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이야기⑰] 대학 졸업 후 끊긴 연결고리...“‘청년금융’ 솔루션 제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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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12-0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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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윤석 학생독립만세 대표 인터뷰

  • 코딩부터 UX‧UI 디자인, 디지털마케팅까지

  • 돈 없는 청년들에 선(先) 교육, 후(後) 결제 ‘소득공유후불제’

  • 대학에 비용‧시간 투자해도 취업 어려운 현실

  • “성인교육 통해 사회 진출 연결고리 지원”

현대사회는 ‘지연사회’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것을 조금씩 뒤로 미룬다. 출산과 결혼, 연애는 사치다. 어느새 청년들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 있다. 대학을 4년 만에 졸업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다 보면 5~6년은 기본이다.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도 돈을 바로 벌긴 힘들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다시 공부하고, 취업을 지연한다.

장윤석 학생독립만세 대표는 ‘청년금융’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대학 등록금으로 수천만 원을 쏟아붓고, 4년 넘게 공부해도 사회로 진출할 수 없는 현실에서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대안 금융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초‧중‧고등학교까지 합치면 12년이 추가된다. 오랜 시간 공부해도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갖는 사람은 소수다. 학생독립만세가 코딩, UX‧UI 디자인, 디지털마케팅 등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소득공유후불제’를 선택한 이유다.

그는 “최근 한 지방 대학의 자퇴생이 3000명이 넘었다는 뉴스를 봤다. 대학에 투자하는 비용‧시간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생기는 현상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사회에 진출하는 연결 고리가 약해지고 있다. 이 중간 지대를 성인교육이 대체하는데, 교육비가 한두 달 아르바이트로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며 “대학생에게는 학자금 대출이 있지만, 졸업생은 그마저도 없다. 우리는 취업준비생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재정 상태가 나아지면 교육비를 받는 ‘청년금융’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윤석 학생독립만세 대표. 연세대학교와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공학을 전공했지만, 현재 금융 사업을 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교육회사 같지만, 직원은 금융 파트 비중이 더 많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마포구 프론트원 만난 그는 "금융 전문가였다면 이런 모델로 사업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웃음을 보였다.(사진=학생독립만세)]


소득공유후불제는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한 뒤, 취업에 성공한 이후 연봉에 따라 일정 금액을 교육비로 지불하는 형태다. 취업 전까지는 비용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다. 지난 2017년부터 학생독립만세 프로그램을 이용한 수강생은 1500명 정도. 취업에 성공해 교육비를 완납한 수강생은 1100명에 달한다.

장 대표는 “과거에는 대학에서 토익 시험 정도만 준비하고 취업했지만, 지금 학생들은 코딩을 배운다. 토익 시험 비용이 5~7만 원이라고 하면, 코딩 부트캠프는 수백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내야 한다”며 “우리의 미션은 ‘학생이 학생만의 힘으로 원하는 교육을 누릴 수 있는 방법 만들기’다. 지금은 교육 후불제를 통해 미션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호한’ 금융업, 그 안의 가능성

소득공유후불제는 모호한 금융제도다. 수강생들이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비용이 꾸준히 지출되지만, 이들이 언제 어떤 회사에 취직해 수익을 공유할지는 알 수 없다. 은행에서는 대출 기간별로 상환액을 계산해 금리를 책정하지만, 소득공유후불제는 상환기간 자체를 설정할 수 없다. 한 마디로 예측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

이와 비슷한 제도가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이다. 학생들이 돈을 빌려 간 뒤, 취업 후 어떻게 갚을지는 예측성이 떨어지지만, 복지 차원으로 접근해 모호함을 이해한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금융을 바라본 거의 유일한 사례다. 학생독립만세는 재단만큼 자본금이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수요자 중심의 금융을 제공하면서도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존 금융권이 외면한 사업 모델이기에 예측 가능성만 높이면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장 대표는 “취업한 수강생의 소득을 공유하기 위해 추심을 거친다. 외부에서는 추심 과정이 어려울 거라고 하는데, 그보다는 예측이 더 어렵다. 회사를 운영하려면 현금흐름을 예측해야 하지만, 이것이 쉽지 않다. 기존 금융권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버려진 사업 모델이다”며 “금융을 상품화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보다 중요한 것은 예측성이다. 예를 들어, 부도율이 10%라고 해도 예측이 가능하면 12% 수익률을 산정해 2%만 가져가면 된다. 우리는 가설을 세우고, (교육 후 소득 공유까지의 사이클을) 빠르게, 지속적으로 돌려보면서 (예측) 오차율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점은 또 있다. 학생독립만세의 교육 프로그램은 자체 제작이 아닌 다른 교육업체의 강의를 구매하는 방식다. 타 교육업체에서 회사의 소득공유후불제를 소개하면 수강생들이 이용하는 형태다. 수강생이 늘어날수록 지급할 선급금이 많아지니 자본이 묶인다. 현금흐름이 예측되지 않는 상태에서 초기자금이 많이 들어가니 신규 투자를 유치해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사업모델의 레퍼런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를 집행하기 어렵다.

희망은 데이터에 있다. 최대한 많은 사례의 검증을 통해 수강생의 취업 사례를 축적 중이다. 데이터가 쌓이면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에 타 교육업체와의 거래에서도 소득공유후불제를 도입해 선급금 비율을 낮추고 있다.

장 대표는 “금융을 공부했고, 전문가였다면 이 사업을 안 했을 거다. 금융 전문가들이 보기에 리스크가 너무 커 그동안 접근하지 않았던 시장이다. 역설적으로 보면, 그렇기 때문에 큰 기회가 있다”며 “수강생의 취업률과 현금흐름은 연관돼 있다. 학생들이 언제 취업할지 예측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금은 예측가능성이 조금 생긴 상태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내가 자산가라면 돈을 넣어 베팅할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가능성을 자신했다.

 
지속 가능한 청년금융, 미래를 향한 ‘베팅’

청년 취업률을 높이려는 정부와의 협업 모델도 활로가 될 수 있다. 청년들에게 현금성 지원 대신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고, 취업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그는 “우리 사업모델의 변동성이 줄고, 예측성이 늘어나면 금융권에서도 자본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데이터가 필요하고, 실험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돈이 드는데, 또 하나의 활로는 정부가 될 수 있다”며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 SIB) 형태로, 정부가 취업률을 높이려는 목표를 세우고, 5년 뒤 80% 수강생이 취업하면 이것을 성공으로 보는 정책을 예로 들 수 있다. 처음에는 민간 투자자와 함께 실행하고, 목표를 달성하면 정부가 추가 금액을 지원해 주는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학생독립만세의 목표는 생존이다. 청년금융이라는 대안을 제시하더라도 회사가 생존해야 지속 가능하다. 지금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할지언정, 미래를 보고 과감하게 베팅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장 대표는 그 실험의 최전선에 있다.

그는 “저희는 작은 회사다. 배를 만들 수 있지만, 파도는 만들 수 없다. 시장에서 파도가 일어나고, 학생독립만세는 좋은 배를 만들어 띄우면 된다”며 “10년 전만 해도 한국에는 액셀러레이터가 없었다. 몇몇 선구자가 나타나 시작했고, 지금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축이 됐다). 청년금융도 똑같은 과정이다. 지금은 부족하지만, 지속 가능성 안에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존을 목표로, 조금 더 본질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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