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조로 불어난 예탁금, 이용료율은 0%대… 돈벌이에 올인하는 증권사들

  • 증권사 "합리적 조정" vs 투자자 "이자 장사" 비판

  • 이용료율 대부분 0.6~ 0.75% 지급

  • 운용수익은 3분의 2가 증권사 몫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국내 투자자예탁금이 70조원에 근접한 가운데, 주요 증권사들이 예탁금 이용료율을 잇달아 낮추고 있다. 예탁금은 급증하고 있지만, 이용료율은 1% 밑으로 떨어지며 ‘0%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68조81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일에는 70조원을 돌파하며 2022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6월 평균 잔액도 68조원에 달했다. 연일 상승랠리를 이어가는 국내 증시 투자에 나선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처럼 예탁금이 급증한 것과 딜리, 증권사들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이용료율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28일부터 50만원 이상 예탁금 이용료율을 기존 1%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공지했다. 50만원 미만 구간은 1%를 유지하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투자자가 해당되는 중·고액 예탁금에 대한 수익 환원율을 낮춘 것이다.
 
하나증권도 지난 14일부터 100만원 초과 예탁금에 대해 0.65%를, NH투자증권은 0.6%를 각각 적용하고 있다. 대신증권(크레온), KB증권, 메리츠증권 등도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하며, 100만원 초과 구간의 평균 이용료율은 0.6~1.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증권사 발표를 종합해보면, 주요 10개사 중 8곳이 최근 1~2개월 내 이용료율을 낮췄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100만원 미만 구간에서 1.5%를 적용하지만, 100만원 초과 구간은 0.6%로 낮추는 식으로 ‘저액 우대·고액 차별’ 전략을 쓰고 있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증권사들은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하는 등 금리 인하기에 맞춰 이용료율을 조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기에 예탁금 이용료율을 적극적으로 올리는 증권사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운용수익률과 이용료율의 격차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56개 증권사의 평균 예탁금 운용수익률은 2.94%였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지급되는 평균 이용료율은 1.76%로, 약 1.18%포인트 차이가 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자 장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모범규준’을 제정하며 증권사의 이자 장사 관행 개선을 시도했지만, 실효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다만 당분간 추가적인 대규모 인하보다는 저액을 우대하는 등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운용수익의 3분의 2를 증권사가 가져가고 있는 구조”라며 “특히 상승장에서 수익이 늘었음에도 투자자 몫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증권사가 주장하듯이 고액 예탁금이 단기투자용이고, 소액 예탁금에 혜택을 돌려주려는 것이라면 특정 금액 구간 이용료율이 올라야 할 것”이라며 “금액 구간별 차등 지급을 통해 증권사 비용 부담만 줄인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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