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U.N.E.X.A.M.P.L.E.D)' 2020년…패션산업, '구조(R.E.S.C.U.E)'가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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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 기자
입력 2020-12-2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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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패션연구소, 2021년 패션 시장 전망 및 2020년 패션 산업 10대 이슈 발표

띠어리 럭스라운지 캡슐컬렉션[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전례 없는(U.N.E.X.A.M.P.L.E.D) 2020년, 패션산업을 구해야(R.E.S.C.U.E)한다.

삼성패션연구소는 2020년 올 한해를 정의하는 10가지 키워드와 2021년 패션 시장 전망을 24일 발표했다.
'전례 없는(U.N.E.X.A.M.P.L.E.D)' 2020년

올해는 에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패션 산업이 직격타를 맞았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를 '전례 없는(U.N.E.X.A.M.P.L.E.D)'으로 정의했다.

첫 번째 키워드는 '비대면 사회(Untact Society)'다.

코로나19로 인한 침체 속에서도 비대면과 원격을 키워드로 하는 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쿠팡, 배민, 마켓컬리 등 각종 배송 서비스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며 라이프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고, 온라인교육과 재택근무가 증가함에 따라 줌(Zoom)을 비롯한 화상회의 솔루션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다음으로 슬기로운 ‘집콕’ 생활(Nearby ‘Home’)이 주요 키워드로 꼽혔다.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고 재택근무가 확산되며 집은 휴식과 가족의 공간에서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으로 그 역할과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가구와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편안한 '앳홈스타일'이 확대되면서 맨투맨, 조거팬츠, 카디건 등이 인기를 끌며 라운지웨어 카테고리가 크게 성장했다.

디올(DIOR)은 첫 라운지웨어 캡슐 컬렉션 ‘쉐무아(Chez Moi)’를 선보였으며, 고급스러운 실크 저지 소재를 활용해 실용적이면서도 세련된 라운지웨어를 제안하는 띠어리(Theory)가 럭스 라운지(Luxe Lounge) 캡슐 컬렉션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상품이 나오고 있다.

이커머스로 소비축이 이동(E-Commerce Pivoting)했다.

올해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의 론칭이 이어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비이커(BEAKER)의 비 언더바(B_), LF의 골프웨어 더블플래그(Double Flag)와 유니섹스 캐주얼 프라이데이 미드나잇(Friday Midnight), 한섬의 레어뷰(Rareview) 등이 올해 첫 선을 보였다.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온라인 진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구찌(Gucci), 프라다(Prada) 등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직접 구매가 가능한 커머스 사이트 구축을 완료했다.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 까르띠에(Cartier)와 에르메스(Hermes)까지 이커머스 경쟁에 합류하며 주목을 받았고, 티파니(Tiffany & Co.)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라이브커머스는 패션업계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네 번째 키워드는 기존 규칙의 아웃(X-out The Rule)이다.

계절 변화나 특별한 TPO에 맞추어 목적성 구매를 하던 패션 쇼핑의 주요 동인이 크게 줄어들었다. 집콕 생활과 유연화된 근무 형태로 인해 남성정장이나 출근복 중심 마켓이 큰 타격을 입었으며,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도가 높은 에센셜 아이템이나 시즌리스 아이템이 주목을 받게 됐다.

온라인 기반의 브랜드 론칭이 잦아지면서 관행처럼 여겨졌던 론칭 시기가 무색해 졌으며, 핵심 역량을 담은 단일 아이템만을 선보이는 모노브랜드가 증가하는 등 패션 진입장벽 또한 낮아졌다.

다섯번째로 스포츠웨어의 일상화(Activewear Everyday)가 일어났다.

장년층 산악 모임이 주도했던 기존의 등산 문화 대신 혼자 산을 찾는 ‘혼산’, 자동차를 이용한 캠핑 ‘차박’이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아웃도어 브랜드의 재도약을 가능케했다. 골프 인기에 힘입어 골프웨어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밖에 트레이닝 세트, 후디 등 스포츠와 캐주얼 영역을 넘나드는 애슬레저룩이 인기를 끌었다.

소비는 곧 투자(‘Money Game’ of Shopper)라는 개념의 변화가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장기화된 경기 불황으로 향후에도 재산적 가치를 유지해 줄, 리세일이 가능한 아이템을 구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매장 앞에 줄을 서고 오픈과 동시에 달려가는 ‘오픈런’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리세일 마켓을 이끄는 럭셔리 브랜드의 대표 아이템인 스니커즈를 전문으로 하는 크림(Kream), 엑스엑스블루(xxBlue), 프로그(frog), 솔드아웃(soldout) 등 플랫폼이 급부상했다.

플랫폼 패권주의(Platform Hegemony)가 두드러졌다.

온라인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네이버는 라이브커머스 서비스 ‘셀렉티브’를 ‘쇼핑 라이브’로 개편하고, 잼라이브 인수 등 라이브커머스 역량을 강화하는 가운데, 남성 패션 전용관 ‘미스터(MR)’를 오픈했다. 카카오도 지난 10월 ‘쇼핑 라이브’를 정식 오픈하고, 급성장중인 ‘선물하기’ 서비스 내 럭셔리 브랜드 입점과 이랜드 그룹과의 MOU 등을 통해 패션 콘텐츠 강화에 나섰다. 쿠팡도 라이브커머스 전담팀 신설과 함께 패션 편집관 ‘C.에비뉴’의 입점 브랜드를 확대하고, 패션에도 신속 배송을 약속했다.

