에 합의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직원 1대1 맞춤 건강관리 프로그램 신설, 육아휴직 분할사용 횟수 확대, 반반차 휴가 신설, 회사가 보증금의 반을 내주는 공동 임차제도 도입 등을 관철했다.

올해 희망퇴직 조건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나은행은 특별퇴직금이 전년의 최대 27개월치 평균 임금에서 36개월치(관리자급은 27~33개월치)로 늘었고, 농협은행의 특별퇴직금도 1년 사이 최대 20개월치에서 28개월치로 증가했다.

은행권의 임금 사정이 나은 것은 수출 업종을 제외하고 내수 업종으로서는 드물게 금융권 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만 봐도 주요 금융그룹들은 전년 동기보다 최대 4.8% 늘어났다. 5대 금융그룹은 무난히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고·경영난에 따른 자금 수요와 부동산·주식 투자수요(영끌·빚투) 등이 겹쳐 지난해 가계와 기업의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 금융업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5대 은행의 전체 원화대출 증가율(작년말 대비)은 6.8~9.9%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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