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고강도 규제로 신용대출은 줄었지만,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은 여전히 대폭 늘었다.
지난 한 해 전체로는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10% 증가했다. 특히 주담대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전셋값 상승 등으로 신용대출과 전세자금 대출이 20∼30% 급증했다.
5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670조1539억원으로 집계됐다.
11월 말보다 3조1823억원 늘었지만, 지난해 8월 이후 월간 증가액이 8조~9조원에 이를 만큼 '역대급'이던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눈에 띄게 둔화됐다. 12월 가계 대출 증가폭(3조1823억원)은 11월(9조4195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가계대출 급증세가 다소 진정된 것은 규제에 따른 신용대출 감소 영향이 컸다. 12월 말 신용대출은 133조6482억원으로 한달 새 443억원 줄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감소한 것은 지난해 1월(-2247억원)이후 11개월 만이다.
11월 신용대출 증가 폭이 사상 최대(4조8495억원)를 기록한 뒤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은행들이 고소득자의 고액 신용대출에 대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대출 한도·우대 금리 축소뿐 아니라 '연말까지 한시적 신용대출 중단'까지 실행하며 극단적으로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결과다.
하지만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는 이어졌다. 주담대 잔액(전세자금 대출 포함)은 473조7849억원으로 11월보다 3조3611억원 늘었다. 8~11월의 4조원대 증가액보다는 적지만, 6월(8461억원)이나 7월(1조3672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3~4배 수준이다.
특히 최근 전셋값 상승의 영향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전세자금 대출만 따로 보면, 12월 잔액(105조988억원)이 11월(103조3392억원)보다 1조7596억원 늘어 증가 폭이 11월(1조6564억원)보다 오히려 커졌다.
지난해 전체를 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019년 12월 말 610조7562억원에서 2020년 12월 말 670조1539억원으로 9.73%(59조3977억원) 늘었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1년 사이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가 8.32%(437조3780억→473조7849억원), 신용대출이 21.6%(109조9108억→133조6482억원) 증가했다. 전세자금대출 증가율은 30.63%(80조4532억→105조988억원)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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