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시장 제판분리 판도 바뀐다]②보험업계, 영업조직 재편에 내부 반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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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1-01-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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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사 "수익성 개선 위해 반드시 필요"vs 노조 "영업조직 재편 구조조정 포석"

보험업계가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일명 '제판(製版)분리'를 추진하면서 노조와 갈등이 심화gk고 있다. 보험사들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독립보험대리점(GA)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속 설계사를 자회사형 GA로 이직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와 설계사들은 보험사가 전속 설계사의 해고를 유리하게 하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화생명 노조가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화생명 본사에서 한화생명노동조합원들이 '물적분할 저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한화생명 노조]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과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등은 영업조직 재편에 노조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화생명 노조는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4일까지 영업조직의 자회사 전환 저지를 위한 경고파업을 진행했다.

이는 한화생명의 최근 제판분리 추진에 대한 반발이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18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형 GA를 설립해 전속 설계사를 GA로 이직시키기로 했다.

파업에 앞서 노조는 지난달 28일 사무금융노조(산별 노조)에 가입하기도 했다. 노조는 "조합원을 타 회사로 전직시키려면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고용안정대책조항이 단체협약으로 보장돼 있다"며 "노조는 조합원에 자회사로의 전직을 강요할 경우 이를 단체협약위반행위로 규정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삼성화재 노사 역시 최근 GA설계매니저 특수고용직 전환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삼성화재 노조는 사측에서 GA법인대리점 가입설계지원업무를 전담하는 계약직과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특수고용직 계약관계로의 전환을 강요하고, 직무전환을 거부하는 노동자들에게 사실상 자진퇴사를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KB손해보험 노사는 GA프런티어 지점장 제도를 두고 노사 간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GA프런티어 지점장 제도는 정규직 직원을 개인사업자 형태인 위촉직으로 바꿔 대리점을 맡기는 형식이다. 사업가형 지점장 제도를 내세운 셈인데, 문제는 정규직 직원이 하루아침에 개인사업자가 돼야 한다는 점이 직원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노조가 영업조직 재편에 반발하고 있는 데는 이 같은 조치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GA의 경우 설계사의 실적이 기존 전속 설계사보다 부담이 크다. GA의 경우 상품 판매 실적이 높은 설계사의 경우 더 많은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기본급이 거의 없어 판매 실적이 저조한 설계사는 생계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노조 한 관계자는 "이번 재판분리는 영업인력을 자회사로 이관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기업의 발전을 위해 감당해야 할 비용을 회피해 보려는 얄팍한 속셈이 담겨 있다"며 "조합원을 타 회사로 전직시키려면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고용안정대책조항이 단체협약으로 보장돼 있지만 이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재판분리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험사들은 고령화와 디지털화 등 급격한 보험시장 환경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영업조직 재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몇 년새 복수의 보험사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GA가 급성장한 데다, 첫해 판매 수수료를 월 보험료의 1200% 내로 제한하는 1200%룰과 설계사의 고용보험 의무화 등에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GA 소속 설계사 수는 생명·손해보험사 설계사 수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2015년 19만명이던 GA 소속 설계사 수는 지난 2016년 20만명으로 늘면서 생·손보사 전속 설계사 수를 앞질렀다. 이후 격차는 더 커져 지난해 6월 말 기준 GA 소속 설계사 수는 약 23만명으로, 생·손보사 전속 설계사 수(19만명)보다 4만명가량 많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다양한 보험사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GA가 최근 급성장하면서 수익성 확보를 위해선 기존 전속 설계사보다는 자회사형 GA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미 우리나라보다 보험시장이 선진화된 미국과 유럽에서는 GA 등 독립채널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는 만큼, 제판분리를 통한 영업조직 개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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