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얼기설기 한국형 뉴딜정책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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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입력 2020-12-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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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정부가 지난 4월 선도형 경제 추진 필요성을 제기하며 제시한 '한국판 뉴딜정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정책형 뉴딜펀드를 조성해 투자자의 투자위험을 부담해주는 20조원 펀드를 5년간 조성한다는 게 첫 번째다. 20조원 재원은 정부출자 3조원(15%), 정책금융기관 4조원(20%), 민간자금 13조원(65%) 등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②뉴딜인프라 육성을 위해 파격적 세제지원을 하고, 인프라 프로젝트 펀드를 육성한다는 것이 두 번째다. ③마지막으로 민간 뉴딜펀드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정책이다.

정부는 뉴딜 금융 활성화를 위해 향후 5년간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뉴딜기업에 저리대출로 100조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또 뉴딜분야 규제를 개선해 민간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5대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한 금융권이 70조원을 지원해 뉴딜정책을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뉴딜정책에서 언급된 투자 규모는 190조원 이상이다. 현재 국민총생산(GNP)의 10% 이상을 투자하는 데 쓰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규모의 금액이 실질적으로 조달 가능한지, 이만큼을 투자할 시장이 존재하는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 등이 관건일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라 새로운 경제정책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으리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선도형 경제 체질로의 전환을 유도해 위기 극복을 제시하려는 듯하다. 국내 경제회복과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기반이 되는 뉴딜정책을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뉴딜 정책에 대한 깊은 분석이 있었는지, 정부 계획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번 뉴딜 정책이 과거 정부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과거의 정책 실패에 대한 어떤 비판이나 정확한 분석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과거와 같이 중앙부처 과장급 공무원이 급조한 서류 작업이라는 인상마저 든다.

특히 정부가 기존 투자의 연기·대환도 신규투자로 제시하는 등 투자금액만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뉴딜정책으로 제시한 투자처에 기존에 얼마의 투자금이 공급돼 왔는지 등 기본적인 것들은 제시조차 하지 않았다.

실제로 중앙부처의 내년도 예산안에는 몇몇 부처가 뉴딜정책을 명목으로 비슷한 내용의 사업을 중복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핵심사업으로 내세운 '실감형 콘텐츠 개발사업'에 200억원가량이 편성됐는데, 이미 다른 사업 예산안에 별도 실감콘텐츠 사업이 800억원 규모로 편성된 상태다.

정부는 또 한국판 뉴딜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뉴딜펀드'를 새로 조성해 정부예산 6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지만, 유사한 성격의 재정 투입 펀드는 아직 모두 집행되지도 않았다. 뉴딜펀드는 내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재정에서 3조원 규모의 모(母)펀드를 조성한 뒤, 2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자(子)펀드 형식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이와 비슷한 혁신모험펀드, 소부장(소재·부품·장비)지원펀드가 이미 조성돼 있는 데다, 이들 펀드의 투자 실적은 결성액의 50%도 안된다. 예산을 넣어 이미 조성한 펀드조차 아직 투자 집행이 안됐는데, 비슷한 성격의 새로운 펀드를 만들기 위해 재정을 재차 투입하는 것이다.

경제정책의 성패는 시장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아직도 관치금융을 통해 뉴딜정책을 추진하면서 선도·혁신경제를 언급하고 있다. 아쉽게도 이번 정부에서도 금융개혁은 지지부진하다. '규제완화 속에 규제가 존재'하는 정책으로 규제완화의 실질적 진전이 없었다. 더구나 코로나19 위기를 이유로 규제·간섭이 강화된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이런 기존 시스템에서 선도·혁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싶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금융, 민간금융사를 통해 대규모 투자가 계획만큼 이루어지는 건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뉴딜정책의 결정적 한계는 시장의 규모다. 뉴딜정책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의 국내 투자시장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정부가 제시한 대규모 투자금액이 국내 산업에 그 정도의 적절한 투자대상이 있냐는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충분한 검토와 냉정한 분석을 통해 한국판 뉴딜정책의 성공사례를 만들어 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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