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버리히어로, 배민 얻고 요기요를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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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12-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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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배달앱 99.2% 점유 안 돼...'2강 구도 유지'

  • DH, 요기요 매각해도 1위 사업자로 '우뚝'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업계 1위를 인수해 거대 배달앱으로 거듭나려던 업계 2위의 야욕은 실패로 끝났다. 배달의민족을 등에 업으며 업계 1위로 단숨에 올라가지만, 내 자식이나 다름없는 요기요는 다른 사람 품에 안겨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배민만 남기고 요기요는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공정위가 내건 조건이 뜬금 없는 것은 아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업 결합의 목적이 독점 이윤 추구가 아니라 양사의 강점을 결합해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DH가 조건부 승인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의 이 발언은 DH가 국내 배달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기업결합을 신청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실제 배민과 요기요는 기업 결합을 신청할 당시 DH의 물류시스템 기술과 우아한형제들이 가진 마케팅 능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명령대로 요기요를 매각하더라도 이에 대한 시너지 효과는 얻을 수 있다. DH가 요기요뿐 아니라 배달통, 푸드플라이 등의 사업은 기존대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조건부 승인에도 DH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 목적을 손상하지 않는다고 공정위가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이다.
 
DH 입장에서도 조건부 승인이 꼭 손해보는 것만은 아니다. 배민과 요기요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요기요를 매각하더라도 단숨에 업계 1위에 올라서기 때문이다. 지난해 거래금액 기준으로 배민의 점유율은 80%에 가깝다.

이날 오후 DH 측은 공정위 조건을 수용해 요기요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외식업계는 요기요의 몸값을 2조40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각에 따른 가치 하락을 반영하면 인수가가 1조원대 안팎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인수 후보로 배달 관련 서비스를 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등이 거론된다.

매각 시점 준수도 중요하다. DH는 공정위 의결서를 받은 후 6개월 내에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 6개월 내에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로 6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이후에도 매각되지 않으면 일별로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한편, 지난 4월 논란이 됐던 배민의 수수료 인상은 이번 기업 결합에서 '독'이 됐다. 

조 위원장은 "수수료 인상 의도와 인상으로 인한 수수료 체계 변화를 실증 분석한 결과 수수료가 오르는 효과가 있었다"면서 "배민과 요기요의 기업결합이 이뤄지면 수수료율이 실질적으로 더 인상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배영수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도 "수수료 개편 의도 등을 봤을 때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가격 인상이라고 봤다"며 "실질적으로 수수료 이율 자체보다는 소비자 할인 폭이 감소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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