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는 '정치적 책임', 윤석열은 '정치가 책임'…두 검란(?), 어떻게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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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0-11-2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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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 일가 재판부 사찰…고검장들 "총장 직무 수행과 관련된 내용"

  • 한상대 총장 당시 내부 문제 터지자 "총장 나가라"…평검사들 비판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자 고검장부터 일선 검사들까지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대검에서 윤 총장을 직접 보필하고 있는 주요 보직검사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고, 중앙지검과 남부지검 등 주요 검사장도 '정중동'이지만, '정치검사'로 불려온 특수통 검사들의 선동(!)이 먹혀드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7년 만의 검란(檢亂)'을 거론하면서 은근히 사태가 더 악화되기를 부추기는 모습까지 숨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은 상당히 다르다는 평가다.
부하 때문에 물러난 한상대, 부하까지 끌어들이는 윤석열
지난 2012년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은 검찰 내부에서 터진 뇌물수수·성비리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검찰조직이 위기에 처하지 총장이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는 검사들이 생겨났는데, 한 전(前) 총장이 이를 묵살한 것이 검란의 이유가 됐다.

채동욱 당시 대검차장이 총대를 맸고, 최재경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장이 구심점이 됐다. 재밌는 사실은 당시 '반란군'의 공보를 담당했던 것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던 윤석열 현 검찰총장이다. 

반면, 지금은 윤석열 총장의 '정치'가 문제를 일으키는 모양새다. 거침없는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는 윤 총장을 검사들이 엄호사격에 나선 것이 이번 사태의 기본 구조다.

조상철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강남일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구본선 광주고등검찰청 검사장 등 6개 고검 검사장들은 "(윤 총장이 직무배제 당하는 등) 일련의 조치들이 총장 임기제를 무력화하고 궁극적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추 장관을 비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피고인인 하명수사 의혹 재판을 비롯해 자녀입시 비리·사모펀드 불법투자 의혹을 받고 있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재판부에 대한 '판사 사찰' 논란에 대해서도 검찰총장이 해왔던 일상적인 업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일부 감찰 지시 사항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진행된다는 논란이 있다"며 "감찰 지시 사항과 징계 청구 사유가 대부분 불일치한다는 점에서 절차와 방식, 내용 적정성에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징계 청구를 하는 주된 사유가 검찰총장 개인적 사안이라기보다는 총장으로서 직무 수행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검찰 정치적 중립성 보장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총장 호위무사가 된 평검사 회의
한상대 총장을 물러나게 했던 평검사 회의도 이번에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 직무배제에 반발하는 내용이 대다수인 모양인데, 평검사 회의가 총장의 호위무사가 된 양상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6기 수석 평검사들은 이날 회의를 열어 전체 평검사 회의 방안을 논의한다. 36기는 최근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윤 총장과 면담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파견했던 '평검사'와 같은 기수다.

34기 이하 대검 연구관들은 지난 25일 회의를 연 뒤 내부 통신망에 성명을 내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 처분은 검찰 업무 독립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위법하고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입장은 2012년 한 총장에 대한 평검사들 입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평검사 회의는 지난 2012년 한 총장과 최재경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간 정면충돌 사태에도 열린 적이 있다. 당시 한 총장이 '중수부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 개혁안 문제를 들고 나왔고, 이에 맞서는 최 중수부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한 게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당시 서울고검 검사 금품수수 의혹,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수사 무마' 대가 뇌물 수수 의혹, 서울동부지검 검사와 피의자 성관계 문제 등이 터지자 한 총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평검사들의 집단 항의가 있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자신과 연관된 문제가 없었던 한 총장은 검찰개혁안을 발표하고 대통령에게 신임을 묻는 '조건부 사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가 구상한 개혁안에는 △중수부 폐지 등 인지수사 축소 △광역별 특별수사본부 설치 △경찰, 학계 인사 등 외부 인사로 구성된 검찰개혁위원회 설치 등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 안팎에선 한 총장이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간 검찰 내부의 문제를 검찰총장이 떠안고 사직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한 총장은 조건부 사표라는 조건을 걸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결국 한 총장은 조건부 없이 사표를 제출하고 자리에서 내려왔다.

일각에서는 한 총장과 윤 총장에 대한 검찰 내부 반응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로 '검찰개혁'을 천명여부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총장의 경우 다른 이유보다 '중수부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안을 내놓은 것이 후배 검사들의 신망을 잃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검사들이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는 “검찰이 욕먹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검찰, 재벌검찰 때문이다. 개혁을 아무리 소리쳐봐야 검찰에 대한 이미지는 이런 것으로 만들어진다”, “사실이라면 총장은 감찰을 받아야 한다”, “부디 각성해야 한다. 검찰권은 검사 개인 권한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다”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한편 이날 윤 총장은 다음 달 2일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직무 집행정지 명령을 취소하라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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