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화폐개혁이 예상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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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명예회장
입력 2021-01-0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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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바이든은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팬데믹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무차별 화폐 발행을 통한 경기 부양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팬데믹의 혼란으로 점철된 지난 1년, 미국뿐 아니라 대부분 국가는 예외 없이 돈 풀기를 통한 경기 부양 정책을 펼쳐 왔다. 돈이 소나기처럼 뿌려져 흘러넘치는 시대다. 따라서 우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의구심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화폐 가치 폭락의 역사적 경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역사에 기록된 화폐가치 폭락은 전비(戰費) 조달에 따른 재정 정책 실패가 대부분이었으며, 이번 팬데믹 사태와 같이 모든 국가에서 일시에 무차별적으로 화폐 공급량이 증가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의 무제한 달러 공급은 팬데믹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증시 폭등 부작용을 초래했으며, 최근에는 비트코인마저 3만 달러를 돌파하는 재미있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화폐는 '저축수단', '유통수단', '지불수단', '가치척도'의 4가지 기능이 동시에 정상적으로 작동 될 때, 화폐 메커니즘이 안정되고 지속될 수 있다. 그런데 달러의 무제한 공급은 가치척도에 이상 기류를 초래할 수 있는데, 달러의 가치 유지 여부는 미국 경쟁력이 채무 불이행으로 이어질 만큼 약해지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 경쟁력은 세계 최고라는 데 전 세계 전문가들은 이견이 없기에 달러의 위상은 여전할 것이다.

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 모두가 돈 풀기에 나서면서 풀려나간 엄청난 돈이 대형 금융기관과 소수의 부유층에 몰리게 됐고, 이 자금은 금융 투자상품으로 몰려들면서 주식 시장과 비트코인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코스피의 기록 경신 역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지수 3000 돌파도 머지않아 보인다.

그러나 무엇이든 넘치면 필연적으로 부작용이 따른다. 코로나19로 왕창 풀려나간 돈은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서 알게 모르게 부작용을 만들어낼 것이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심화시켜 선진국과 후진국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 연준(Fed)을 필두로 유럽연합(EU)과 중국, 일본 등 경제대국이 팬데믹 발발 이후 시중에 투하한 유동성 규모가 무려 14조 달러(약 1경5225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남발된 달러(화폐)의 영향으로 지난 연말 미국 인플레이션율이 2%를 상회했다는 연준의 발표가 있었다. 이는 팬데믹이 종식되고 경제가 정상화되면 빠르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중앙은행은 이자율을 높여 유동성 축소를 유도해 왔는데, 자칫 그 이유로 주가 폭락과 경제위기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 묘한 변수가 있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이 서둘러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발행해 시험 운용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 중앙은행도 CBDC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고 하는데, 한국은행 역시 전문인력을 채용해 CBDC 발행에 대한 기초 연구를 본격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팬데믹 영향으로 지구촌 전체 유동성이 급격히 높아진 상태에서 CBDC 발행 이슈가 묘하게 겹치고 있는 모습인데, 필자는 어쩌면 몇 년 이내에 각국 중앙은행이 담합해 CBDC 도입 명분으로 '통용가치절하', 즉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을 추진하면서 과다 공급된 유동성을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카드를 꺼내들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하고 있다. 팬데믹에 의한 유동성 증가와 CBDC의 본격 등장 시기가 묘하게 겹치면서 유동성 축소를 과거와 같이 이자율 상승으로 회수하는 방법이 아닌, 자연스럽게 CBDC를 활용한 화폐개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연일 최고점을 향해 거침없이 오르고 있는 비트코인 가격 폭등의 배경 역시 이러한 화폐개혁에 대비하는 눈치 빠른 자산가들이 많다는 억측까지 하게 되는데, 비트코인은 이미 몇 년에 걸쳐 그 존재 가치에 대한 의구심을 대부분 씻어냈으며, 한정된 발행 수량으로 희소성을 가지고 있고, 이동과 보관의 자유로움에서 금보다 훨씬 편리한 자산 은닉 수단, 불법 상속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여기에 선진 금융기관들까지 앞다퉈 투자 자산의 하나로 비트코인을 포함시키며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것을 볼 때, 비트코인은 이제 금보다 더 뛰어난 안전자산의 하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고 본다.

따라서 비트코인 가격이 상당 수준까지 오르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하면서, 화폐개혁이 가시화되기 전에 지하경제에 숨어 있던 수많은 비자금·검은돈들이 빠른 속도로 금이나 귀금속·미술품 또는 비트코인으로 위치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명예회장[사진=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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