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동맹 '네바퀴'... 앞바퀴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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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1-01-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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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올해 4대 그룹 총수 모임 차질

  • 전장·배터리 등 미래사업 논의 실종 위기

4대 그룹의 ‘미래 동맹’이 구심점을 잃으면서 국내 산업 전반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내 4대 그룹 수장은 일본의 경제 도발, 각국 주요 인사 방한, 코로나19 대확산 등 국내 산업계의 대형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사적·공적 모임을 통해 의견을 공유해온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소통 창구가 사실상 닫힌 상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그룹은 미국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의 방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도래 등 올해 산적한 국내외 주요 이슈에 각자도생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이후 주요 이슈마다 수시로 열렸던 4대 그룹 수장의 모임이 올해는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공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3세대 경영인이자 국내 산업을 이끄는 4대 그룹 수장으로서 친분을 돈독히 하며, 이 자리에서 미래 방향성을 논의해왔다.

시작은 2018년 6월 구 회장이 공식적으로 그룹의 수장에 오른 후부터다. 이들의 모임은 이듬해 5월 일본의 경제 도발이 심화하던 당시 서울 강남의 현대차그룹 제네시스 전시장에서 모여 돌파구를 모색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이후 이들은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 등 국내외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공식과 비공식을 넘나들며,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11월에도 SK그룹이 소유한 서울 광진구 워커힐 내 애스톤하우스에서 모여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4대 그룹이 서로 간의 큰 불협화음 없이 선의의 경쟁으로 미래를 향해 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격의 없는 소통이 있다”며 “주요 현안들을 함께 논의하고, 함께 풀어감으로써 국내 산업의 발전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4대 그룹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업의 사회 가치 실현’이라는 경영철학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사업에서도 선의의 경쟁자이자 동반자로서 함께하고 있다.

반도체(삼성전자, SK하이닉스), 전장(삼성전자, LG전자), 전기차 배터리(현대차,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로봇(현대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미래를 위한 사업도 협력과 경쟁으로 국내 산업의 기반을 굳건히 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이 대표적인 예다. 4대 그룹이 모두 엮인 사업이지만, 관련 기업이 글로벌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경쟁력을 뽐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기준 전세계에 판매된 전기차(EV·PHEV·HEV)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톱5’에 포함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을 공급처로 두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세계 4위권의 전기차 판매량을 자랑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삼성SDI에서도 물량 수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대 그룹의 이 같은 ‘미래 동맹’은 이 부회장의 부재로 올해 위기에 봉착했다. 당장 이달 말 결정될 것으로 알려진 현대차그룹의 첫 전기차 플랫폼 'E-GMP' 기반 전기차 배터리 3차 공급사가 불확실해졌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이 협상의 전면에 나서면서 양사가 처음으로 전기차 동맹을 이뤄낼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협상의 막바지에서 이 부회장의 이탈로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분석이다.

서로에게 상처만 입힌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분쟁도 수장끼리의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양사의 배터리 특허 침해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예비 결정이 발표된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의 수장이 개별적으로 만날 수 있으나, 함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모임은 당분간 갖기 힘들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의 출범 등 주요 이슈에 대한 공동의 대응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사진=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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