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의 열린경제] 미래 경영 체력, ESG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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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 서정대학교 교수(전 YTN대표이사) 사장)
입력 2021-01-2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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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스를 수 없는 대세, 그러나 숙제도 많은 ESG

[최남수 서정대 교수] 


#1 테슬라와 엑손 모빌. 이 두 회사의 주가 흐름은 친환경 에너지의 부상과 화석연료의 퇴조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8000억 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다. 석유와 가스 생산업체인 엑손 모빌의 시총은 2000억 달러로 테슬라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엑손 모빌은 지난해 말 한 행동주의 투자기업으로부터 앞으로는 탄소 중립 에너지와 청정에너지 인프라 등에 적극적 투자를 하고 이 같은 전략적 변화를 위해 이사진을 교체하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2 최근 구글의 지주 회사인 알파벳에 첫 노조가 생겼다. 직원이 10만명이 넘는 구글에서 아직 노조원이 수백명에 그치는 노조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이 노조가 내건 설립 명분이 흥미롭다. 워낙 급여 수준이 높은 직장이어서 그런지 임금 인상과 복지 확충에 대한 언급을 볼 수가 없다. 대신 알파벳이 사회와 경제 정의를 이루고 윤리적으로 행위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익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사회와 환경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을 노조가 중시하는 가치로 제시했다. 드론을 이용한 기습공격에 쓰이는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을 미 국방부에 납품하는 것을 중단시킨 근로자들다운 모습이다.

#3 미국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부동산은 그렇지 않은 건물보다 7%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기온 상승 우려에 부동산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에너지와 환경친화적으로 설계된 상업용 사무실 건물은 ‘녹색 인증’을 받고 있는데 전체의 41%에 해당하는 약 4700개 건물이 합격 판정을 받았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중시하는 ESG에 대한 논의가 국내외에서 활기를 띠고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사례들은 다양한 분야에 스며들고 있는 ‘ESG 현장’을 잘 보여주고 있다. ESG는 15년 전인 지난 2006년에 UN이 제정한 ‘책임투자 원칙(PRI)에서 처음 나온 개념이다. PRI는 기업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ESG를 중시하도록 기준을 제시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2300개가 넘는 금융기관들이 이 원칙에 서명했다. 이들이 운용하고 있는 자산은 80조 달러를 웃돌고 있다. ESG의 세부 내용을 보면, 먼저 환경(E:Environmental)의 경우 기후 변화 정책, 공기 및 수질 오염, 재생에너지 사용 등을 평가하고 있다. ’사회(S:Social)‘는 지역사회와의 소통, 고객 관계, 인권, 제품 안전 등이 평가 항목으로 기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배구조(G:Governance)’는 이사회 구성, 투명성, 주주 관계 등 기업의 경영 구조와 내적 통제를 들여다보는 항목이다.