패션 전문몰의 경우, 콘텐츠 확장을 통한 종합몰로서의 성장과 동시에, 특정 타깃을 위해 고도화된 큐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지그재그, 에이블리, 무신사, 브랜디, W컨셉 등 주요 플랫폼 간 패션 플랫폼 패권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서스테이너블 패션의 도약(Long-life Fashion)이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리세일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는 것은 물론, 자원의 재활용을 비롯한 서스테이너블 이슈는 더욱 크게 강조되는 분위기이다. 재생 나일론인 ‘에코닐(Econyl®)’을 사용한 ‘리나일론(Re-Nylon)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는 프라다(Prada)는 향후 2021년까지 나일론 소재 제품을 전량 에코닐로 제작할 예정이다.

국내 패션 기업들도 지속가능 패션을 주요 화두로 들고 나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속가능기업 선포와 함께 대표 캐주얼 브랜드 빈폴 부터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비싸이클(B-Cycle)’ 라인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친환경 행보에 나섰다. 코오롱FnC는 코오롱몰 내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30여 개 브랜드를 소개하는 ‘위두(weDO)’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향후 CSV 활동으로 연계 및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아홉번째로 런웨이의 종말(End of Runway)이 나타났다.

록다운으로 인해 올 가을·겨울(FW) 시즌 패션위크가 파행됐다. 밀라노 컬렉션은 무관중으로 진행됐고, 런던 컬렉션은 실제 쇼 대신 디지털 스트리밍과 디지털 기반의 룩북으로 대체되며 50년 동안 유럽 중심으로 이어져왔던 런웨이 중심 패션위크가 크게 흔들렸다.

패션업계 전반의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패션위크 기간 중에 이루어지던 홀세일 비즈니스도 변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록다운 기간 동안 비즈니스 출장의 대안으로 AR, VR기술 기반 Joor, Ordre 등 디지털 쇼룸을 통한 원격 바잉이 시도되며 패션산업의 디지털화를 이끌었다.

마지막으로 Z세대 중심으로 재편되는 패션 마켓(D2Z·Direct to Gen Z)을 꼽았다.

비대면 소비의 가속화로 에이블리, 지그재그, 브랜디 등 온라인 기반 패션 스타트업이 소비 침체가 무색할 정도로 성장 중이다.

온라인 친화적인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의 관심과 발길에서 소외된 백화점 및 주요 패션 기업들도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중동점 유플렉스를 리뉴얼하고 점포 자체 캐릭터 및 미디어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으며, 롯데백화점은 영등포점 전관을 리뉴얼하고 직원들이 주도하여 기획한 ‘힙화점’을 이달 오픈했다. 신세계백화점 또한 영등포점 지하 2층에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Z세대를 타깃으로 한 편집숍 ‘스타일쇼케이스’를 선보였다.
2021년 패션산업, 긴급 구조(R.E.S.C.U.E)가 시급

내년도 키워드로는 긴급 구조(R.E.S.C.U.E)를 뽑았다.

먼저, 규모 회복이 우선(Restoration, First)돼야 한다.

한번 바뀐 소비 행태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패션을 비롯한 취향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며, 관례적으로 이루어지던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개선하려는 노력도 더해져야 한다. 복종별로 상이하나 전체적으로 패션 시장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패션 소비 심리를 상승시켜 규모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다음으로 디지털 커머스의 폭발적인 성장(Explosion of Digital Commerce)이 나타났다.

도입 단계의 라이브커머스는 보다 일상적인 패션 유통 채널로 안착하며, 온라인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여러가지 장벽을 완화시킬 수 있는 기술적 서비스의 개발로 온라인 채널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세 번째로 소비의 기준은 '나'(Shopper-Centric)이다.

대안적인 소비, 투자로서의 소비 등 예전과 달리 소비의 의미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소비가 곧 자신을 드러내는 시대에 이르러, 무엇을 소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신중하게 고민을 거듭해 소비의 규모는 줄어드는 시대가 도래했다.

네 번째로 브랜드는 곧 컬쳐 코드(Culture Code as Brand)가 됐다.

브랜드력은 인지도나 유명세가 아닌 콘텐츠와 이미지로 결정된다. 상품이 곧 브랜드라는 시각은 버려야 한다. 브랜드 이름대신 어떤 플랫폼에서 팔리고 있는지가 더욱 중요한 시대, 브랜드는 소비자와 호흡하는 하나의 문화로서 접근해야 한다.

다섯 번째로 개성을 담은 에센셜 스타일(Unique, But Essential)이 두드러진다.

패션 스타일은 그 어느때보다 다양성을 수용한다. 일부 디자이너가 이끄는 트렌드에 따라 좌지우지되기 보다는 자신이 선호하는 스타일과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스타일에 대한 애호가 중요하다. 편안함과 활용도를 고려하는 실리적 태도가 이어지고, TPO의 엄격성이 무너지면서 다채로운 개성의 표현이 동시에 다양하게 보여진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 경영 전략(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이 중요해졌다.

최근 기업 경영에도 뉴노멀의 바람을 타고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측면을 기업 비즈니스 모델의 중심에 두는 ESG(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ESG의 거대한 흐름은 이미 오래 전부터 등장한 개념이지만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류가 되면서 기업에 ESG 역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위드(With) 코로나 시대, 지금 우리가 가장 원하고 있는 것은 일상의 회복이다.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 백신과 치료제 등이 우선되어야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처럼, 소비심리 침체와 패션업의 불황에 맞서기 위해서도 무엇보다 긴급한 구조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규모의 회복과 함께 완벽한 체질 개선을 이루어야 할 때, RESCUE(긴급 구조)를 2021 키워드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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