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돌·비단벌레 금동 장식...경주 고분서 나온 신라 여성 호화 장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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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0-12-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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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세기 후반 무덤...여성 왕족의 바둑 문화 추정할 수 있는 자료

44호 출토 바둑돌 [사진=문화재청 제공]


신라시대 여성 왕족으로 추정되는 무덤이 발굴됐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종훈)는 7일 2014년부터 추진한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에 대한 정밀발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1월 발굴된 고분에서는 무덤 주인공이 착장한 금동관(1점), 금드리개(1쌍), 금귀걸이(1쌍), 가슴걸이(1식), 금·은 팔찌(12점), 금·은 반지(10점), 은허리띠 장식(1점) 등 장신구 조합, 비단벌레 딱지날개로 제작된 금동 장식 수십 점, 돌절구‧공이, 바둑돌(200여 점), 운모(50여 점) 등이 나왔다.

44호 돌무지덧널무덤의 주인공이 착장한 장신구들의 조합은 전형적인 돌무지덧널무덤에서 나오는 장신구 양식들이다. 특히, 가슴걸이는 남색 유리구슬과 달개가 달린 금구슬, 은구슬을 4줄로 엮어 곱은옥을 매달았는데 이러한 형태는 황남대총이나 천마총 같은 최상위 계층 무덤에서만 확인됐던 디자인이다.

문화재청은 “장신구의 구성(조합상)과 재질 등을 고려했을 때, 44호의 주인공은 신라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 축조기의 최상층(왕족)으로 추정된다”며 “ 장식대도가 아닌 은장식 도자(刀子:작은 손 칼)를 지닌 것으로 보아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출토유물을 기준으로 한 피장자의 신장(身長)은 약 150㎝ 전후로 추정되는데 금동관·귀걸이·팔찌·허리띠 장식 등 장신구의 크기가 전반적으로 작은 점도 피장자가 여성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장신구 크기가 작은 점은 기존 조사 사례 중 금령총과 유사하다.

44호 돌무지덧널무덤의 축조연대는 출토된 토기, 금귀걸이나 금팔찌의 형태로 보아 금관총 출토유물과 유사한 점으로 비추어 5세기 후반으로 추정된다.

신라고분 44호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에 대한 정밀발굴조사 현장 모습. [사진=문화재청 제공]


이번에 또 다른 주목할만한 유물은 비단벌레 장식이다. 주인공 머리맡에 마련된 부장궤(副葬櫃·부장품 상자) 상부에서 수십 점이 확인됐다.

비단벌레의 딱지날개 2매를 겹쳐 물방울 모양으로 만들고, 앞뒤판 둘레를 금동판으로 고정하여 만든 장식이다. 크기는 가로‧세로 1.6×3.0cm에 두께는 2㎜정도 소형이며, 신라 고분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바가 없는 형태와 크기의 장식이다.

비단벌레 장식은 기존 신라 고분에서도 황남대총 남분, 금관총, 계림로 14호 등 최상급 무덤에서만 출토된 바 있어 이번 44호 피장자의 위계를 상징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유물로 판단된다.

바둑돌은 피장자 발치 아래에 부장된 토기군(土器群) 사이에 대략 200여점이 모여진 상태로 확인됐다. 크기는 지름 1~2㎝, 두께 0.5㎝ 내외이고 평균적으로 1.5㎝ 정도의 것이 가장 많다. 색깔은 크게 흑색·백색·회색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인공적으로 가공한 흔적이 없어 자연석을 그대로 채취해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에도 신라시대 바둑돌은 황남대총 남분(243점), 천마총(350점), 금관총(200여점), 서봉총(2점) 등 최상위 등급의 돌무지덧널무덤에서만 출토된 바 있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효성왕(재위 737∼742)대 기록에 효성왕이 바둑을 뒀다는 내용과 신라 사람들이 바둑을 잘 둔다는 내용 등이 확인된다. 이번 바둑돌은 기록에 전하는 신라인들의 바둑문화에 대한 실물 근거자료가 될 것이다. 다만, 그동안 바둑돌이 출토된 무덤의 피장자는 모두 남성으로 추정되어 당시 바둑이 남자의 전유물로 생각됐다. 이번 피장자는 왕족 여성으로 추정되고 있어 바둑돌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자료로 관심을 받고 있다. 
 

비단벌레 금동장식과 재현품 [사진=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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