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시진핑 메가FTA 주도권으로 '바이든美'에 선수치기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 2020-11-25 18:02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지난 15일 8년간 지속된 협상을 마무리하며 드디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출범했다. 31차례의 정식 협상, 19차례의 장관급 회의 및 4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을 통해 2001년 WTO 출범 이후 최대 경제규모의 초대형 FTA가 탄생된 것이다. 15개국의 인구가 22억7000만 명으로 세계인구의 30%, GDP 총액규모가 26조 달러로 세계경제의 29.3%, 수출총액은 5조2000억 달러로 전 세계 수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메가 FTA라고 볼 수 있다. RCEP 출범의 의의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가입국 간 원산지 기준을 통일시켜 그동안 수없이 지적되어 온 '스파게티 볼(Spaghetti Bowl)' 혹은 ‘누들 볼(Noodle Bowl)’ 효과를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WTO의 다자 체제 이후 경쟁적으로 진행되어 온 양자 중심의 FTA 체결로 인한 복잡한 절차와 규정으로 실제 기업들의 FTA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 FTA에 매우 소극적이었던 일본이 참여함으로써 한·중 양국은 일본과 FTA를 체결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일본의 RCEP 참여는 향후 한·중·일 FTA 협상의 중요한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다. 셋째, 기존 한-아세안 FTA에서는 없었던 전자상거래 챕터가 삽입되었고, 지적재산권 보호강화 내용이 추가되었다. 아세안 시장은 중국만큼 지재권 보호가 잘 되지 않는 곳으로, 이번 RCEP 출범을 통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한·중·일 3국의 자동차·철강 및 소비재 품목의 아세안 시장 진출이 가속화됨과 동시에, 아세안 시장에서 한·중·일 3국 간 치열한 시장쟁탈전 역시 더욱 가열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지난 20일 화상회의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국내외적으로 중국의 CPTPP 가입 가능성 발언에 대해 각기 다른 해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으로 RCEP는 중국 주도의 다자 FTA이고, CPTPP의 전신인 TPP는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메가 FTA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RCEP는 2011년 아세안 의장국이었던 인도네시아가 제안하여 줄곧 아세안 주도로 진행되어 왔고, 협상과정에서 중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과연 RCEP와 CPTPP 등 메가 FTA를 보는 중국의 속내는 무엇일까? 그 속내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메가 FTA 참여를 통해 미국 주도의 보호무역이 아닌 자유무역 수호의 리딩국가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글로벌 리더로서의 존재감을 내세우고자 하는 것이다. RCEP 체결 후 중국은 FTA 체결국가가 기존 19개국에서 26개국으로 늘어났고, 체결국가와의 FTA 무역 비중도 지금의 27%에서 35%로 늘어나게 된다. 특히, 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제적 연대를 통해 중국의 글로벌화와 다자주의 협력의 주체자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다.

둘째, 글로벌 선진국이 포함되어 있는 메가 FTA에 참여함으로써 본격적인 혁신경제 드라이브를 걸고자 할 것이다. 중국이 체결한 기존 FTA는 대부분 개도국 중심으로, 선진국과의 FTA는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높은 수준의 서비스 개방 요구와 무역자유화에 따라 자국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중국 경제성장의 방향성이 과거 저렴한 ‘중국제조(Made in China)’에서 첨단제품 위주의 ‘중국지조(中国智造, Intelligent Manufacturing in China)’의 혁신경제로 변화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혁신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선진국이 포함된 역내 FTA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첨단제품 중심의 미래혁신경제에서 한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14·5규획(2021~2025)의 핵심 어젠다가 ‘이중순환’ 경제다. '이중순환' 개념은 중국경제 성장방식을 수출(첫 번째 순환구조)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내수시장(두 번째 순환구조) 비중을 높이는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내수시장 확대의 내부순환을 주체로 수출중심의 외부순환을 메가 FTA를 통해 확대하고자 한다.

셋째, CPTPP 참여를 통해 새로 들어서는 바이든 미 행정부와의 관계 밀착도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중국은 바이든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하고 TPP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의 기본 정책노선이 다자간 무역질서를 강조하고 있는 입장이고, 바이든의 경우도 선거 때부터 주변 동맹국과의 관계 회복을 통한 TPP 회귀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무엇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TPP 체결 당시,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또한 이번 RCEP가 공식 출범되면서 AP통신, 뉴욕타임스 등 미국 내 매체에서 ‘미국만 외톨이 신세가 되는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보도들이 잇따라 나오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결국 TPP로 회귀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우선 급격하게 재확산하고 있는 코로나 불길을 빨리 꺼야 하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회귀하기는 힘들지만 언젠가는 복귀하게 될 것이라는 게 중국의 생각인 듯하다. 따라서 중국은 CPTPP 참여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 밀착도도 높이고, 미국이 회귀하기 전까지 CPTPP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도 좀 더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CPTPP 참여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향후 미·중 양국이 모두 참여하는 초대형 메가급 FTA와 한·중·일 FTA에 대비해 좀 더 촘촘한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미·중 양국의 눈치를 보는 통상외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제 국가이익에 기반한 중견 국가로서의 통상 리더십이 발휘될 시간이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학교 방문학자와 함께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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