ESG는 최근 들어 글로벌 경제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세계경제포럼(WEF)은 ‘다보스 선언 2020’에서 기업의 성과는 주주에 대한 수익뿐만 아니라 ESG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측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컨설팅기업인 매킨지도 올해 본격화될 ‘넥스트 노멀(next normal)’ 추세 중 하나로 ESG를 들면서 녹색 기술 기업이 향후 수십년 동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미국 나스닥은 2021년 증시 전망을 내놓으면서 5가지의 큰 흐름을 제시했는데 ESG 투자의 가속화를 그중 두 번째로 꼽았다. 이렇듯 ESG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크게 보아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팬데믹과 기후 변화 대응을 중시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주주 이익만을 중시하는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고객,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를 중시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도 한 이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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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ESG 중 특히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가장 큰 전환점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끄는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협약 채택 당시 목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C로 억제하는 것이었다. 현재 상황은 ‘궤도 이탈’이다. 지금 같은 속도로 기온이 올라가면 12년 안에 1.5°C ‘천장’이 뚫리고 금세기 말에는 기온이 3°C 상승할 것으로 우려된다. 오는 11월에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파리기후협약 후속 회의에 더욱 시선이 쏠리고 있는 이유이다. 현재 각국은 파리협정에 따라 2050년(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선언을 했는데 11월 회의에서 더 전향적인 목표가 설정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SG에 대한 기업 입장도 뚜렷하게 바뀌고 있다. 종전에는 규제 회피 중심의 소극적 자세였다면 이제는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적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팬데믹 국면에서 경기 회복을 위해 각국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에 나서면서 자금이 녹색 산업에 몰리고 있는 데다 자본시장에서 ESG 성과가 부진한 기업을 기피하는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제는 재생에너지나 친환경 제품 등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저탄소 기술 도입 등으로 기존 사업을 환경친화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ESG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ESG가 돈만 쓰는 대상이 아니라 돈벌이도 되는 비즈니스로 전략적 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총수가 ESG 경영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SK그룹, 수소산업 생태계 육성에 승부수를 둔 현대자동차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실제로 ESG를 중시하는 경영을 하는 기업은 성과도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7월에 나온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보고서는 ESG 관리 수준이 높은 기업은 위험도도 낮고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ESG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새로운 기업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매킨지는 진단하고 있다. 먼저 ESG는 기업의 신뢰도를 높여 추가적인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롱비치는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을 진행하면서 우수한 지속가능경영을 한 민간 기업을 참여시켰다. ESG가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확대한 예도 있다. 유니레버는 물을 훨씬 덜 쓰는 식기 세척 세제인 ‘선라이트(Sunlight)’를 시판한 이후 기업 이미지가 좋아져 다른 제품까지 매출이 늘어나는 성과를 올렸다. 비용을 크게 줄인 기업도 있다. 3M은 제조공정 개선과 폐기물 재사용 등 방식을 써서 22억 달러를 절감했고, 3만5000대의 수송 차량을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 페덱스는 지금까지 20%의 차량을 교체해 연료 소비를 19억ℓ 가까이 줄였다. ESG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업 성과를 개선하기도 한다. 실력 있는 인재를 확보하거나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진이 포천지가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5년간에 걸쳐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주가 수익률은 다른 기업에 비해 2.3~3.8%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ESG 경영’은 아직 갈 길이 멀고, 선결돼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먼저 ESG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개선된 기준이 필요하다. 현재는 이런 기준이 미비해 실제로는 친환경 경영을 하지 않으면서도 녹색 경영을 하는 것처럼 공표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예컨대 제조업체가 대규모 벌목으로 삼림을 파괴하는 것을 감춘 채 재생지 활용 등만을 강조하면 이에 현혹되기 십상이다. 말만 떠들썩하게 하고 실행이 없는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드러낼 체계적인 공시 기준이 필요하다. 또 기업간 비교를 위해 일관되고 표준화된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기업마다 데이터 작성 방법이 제각각인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움직임은 세계경제포럼이 딜로이트 등 세계 4대 회계법인과 공동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측정지표(SCM)’이다. 이 지표는 자본주의의 개혁을 착근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ESG가 핵심 지표로 포함돼 있다. 반부패, 온실가스 배출량, 자연 훼손, 물 소비량, 급여의 평등 여부, 산업재해, 근로자 훈련, 신규 채용과 이직자 등 구체적 지표를 기업들이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SCM이 확정돼 실행에 들어가면 ESG의 본격 시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기업은 최근 ESG에 의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외국 기업에 비해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상장법인 908개를 대상으로 평가한 2020년 ESG 등급을 보면 가장 높은 S등급은 1개 기업도 없고, A+는 16개사, A는 95개사로 우수기업이 12.2%에 그치고 있다. B+를 받은 기업이 146개사, B가 318개사, C 306개사이고 D등급 기업도 27개이다. 아직 ESG가 기업 경영의 핵심축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한국 경제가 제조업 강국이라는 점이 ESG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온실가스와 폐기물 배출량, 에너지 소비량 등 환경 측면에서 개선할 요소가 많다. 이런 점은 앞으로 각국이 탄소 국경세 부과 등 녹색보호주의 경향을 보이면 수출 애로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경영전략의 최고 권위자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학 교수는 지난 2011년 ‘공유가치 창출’을 기업의 새로운 경영목표로 제시했다. 기업이 단지 평판 개선을 위해 사회적 책임 활동을 하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가치 사슬 전반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ESG는 환경을 중시하고, 이해관계자와 호흡을 같이하는 공유가치 창출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시동이 걸린 만큼 한국 기업들이 발상의 전환과 꾸준한 실행 의지로 ‘ESG 경영의 선두권’에 진입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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