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다 죽는다" 곡소리에도...중대재해처벌법, 오늘 국무회의 통과

박경은 기자입력 : 2021-01-20 00:00
정부, 19일 국무회의서 중대재해처벌법 의결 공포 1년 후 5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 전경련, 27일 대응책 마련 위한 세미나 개최 문 대통령 "'위험의 외주화' 해결 위한 첫발" 재계 "취지, 처벌 아닌 산업재해 발생 방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기어이 통과됐다. 재계가 "기업들 다 죽는다"며 한목소리로 거세게 반발했지만, 국무회의 문턱을 결국 넘어섰다.

정부·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해달라는 경제인들의 읍소에 법안을 공포 1년 후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하기로 했다.

이마저도 당초 규제 일변도인 국내 기업 정책을 개선하겠다던 정부·여당 기조와는 차이가 있다. 이에 이번 법안 제정으로 기업 활동의 전반적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뒤따른다.

재계의 우려는 줄지 않고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국내 경제5단체 중 한 곳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조만간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책 마련을 위한 세미나 개최를 예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포괄적 제재 조항이 꼽히는 가운데 재계가 법안 시행 전 대응책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위험의 외주화' 해결 위한 첫발"

정부는 1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회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공포안을 상정해 의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간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중간관리자가 책임을 지고, 그마저도 처벌 수위가 높지 않아 문제로 여겨졌다.

중대 산업재해 범주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했을 경우로 정했다.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가 법에 규정된 안전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이 같은 사고가 벌어지면 해당 업주와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법인이나 기관도 과실 여부에 따라 벌금형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안전 조치 의무 대상에는 원청 노동자뿐 아니라 실질적 관리하에 있는 하청 노동자도 포함된다.

문 대통령은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재벌개혁과 관련한 질문에 "재벌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이제는 더이상 일하다가 죽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첫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경영계를 비롯한 여론의 반발을 알지만,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입법이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서동용, 정춘숙 의원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가결되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름 깊어진 재계···전문가도 '실효성↓'

재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포괄적 제재 조항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으며, 향후 기업 활동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 안전 강화"라며 "산업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하게 인과관계를 밝히고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런 취지와는 별개로 포괄적인 형태의 처벌을 규정함으로써 (노동자의) 실질적인 안전을 담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중대 산업재해의 발생 자체를 막는 게 법안의 목적이지, 형사처벌이라는 과도한 제재로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처벌이 주가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역시 "위에서 모든 걸 책임진다면 실무 책임자를 둘 필요가 뭐가 있느냐"며 "납기일 독촉 및 과도한 원가 절감을 금지시키는 등 재해를 막을 수 있도록 평소에 매뉴얼(지침)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안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되는 기업 행위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점도 한계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고가 나지 않게끔 법을 제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있다"며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가 뭔지, 사안별로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 중소기업과 공공기관 등에는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좀 더 명확하게 정의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재계는 법안이 기업에 대한 과도한 제재로 흐르지 않도록 철저히 분석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전경련은 오는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영향 분석 및 대응 세미나'를 열고 입법 영향을 분석하는 한편 실제 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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