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체험기]코로나 확진 후 퇴소까지 11일… 38.5도 고열에 극심한 오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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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0-12-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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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일간 고열과 기침·두통에 잠도 못 이뤄 '생사기로'

  • 완치 검사 없이 증상 완화됐다고 퇴소…K방역 여전히 허점

연일 1000명대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1만명가량이 코로나19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자가격리를 하고 있거나, 생활치료소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확진부터 생활치료센터 퇴소까지 10여일간에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곳에서 보건소 직원들이 방역복을 입고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가 되다
12월 4일 금요일 저녁 늦게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고열로 입원하게 되면서, 코로나19 검사를 한 결과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지난주 부부동반 모임을 했던 지인이다. 다음날인 5일 오전 9시 10분께 인천 연수구청에서 연락이 왔다. 역학조사 결과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곧바로 의왕시 보건소에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고 검사 신청을 했다. 검사신청은 바로 진행할 수 있었다.

아내와 두 돌이 안된 아이를 데리고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필자와 동명이인 신청자가 있어 잠시 혼선이 있었지만, 도착 10분 만에 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코끝까지 채취봉이 들어가면서 코와 목이 따가웠지만, 성인들이 하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두돌이 안된 아이가 많이 울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6일 오전 9시 10분쯤 보건소에서 검사 결과를 알려왔다. 확진 판정이었다. 두 돌이 안된 아이를 제외하고 나와 아내 모두 확진이라는 것이다. 눈앞이 노랬다. 그제서야 앞서 잊었던 상황들이 떠올랐다. 지난 3일 하루 동안 아내가 고열에 시달렸다. 고열에 힘들어하던 아내는 타이레놀과 해열제를 먹고, 다음날 건강이 빠르게 호전됐다. 필자도 4일 건강검진을 위해 외부에 나갔을 때 한기를 느꼈다. 하지만, 당시에는 날씨가 상당히 추워졌다고만 생각했었다.

회사에 확진 결과를 보고한 뒤 확진자와 부부모임에 참석한 다른 부부들도 속속 연락이 왔다. 한 가족은 부부와 12개월 아이까지 확진을 받았다. 다른 가족은 다행히 음성이 나왔다.

곧바로 역학조사가 진행됐다. 역학조사는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한 날(4일)의 3일 전부터 동선을 조사했다. 이 기간 필자와 아내의 신용·체크카드 내역서를 제출하고 동선과 접촉자를 제출했다.

금세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했던 역학조사는 2~3일이 더 소요됐다. 각 지자체 보건소마다 똑같은 질문을 지속했다. 역학조사를 진행할 때 확진자가 거주하는 지역 보건소와 방문한 지역 보건소, 접촉자의 소재지역 보건소 등 최소 2~3곳에서 연락이 왔다.

일례로 3일 경기도의 모 식당에서 지인 3명과 식사를 했는데, 이 내용은 이미 동선을 제출할 때 보건소에 밝혔던 내용이다. 하지만 의왕시 보건소, 식당 소재지 보건소, 접촉자 지인 보건소에서 똑같이 물어봤다. 모든 방문 장소에 대해 각 지역 보건소에서 같은 질문이 왔고, 여러 번 대답을 반복해야 했다.

지자체 별로 역학조사 내용 공유가 전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당시 일일 코로나19 확진자가 600명을 넘어서면서, 대통령이 나서 역학조사를 강화하도록 지시했지만 일선 보건소에서는 계속해 혼선을 빚는 모습이었다.

음성인 두돌이 안된 아이와의 격리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보건소의 조치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마저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보건소는 명확한 지시를 내려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부부와 아이를 분리해야 한다고 했지만, 말도 못하는 아이만 방에 격리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부모님 등 지인에게 맡겨도 되냐고 물어 보건소의 허락을 받았다. 확진 판정을 받은 지 4시간이 지난 뒤였다.

이윽고 어머니가 집에 오셨다. 어머니와 접촉하면 안된다는 보건소의 말에 아이의 짐을 집 밖에 내놓고, 현관문 멀리서 어머니가 아이를 데려가는 것을 바라만 봐야 했다. 아이가 떠나자 아내는 그제서야 참고 있던 눈물을 터뜨렸다. 부모 잘못으로 아이와 어머니가 고생한다며.

오후 3시가 넘어서자 필자에게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38.5도 이상의 고열과 오한이 왔다. 상비약인 타이레놀과 해열제를 복용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보건소에서는 생활치료시설 대기자에게 홈케어 서비스를 제공해주었다. 홈케어시스템은 코로나19 확진환자 급증에 따른 병상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정대기 확진자를 위한 가정건강관리서비스다. 확진 후 가정대기자의 건강 상태를 의료인이 1일 1회 전화를 통해 확인하고 상담하는 시스템으로 경기도는 지난 3일부터 운영했다.

하지만 홈케어 서비스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의약품을 전달해주는 것도 아니었다. 전화한 담당자는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의학적 지식도 없는 아르바이트 인력처럼 느껴졌다. 담당자가 하루에 한 번 필자가 숨을 쉬는지 확인하는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밤새 고열과 오한, 기침에 시달리며 잠을 자지 못했다. 머리도 아프기 시작했다. 편두통처럼 머리 여러 군데를 돌려가면서 송곳으로 찌르는 느낌이 났다. 이렇게 하루를 버틴 후 다음날인 7일 오후 경기도 이천 생활치료센터로 이동하는 119 엠뷸런스를 탈 수 있었다.
 
9일간의 생활치료센터 생활

이천 생활치료센터 입소 후 창문으로 바라본 외부 모습. 경기도는 이천시 장호원에 위치한 자체 교육연수원을 코로나19확진자의 생활치료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증상이 심해지면 대형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게 된다. [사진=김형석 기자]
 

한 시간여 엠뷸런스를 타고 이천의 생활치료센터에 도착했다. 격리생활을 위한 지침과 심리테스트, 흉부 엑스레이를 진행했다. 담당직원은 확진자와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유리창 너머에서 관련 지침을 설명했다.

입소 절차 후 필자 부부는 7층 끝에서 두번째 방으로 이동했다. 방은 5~7평 남짓한 화장실이 딸린 2베드 원룸이었다. TV와 냉장고, 수납공간이 있었다. 침대 위에는 소독된 침구류가 밀봉돼 있었다.

방 정리가 끝나자 방송이 나왔다. 아침 8시와 오후 3시는 자가 검진을 해야 한다는 방송이었다. 입소 때 받은 혈압 체크기기와 산소포화도, 온도계 등으로 본인의 신체상태를 체크해 알려준 앱에 기재했다.

입소 초기 센터에서 제공한 타이레놀과 해열제 등을 복용했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간호사 출신인 아내는 상황실에 진통제인 타이레놀이 효과가 없는 것 같다며, 애드빌 등 다른 진통제를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상황실에서는 이부프로펜 성분인 애드빌의 경우 코로나19 환자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설에 구비된 다른 진통제는 없어 외부에서 택배로 들여와야 한다고 했다. 결국 장모님을 통해 게보린 등 다른 약품을 받아야 했다.

저녁 5시 30분이 되자 다시 방송이 나왔다. 조만간 식사가 배부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30분 뒤 도시락이 도착했다. 도시락은 고기와 국, 요거트 등 나름 먹을 만하게 나왔다. 다만 숙소에 테이블이 없어 아내와 방 바닥에 쭈구려 앉아서 식사를 해야 했다.
 

생활치료센터에서 제공된 식사. [사진=김형석 기자]
 

9일 만에 퇴소···완치 판정도 없이 집으로
시설에 입소한 후 3일째부터 건강이 많이 호전됐다. 38.5도를 넘나들던 체온이 먼저 정상으로 돌아왔고, 두통이 사라졌다. 기침은 당분간 지속됐다.

건강이 돌아오자 시설 생활에 갑갑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태우던 담배 생각도 났다. 담배 생각이 날 때면 창가 넘어에 있는 실외 흡연실을 내다봤다. 이따금씩 직원들이 나와 흡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입소한 지 5일이 지난 12월 11일 상황실에서 연락이 왔다. 12월 15일 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퇴소 시 주의사항도 설명했다. 시설에서 입고 있는 옷은 모두 소각해야 했다. 휴대폰을 제외하고 휴대폰 케이스부터 이어폰까지 모든 의류와 물품은 버려야 했다. 퇴소때 입을 의류는 외부에서 택배로 상황실에 전달해야 했다. 자차가 없을 경우 시설에서 제공하는 콜택시를 이용하고 귀가해야 한다는 설명도 했다.

감사하게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퇴소 시 입을 의류를 가져다 주셨다. 필자의 차량도 가져왔다. 시설에 오신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먼 발치에서 손인사를 했다. 감사한 마음이 컸지만, 마음 한켠엔 죄송한 마음이 더 컸다.

12월 15일 퇴소 날이 왔다. 머무르던 숙소를 정리하고 간단한 절차 후 퇴소까지 한 시간 정도 소요됐다.

문제는 퇴소가 완치는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퇴소 후 법적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타인에게 코로나19를 감염시킬 가능성은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시설 퇴소 시에도 추가 검사는 없었다. 함께 확진 받았던 지인도 퇴소 시 추가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지인은 시설 퇴소 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지만 양성이 나왔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설에서 퇴소했다.

보건소에 연락해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지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보건소 직원은 "(추가 검사를) 굳이 받아야 하냐"며 맞받아쳤다. 이어 이 직원은 "대부분 시설 퇴소 후 검사를 받을 경우 양성이 나온다"며 "이 경우 또다시 시설에 입소해야 해 부담스럽다"고 솔찍히 털어놓기도 했다. 전파 가능성도 없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답답했다. 퇴소 후에 어떻게 하라는 지침이 전혀 없었다. 또 여전히 타인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다니.

필자와 부부는 우선 퇴소 후 일주일 동안은 자체적으로 자가격리를 하기로 했다. 부모님 집에 있는 아이도 자가격리 후 데려오기로 했다.

확진부터 시설 퇴소까지 열흘간 코로나19 방역을 겪으면서, 정부에서 홍보한 'K방역'은 허술한 점이 너무 많았다. 증상이 악화하고 있지만 의약품 하나 전달해주지 못하는 보건소, 각 보건소별로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역학조사의 비효율성, 격리시설 퇴소 인원 관리 미흡 등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매일 확진자가 1000명선을 웃도는 현재, 확진자를 찾아내는 것 이상으로 확진자 관리 방법도 보다 세밀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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